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 중앙투자심사…학교신축에 다소 부정적인 것이 우려

#. 2004년 학교 개교가 예정됐던 경기도 고양시 원당초등학교가 교육 예산 부족으로 이듬해에나 개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곳 주변에 입주하는 원당임대주공아파트의 초등학생이 인근의 계성초등학교로 몰리면서 초 과밀학급이 되어 어려움을 겪게 됐다. 고양시 교육청 담당자는 “인근 아파트 입주시점을 목표로 예산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편하더라도 1년 동안은 인근 계성초교에 다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 2008년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상업지구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개발 시행사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가 국내외 유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대외 마케팅 활동에 들어갔지만 기업 유치를 위한 기본 인프라에 해당하는 초, 중, 고교가 인천시 교육청의 재원 부족으로 신축이 지연돼 국내외 기업 유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바 있다.

#. 지난 2013년 9월,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2지구 송양초등학교는 신축공사가 지연돼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불편을 겪은 바 있다. 신축공사 계약업체가 재정악화를 이유로 공사를 포기, 계약이 중도에 해지되는 등의 난항으로 20여 곳에 달하는 하청업체 또한 공사비와 자재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공사에서 손을 떼는 등 피해가 속출한 바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이 한창이다. 교통이 좋은 도심지 내의 일반아파트 분양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개발지역 등 교통이 다소 불편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파트 분양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전세난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집값이 오르면서 이 기회에 내 집을 마련해 보자는 생각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22일 가계부채종합관리방안으로 인해 개인대출의 규제가 이뤄졌지만, 일반분양 등에 적용되는 집단대출은 여전히 이 제도 밖에 있어 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은 더욱 아파트 분양에 목을 매는 형국이다.

한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우리 자녀, 내 아이의 교육문제에 자칫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학교를 신축하는 데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시행사나 시공사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주변에 학교가 들어선다는 것을 알리지만, 혹시 늦춰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에 대한 판단은 분양을 받는 사람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늦게 건립된다고 해서 시행사나 시공사의 책임은 아니다. 당연 시행사 시공사가 주변 학교까지 통학버스를 운영한다거나 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오로지 부모가 선택을 잘못한 것으로 자체 통학을 시키거나, 사정이 허락된다면 교육청이 인근 학교까지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학교문제는 쉽게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그리 쉽지 않다.

도심지 내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대부분이 재건축 재개발지역으로 주변에 초, 중, 고교가 있다. 다소 과밀학급이 될 지라도 대체할 만한 학교가 있다는 말이다.

반면, 도시개발지역에 지어지는 아파트에서 학교건립이 늦춰질 경우 부모가 겪어야 할, 그리고 초등학생이 겪어야 할 불편은 크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학교를 짓는데 대체 어떤 문제가 있기에, 그리고 얼마의 비용이 들기에 학교건립이 늦어져 학생과 학부모가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

▲ 교육시설 전문설계업체의 설계사 L씨가 학교 신축 건립과정을 설명한 A4용지

교육시설을 전문으로 하는 설계사무소 담당 이사 L씨에 따르면 한 학교를 짓는데 통상 1만㎡(3030평)의 부지와 부지매입비를 포함한 건립비용이 250억~30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는 한 학년 당 6학급으로 총 36학급을 건립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과거에는 100억 원(토지비용 제외) 안팎이 소요됐지만 최근 에너지소비효율을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이유로 건립공사비가 크게 상승했다.

비용도 문제지만 짓기까지의 절차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학교 지을 땅을 사들여야 하는데, 부지매입은 조성원가로 매입하게 된다. 용인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도시개발지역에서의 학교부지매입은 조성된 원가로 매입하게 된다”며 “조성 후 매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최근 분양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의 경우, 오는 5월경에 조성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지만 조성이 완료된다고 해서 바로 학교건립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이하, 중투)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중투는 정기적으로 매년 4월에 열리며, 그 외에는 필요에 따라 7월이나 11월에 열리기도 한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곳 중투에서 학교신설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드리우고 있다고 한다. 학생수가 감소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교육부 예산이 부족해 학교신설에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실제 도시개발 지역에서의 학교 신설이 통과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어떻든 이 과정까지는 이미 도시계획시설결정 그리고 학교용지와 일반용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상태에서다. 그 이후 시공사는 착공과 함께 일반분양을 하며, 시행사는 학교부지 조성을 완료하여 교육청에 토지이전을 하게 된다.

이후 교육청은 학교에 대한 적정 학생인원을 파악하여 수용성검토를 하게 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중투에서 학교를 신설해도 좋을지에 대해 통과될 경우에 논의하게 된다는 게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그 후 현상설계를 거쳐 실제 학교에 적용될 실시설계를 하게 되는데, 현상설계는 짧으면 3개월 길어질 경우 6개월까지 소요되며, 실시설계는 6개월~1년까지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교육시설설계 전문가의 말이다.

그 후 착공을 하며 18개월~24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준공(완공)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학교 한곳을 신설하기까지는 3년에서 길게는 4년여까지 걸리는 장기사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시개발지역 내에 건립되는 학교의 경우 아파트 준공은 됐고, 입주가 시작되지만 학교는 개교하지 못해 학생과 학부모 모두 불편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이곳 관할인 용인시 주택과 관계자는 “학교준공은 아파트 준공일 전 6개월에 맞춰 준공하고 그 후 학교집기시설을 갖추게 되는데, 이곳의 경우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3개월 전에는 준공이 될 수 있도록 할 노력할 계획이라는 것도 아울러 밝혔다.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분양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이곳은 총 4곳의 학교(초교2, 중교1, 고교1)가 건립될 예정으로 녹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학교 건립 예정부지로 계획되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자료=대림산업 e편한세상 홈페이지)

용인시 관계자가 말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의 경우 총 건립세대수는 7406세대(대림 e편한세상 공식사이트상에는 6800세대)이며, 이로 인해 예상되는 수용인원은 1만9997명이라고 용인시는 전했다. 세대당 2.69명을 예상한 숫자다.

이곳은 지난 11월 5일까지 일반분양에 들어가 전 세대 청약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으로 공사가 이뤄진다면 오는 2018년 6월에 입주를 하게 된다.

본격 입주 시기는 학생이 있는 학부모의 경우 7월 말에서 8월초 경에 입주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가 하계 방학이 시작되기 때문으로 8월 중순 경부터는 인근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가 모두 학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학교건립 총 예산 1000억~1200억 원을 마련해야 한다. 도 교육청은 이를 위해 중투에 심사를 넣고 통과 될 경우에 한해 학급수와 학교내 시설에 대한 과정이 진행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신설이 (중투에서) 통과된 이후에야 다음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밝혔듯 중투에서의 학교신축 통과 여부다. 점차 학생수가 감소하는 추세며 아울러 교육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1200억 원이 소요되는 4개 학교를 한꺼번에 짓게 한다는 것에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조감도(자료=대림산업 e편한세상 홈페이지)

실제 중투에서의 학교신설에 대한 까다로운 심사로 해당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교육부 차관에게 학교를 건립할 수 있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 장, 차관에게 요청하여 용인 흥덕지구에 초등학교가 신설될 수 있도록 요청한 사례가 그 예이다.

이렇듯 중투에서의 학교 신설은 그렇게 쉽게 판단할 일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투에서 학교건립이 한번 반려되면 최소 5~6개월이 지난 후에야 임시 중투가 열린다. 그 기간 동안 학교건립은커녕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공을 담당하는 대림산업의 홍보담당자는 “(학교건립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절대 그럴 일은 없다”며 “여태 그런 대단지 아파트 건립사업에서 학교가 늦게 건립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또 “아파트 준공이후 2년 동안 (해당 아파트 단지에)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며 “버스 이용 목적은 입주민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대림산업의 홍보담당자에 따르면 한숲시티에 지어질 학교의 학급수 등 모든 협의가 끝난 상태라는 것이다. 기자가 경기도 교육청에 알아본 바로는 중투에서 심의가 통과된 후 결정될 사항이라고 했지만 이 담당자는 “공무원은 늘 그렇게 얘기한다”며 “이미 모든 협의는 끝나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이곳 한숲시티가 위치한 용인시 남사면에는 남곡초등학교가 있다. 이곳은 면소재지 학교로 학급수 6학급(한 학년당 1학급) 총 86명의 초교생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곳의 학교부지는 1만3000여㎡ 규모다. 한숲시티 현장에서 차량으로 10여 분(도보 30분)거리에 위치해 있다. 부지면적이 넓어 증축은 가능하지만 불편은 피할 수 없다.

이유야 어떻든 이곳 한숲시티에 입주하는 입주민 특히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집으로 이사한다는 부푼 가슴으로 이주해 왔는데 자녀를 학교 보낼 곳이 없다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중투에서의 이곳 용인한숲시티 단지 내의 초등학교 및 중학교 고등학교 건립은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한다는 점이 재차 강조되어야 하며, 이곳 입주 예정자들이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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