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이라는 아주 흔한 속담이 있습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적당한 ‘꿩’이 없을 때 그와 비슷한 ‘닭’으로 대신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저는 이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을 저의 어머니께 가장 많이 듣습니다. 아버지가 지방에서 근무를 하셔서 가끔 제가 어머니께 애교(?)를 부리면 어머니는 항상 “그래, 꿩 대신 닭이다”며 저를 안아주시곤 하시죠.

한데 이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새해 첫날 아침에 먹는 ‘떡국’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설날 떡국은 나이를 한 살 보태주는 음식이며 과거에는 제례음식으로 손님에게 접대할 만큼 귀한 음식이었다고 하네요.

과거에는 떡국에 주로 꿩고기가 쓰였습니다. 고려 후기 시대, 매 사냥이 유행하자 매가 꿩을 잡아왔고 이 꿩고기로 육수를 냈던 것이죠.

하지만 매 사냥은 귀족들이 주로 했던 것이라 일반 백성들은 꿩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반 백성들은 꿩 대신 닭으로 육수를 내 떡국을 끓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유래한 것입니다. 뒤집어 보면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도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 빈부격차에서 나왔다고도 볼 수 있어 다소 씁쓸하기도 하네요.

설날입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명절이 싫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 총각들은 “결혼해라”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듣게 되겠죠. 취직을 하지 않은 취업준비생들은 “누구는 어디 취직했던데 너는 뭐하냐”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며 뚱뚱한 조카들은 “올해는 살 빼라”는 등의 애정 있지만 애정 없는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모두 ‘비교’에서 출발하는 잔소리인 것 같습니다. “(누구는 날씬한데) 넌 뚱뚱하다”, “(누구는 돈 잘 번다는데) 넌 취준생이냐”, “(누구는 결혼했다던데) 넌 언제할거냐”라는 숨겨져있는 비교 화법을 생각해 본다면 말이죠.

과거 고려 시대의 사람들도 꿩 대신 닭으로 떡국을 끓여먹으면서 닭에게 “꿩처럼 되어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꿩고기 육수면 어떻고 닭고기 육수면 또 어떤가요. 가족, 친지들이 모여 오순도순 덕담을 나누고 식탁에 웃음꽃이 피면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국이지 않을까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것 같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누구에게는 여전히 조금은 쌀쌀한 설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들 따뜻한 설날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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