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재벌 일가 갑질은 매일이래요”

[뉴스워커_기자수첩] 정월 초하룻날, 음력으로 한 해의 첫째 달의 첫째 날인 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날에는 가족 및 친지들과 한 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고 조상의 묘를 찾아 제사를 지낸다. 이후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리고 어른들은 덕담을 나누는 등 밀렸던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설이다.

가족들과 오순도순 모여 웃음꽃이 만개한 대화가 오가야 할진대 최근 모든 국민들이 경악할만한 재벌 갑질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해 이번 설 식탁에서도 국민들의 한숨이 새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갑질’이다.

이미 오랫동안 논란이 끊이 질 않는 갑질, 특히 최근 몇년간 이슈가 일어온 회장 오너일가의 갑질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이미 오랫동안 논란이 끊이 질 않는 갑질, 특히 최근 몇년간 이슈가 일어온 회장 오너일가의 갑질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지난 10일 ‘노컷뉴스’가 보도한 녹취록을 듣고 새삼 놀랐다. 또 케케묵은 갑질 사건이 터져 나왔겠거니 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아니, 가히 충격적이었다. 녹취록에 담긴 기업 회장의 딸 A씨는 직원을 향해 격양된 말투로 “사원 주제에, 내가 그렇게 우스워? 이게 어디서 X싸가지를 부려 X질라고”라며 “어디서 X싸가지야 그렇게 잘났으면 다른데 가지 네가 뭔데”라고 폭언을 했다.

뿐만 아니다. A씨는 이러한 폭언, 인격 모독적 발언도 모자라 화장실 쓰레기통을 가져와 직원에게 오물이 묻은 휴지를 던지기까지 했고 A씨의 해당 갑질 행태는 당시 회사 사무실에 있던 전 직원이 목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A씨는 “휴지통에서 네가 쓴 휴지만 찾아라, 네가 이사 딸이나 조카라도 되냐”며 “4년제 대학교라도 나왔냐, 그러니까 네가 여기 있는 것이다”는 폭언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A씨의 폭언 및 괴롭힘으로 인해 병원 상담을 받았고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피해자는 고용노동부에 이 사실을 신고하고 병가를 낸 뒤 사과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사과 불가 입장을 밝히며 A씨에 대한 4대보험 상실신고를 했다. 더욱이 회사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고 피해자가 스스로 회사를 나간 것이라는 허위보고를 했다. 회장의 딸이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오물이 묻는 휴지를 던져댔는데도 말이다.

저들의 세상은 참 변하지 않는다. 음력으로 한 해의 첫 날을 기다리는 시기이기에 훈훈한 소식과 덕담을 주고받고 싶지만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는 계층의 갑질을 또 다시 짚어보게 됐다. 이와 관련해 경기지청은 이번 사건의 진위여부와 ‘갑질’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여전히 씁쓸한 마음은 가시지가 않는다.

어찌됐든, 모두들 복된 새해 되시길 바란다.

인기키워드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