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선박 시대에 대비하여 한국 기업들끼리 선의의 경쟁과 동시에 협력이 필요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팀 기자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팀 기자

지난해 12월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신항 창원해경 전용부두에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이하 KRISO)이 개발한 ‘아라곤3호’와 LIG넥스원이 개발한 ‘해검호’의 운항 시연이 있었다.

◆ 자율운항(무인)선박 운항 시연 성공과 무인선박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경상남도

아라곤3호와 해검호는 승무원의 탑승을 요구하지 않는 무인선박으로 개발되어 육상에서 원격조종으로 운용되기도 하지만, 선박 스스로 운항경로를 생성하여 그 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목표를 설정한 후 추적할 수 있고 운항 중 장애물을 회피하는 것이 가능한 자율운항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시연행사에서 아라곤3호와 해검호는 해양경찰청 소속의 고속단정과 함께 불법조업선을 발견, 추격, 채증, 검거하는 임무와 해상에 떨어진 추락자를 공동으로 구조하는 임무를 무난하게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경상남도에 따르면 지난 2008년과 2011년에는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경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2016년에는 경비단정이 침몰했고 2018년 10월에는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이 단속해경에게 도끼를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등 단속임무를 수행하는 해경에 대한 공격 강도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경상남도는 단속 임무를 수행하는 해경에 가해지는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라곤3호와 해검호 같은 자율운항선박(무인선박)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자율운항선박(무인선박)의 경우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강해지고 있는 불법조업 선원들의 위해에 해경을 포함한 승무원들이 노출되지 않고도 불법조업 선박을 발견, 추적, 채증, 검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상남도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무인선박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었으므로 자율운항선박(무인선박) 관련 기술개발을 위한 실증 데이터 축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선박직원법 제11조 제1항에는 특정한 자격을 갖춘 승무원의 승선을 의무화하고 있어 원격조종을 하건 자율운항을 하건 승무원이 승선하지 않는 무인선박의 운항은 원칙적으로는 불법의 소지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 경상남도가 무인선박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었으므로 거제 동부해역과 진해만 안정항로와 같은 지역에서는 무인선박도 운항이 가능해져 자율운항선박(무인선박) 관련 기술을 실증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단체의 합법적인 운항실험과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졌다.

경상남도는 조선업의 스마트화를 지원하기 위해 자율운항선박 실증사업을 지원함과 동시에 경남에 위치한 중소 조선업체와 정보통신 기자재 업체를 육성하는 등 자율운항선박(무인선박)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아라곤3호로 보는 한국의 자율운항 기술 수준

아라곤3호를 개발한 ‘KRISO’에 따르면 자율운항 기술 분야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목적지를 설정하면 항로 관련 정보(항로, 운항금지 구역, 지형, 해안선 등)및 항행규칙을 고려하여 자동으로 목적지까지의 운항경로를 생성하는 ‘자동 경로생성기술’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무인선박의 조종성능을 고려하여 생성된 경로를 따라 자율적으로 항행하는 ‘자동 경로추종기술’이 언급된다.

세 번째로는 고정 혹은 이동하는 장애물의 존재를 자율적으로 탐지하고 목표의 운동을 예측한 후 다양한 센서를 이용하여 장애물을 추적하는 ‘자율 장애물 탐지/추적기술’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을 준수하여 선박의 충돌을 회피하는 ‘COLREG 기반 장애물 충돌회피기술’이 언급된다.

자동 경로생성기술 관련해서는 부산항 북항 출항지점으로부터 부산 남항 입항지점까지 해안선과 운항금지 구역 등을 고려하여 자동으로 선박의 경로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8월 ‘궁평항’에서는 자동 경로추종기술 관련한 실험이 실시되었는데, 실험은 각 경유점 사이의 거리를 900m로 설정하고 4개의 경유점으로 구성된 마름모 형상의 경로를 자율운항선박이 얼마나 잘 따르는지 지켜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실험은 4개의 공유점으로 구성된 경로를 따라 저속(8노트), 중속(15노트), 고속(25노트)의 3개 속도로 선박이 자율 항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실험 결과 저/중/고속의 3개 속도에서 평균 10.3m의 오차를 기록하여 목표치인 24m이하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KRISO의 다목적 지능형 무인선박에는 AIS, 레이더(Radar), 라이다(Lidar), 적외선 광학장치(EO/IR)등의 다양한 센서가 탑재되어, 단일 센서에 의해 제공된 정보가 아니라 다양한 센서에 의해 제공된 정보를 융합하여 장애물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방식의 알고리듬이 적용됐다.

KRISO에 따르면 레이더와 같은 단일 센서로 장애물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방식보다 다양한 센서의 융합 정보에 기반하여 장애물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방식의 정밀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마치 시각 하나로 물체를 탐지, 추적하는 것보다 청각, 후각 등의 여러 가지 감각을 동원할 때 더욱 정확하고 용이하게 물체를 탐지, 추적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효과적인 탐지, 추적을 위해서는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각 정보를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를 구현한 KRISO의 기술수준이 낮다고 보긴 어렵다.

마지막으로 KRISO의 아라곤3호는 20노트 이상의 고속에서 5척의 다른 선박과의 충돌 상황을 가정한 충돌회피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충돌회피 실험은 20노트로 항행하는 아라곤3호의 좌현, 우현, 정면 방향에서 각각 20노트로 접근하는 3척의 선박과 30노트로 아라곤3호를 추월하려하는 선박 1척 외에도 추가적으로 정면방향에서 20노트로 접근하는 선박을 1척 더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결과 아라곤3호는 5척의 다른 선박들과 충돌을 회피하는데 성공하여 충돌회피 기술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음을 입증했다.

◆ 충돌회피 기술 향상시킬 필요 있어

그러나 KRISO는 무인선박의 충돌회피 기술을 바로 적용하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지만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면 피해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충돌회피 기술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파랑, 해무, 야간 등 다양한 해상환경 속에서도 신뢰성이 높은 수준으로 장애물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획득하고, 근접 장애물 탐지 센서를 개발하는 동시에 혼잡한 해상교통 환경을 가정한 충돌 회피 기술 확보에 역량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는 KRISO의 아라곤3호 외에도 LIG넥스원의 해검, 한화시스템의 아우라(AURA) 등 우수한 무인 수상정이 있고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자율운항선박 시대에 한국이 뒤쳐질 것이란 전망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방심은 어떤 경우에도 금물이며 한국 기업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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