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이행 관계 주장.. 인도 없으면 이행지체 빠진 것 아냐

재건축 재개발 조합에서 현금청산자가 많아지는 경우 사업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게다가 현금청산금 부족으로 사업이 지체된다면 더욱 그렇다.

현금청산자의 증가로 인해 시공을 담당한 건설회사조차 담보보증을 설 수 없게 될 경우 이들 현금청산자는 조합을 상대로 금원 지급에 대한 소송을 하게 되지만 조합으로써는 불가항력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때, 현금청산자들이 청산금 지연을 이유로 지체 이자까지 부담할 것을 요구한다면 이때 조합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에 대해 청산금 지급이 지체되더라도 주택을 인도하지 않았다면 현금청산자는 청산금 뿐 아니라 지연이자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지난 9월 2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의 제1민사부는 “피고 능곡주택조합은 현금청산을 받으려 하는 13명의 원고들에게 각 부동산의 인도를 받음과 동시에 종전자산 감정평가 금액(청산금액)을 지급하라” 고 밝혔다.

능곡주택조합은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 287-1 외 88필지의 토지에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형성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다. 능곡주택조합은 2007년 4월 26일 창립총회를 개최한 후 같은 해 8월 31일에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7월 1일부터 같은 해 8월 29일까지 연장기간을 거쳐 약 2달간 분양신청기간을 가졌다.

그 결과 총 541명의 조합원 중 367명이 분양신청을 하였고 한씨 등을 비롯한 174명은 정해진 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고 현금으로 청산받겠다고 말했다.

이에 능곡주택조합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들에게 ‘현금 청산 동의 및 신청서 제출 요건의 건’ 이라는 안내문을 발송, 종전자산 감정평가 금액으로 소유권이전을 원하는 경우 동봉된 신청서를 작성하여 조합사무실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한씨 등은 2010년 9월 16일 동의 및 신청서를 작성해 인감증명서와 함께 능곡주택조합에 제출했다.

그 후 능곡주택조합은 2011년 1월 12일 ‘현금청산에 대한 안내문’에 “관리처분 총회를 개최하고 인가를 받은 후 현금으로 청산금을 지급하겠다”며 조합원들의 양해를 구했다. 이어 같은 해 1월 26일에는 “신속한 관리처분인가를 위해 시공사 롯데건설에 현금청산에 대한 요구와 협의 중이다” 라며 “청산금 지급은 롯데건설의 적극적인 추진의지로 자금대여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상황이다” 라는 내용을 담은 ‘현금청산 안내 및 협조요청’ 안내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한씨 등의 소송대리인은 2011년 4월 12일 능곡주택조합에게 “한씨 등으로부터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넘겨받아 청산금의 지급과 동시에 소유권이전이 가능하므로 내용증명 수령 1주일 이내에 청산금을 지급해 달라” 고 통보했다. 이에 능곡주택조합은 “청산금 지급의무는 부동산의 인도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것” 이라며 이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법원은 능곡주택조합의 의사표시는 확정될 수 있는 청약에 해당한다고 판단, 한씨 등은 능곡주택조합의 적절한 의사표시와 절차를 밟아 청산금액 제의에 대해 수락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법원은 도시정비법 제 47조 ‘사업시행자가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그 해당하게 된 날부터 150일 이내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토지∙건축물 또는 그 밖의 권리에 대해 현금으로 청산하여야 한다’ 에 따라 시공자 롯데건설은 사실상 청산금 부담과는 관계없는 것이며 청산금 지급 의무는 능곡주택조합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능곡주택조합의 주택인도와 청산금 지급의 동시이행항변을 이유 있다고 판단, 소유권을 넘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도까지 이루어져야 청산금 지급 의무가 생긴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한씨 등의 지연손해금 청구도 기각됐다. 법원은 “청산금 지급은 부동산등기 이전, 주택 인도와 동시이행 관계이므로 한씨 등은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에 관해 이행제공을 했다는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는 이상 피고의 청산금 지급의무는 이행지체에 빠졌다고 볼 수 없다” 며 민법 587조 제2문(매수인은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부터 대금의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을 적용해 한씨 등이 청산금에 대해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해 달라’는 한씨 등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다.

한편 법원은 소송비용 중 1/3은 한씨 등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며 법원의 판결은 가집행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김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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