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하 한국테크놀로지) 대표이사 부회장이 오늘(3일) 신년사에서 ‘윤리 경영 문화 정착’에 관한 내용을 발표한 가운데, 작년 말 부회장 본인이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기업 혁신을 강조한 신년사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동생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조 부회장까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어 한국테크놀로지의 경영 불안이 가중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테크놀로지는 형인 조현식 부회장과 동생인 조현범 사장에 의해 ‘형제 경영’ 체제를 이루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맡고, 조현범 사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경영한다.

조 부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윤리 경영 문화를 정착시켜 준법 프로세스를 재점검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업무 공간을 개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하는데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룹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메인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혁신이 최우선 과제로 선행돼야 한다”라며, “연구개발, 생산, 유통, 판매에 있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신년사에서 조 부회장이 강조한 여러 내용 중 ‘윤리 경영 문화’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과 재점검 한다는 ‘준법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헛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조 부회장 자신을 포함해 동생인 조현범 사장이 범죄 혐의에 연루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 대해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었기 때문에 비난이 가중되었다.

앞서 한국테크놀로지 측에 따르면, 조현식 부회장은 작년 12월 9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횡령금액은 1억 1062만 원이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조현범 사장은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이미 작년 11월 21일 구속 수감되었고, 이후 12월 9일 구속 기소 되었다.

조 사장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협력 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6억 1500만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한, 자신과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시설관리용역업체의 법인자금을 매달 수백만 원씩 차명계좌로 빼돌려 1억77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조현범 사장이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어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 형인 조현식 부회장도 회사 내규상 부회장직을 잃을 수도 있다. 회사 내규에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 선임에 범죄 전력자는 물론 범죄의 집행을 면제받는 자도 인사로 선임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한국테크놀로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상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이사의 자격뿐만 아니라 법규 위반으로 행정적·사법적 제재를 받았거나 그 집행을 면제받은 경우 등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데 책임이 있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하여 주주총회에 후보자를 상정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조양래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장남과 차남이 그룹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길 기대했지만, 범죄 혐의로 나란히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라며, “오늘 조현식 부회장의 신년사에서 강조한 내용은 그룹 구성원과 주주들에게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현재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의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은 없다”라며, “신년사에서 밝힌 윤리 경영 문화에 대한 언급은 방향을 제시한 것뿐이고, 구체적 내용은 향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현식, 조현범 형제의 첫 재판은 오는 8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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