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관예우 논란...공정성 의심받지 않기 위한 제도개선 시급
공정위, 전관예우 논란...공정성 의심받지 않기 위한 제도개선 시급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0.01.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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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기관이지만, 기업들의 독점 및 불공정거래에 관한 사안에 대해 규제하는 준사법기관이다. 검찰이나 경찰이 범죄 혐의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이라면, 공정위는 경쟁질서를 해치는 기업을 조사하고,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의 행정벌을 부과한다. 최근 공정위가 퀄컴에 부과한 1조 원 대의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공정위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재계에 이토록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정위가 최근 전관예우 논란에 다시 휩싸였다. 지난 12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에서 퇴사한 직원 5명 중 3명이 기업체나 법무법인으로 이직했다. 이들 3명 중 1명은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에 취업했고, 다른 1명은 한국콜마의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에 이직했다.

공정위 직원이 재직 시절 습득한 전문적 지식을 활용해 법무법인이나 기업에 취업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공정위 직원이 퇴직 후 재취업하기 위해서는 인사혁신처의 심사를 거친 후 취업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심사 과정에서 퇴사 전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기업으로의 재취업이 제한될 수도 있다.

공정위는 2018년부터 ‘외부인 출입·접촉 관리 방안 및 윤리 준칙’을 시행 중이다. 현 공정위 직원들과 전관 출신 직원들과의 부적절한 만남을 차단하기 위한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외부인별 접촉기록 현황자료’를 제출받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기업이나 대형 법무법인에 재취업한 공정위 출신 직원이 공정위에 접촉한 횟수는 2360건에 이른다. 이는 전체 접촉 횟수(5174회)의 45.6%에 달한다.

-법무법인 중 김앤장이 1272건으로 가장 많아...대기업 중에서는 SK가 92건으로 빈도 높아

특히 법무법인 중에서는 김앤장이 1272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 중에서는 SK가 92건으로 빈도가 높았다. 접촉 횟수만으로 전직 직원이 기업의 민원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증거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해당 기업에 대한 조사나 심의 과정에 기업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된다는 의심을 사기에는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요즘에는 검찰이나 국세청 출신 전관보다 공정위 출신 인사가 전관으로서 더 대우받는 상황”이라며, “이는 공정위 위상이 올라간 상황에서, 기업에 민원이 발생했을 때 장기적인 민·형사 소송으로 가기보다는 실태조사나 과징금 부과 시점부터 관리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 관리나 비용면에서 훨씬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출신 직원들이 일반 변호사들보다 공정거래 관련 사안에서는 전문성이 더 높다”라며, “단순히 기업의 방패막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들의 전문적 지식으로 기업의 공정질서 위반 행위를 줄여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작년 12월 31일 ‘2020년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기관’ 명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에 퇴직 공직자가 재취업을 할 때 심사를 받아야 하는 취업제한 기관이 올해보다 221곳 늘어난 1만 7292곳으로 확정됐다. 여기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국내 주요 법무법인 35곳과 외국 법무법인 5곳 등 국내외 법무법인 40곳이 포함됐다.

법조계에서는 “공정위의 권한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관예우 논란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인사혁신처의 취업제한 기관이 확대되는 것과 더불어 취업 승인 과정에서도 외부인사 수를 더 늘리는 등 절차가 더 투명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공정위의 각종 조사와 처분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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