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인물: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로부터 자산의 투자 및 운용 업무를 위탁 받아 운영을 목적으로 2001년 10월 설립된 코람코자산신탁(회장, 윤용로, 대표이사 정준호)은 2006년 신탁업 인가를 취득해 신탁업을 겸영하고 있다. 부동산 신탁업계는 상위권 몇 곳에서 과점하고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코람코자산신탁이다. 그러나 2017년부터 실적 하락하기 시작했고 2019년에도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했다. 이번 실적 악화가 2018년 LF그룹에 인수되며 겪는 일시적인 성장통인지 혹은 앞으로도 계속 실적이 떨어져 하위권에 머무를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

◉ 2019년 영업이익 기준 업계 10위, 신규 수주 실적 부진으로 진통 중

부동산 신탁사 11사는 대부분 최근 5년 간 실적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금융업계에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인정 받아 관심을 끌었을 정도다. 그러나 코람코자산운용의 실적 하락세는 2017년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하락해 결국 상위권의 자리를 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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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2년 동안 영업수익은 물론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7년에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8.8% 줄어들어 107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3.3%, 2.8%씩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실적 부진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2017년 영업수익 기준 업계 3위를 달성해 대형 부동산 신탁사로 자리매김 하는 듯 했다. 2018년 들어서며 영업수익이 2017년 대비 25.1% 상승하며 실적 반등을 꾀했으나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6.1%, 13.1%씩 하락해 실적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8년 영업이익률 36.5%, 순이익률 27.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의 수익성 지표를 유지하고 있으나 문제는 2019년 들어서며 경쟁사에 본격적으로 점유율을 빼앗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9년 매 분기마다 영업수익,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모두 감소하고 있어 업계 상위권 하락이 설명된다. 2019년 3분기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9% 하락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0.4%, 71.5%씩 줄어들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탓으로 2019년 3분기 말 영업수익 기준 11사 중 4위, 영업이익 기준 10위로 내려앉았다.

코람코자산신탁의 2014년 차입형 토지신탁은 2151억원이었으나 5년새 4420억원 가량 올라 6570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전체 수탁고가 2015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보수율이 높아 수익성이 뛰어난 차입형 토지신탁 관련 사업이 실적 견인 역할을 해 2016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2019년 업계에서 꼴찌 수준의 부진한 수주 실적을 내 수탁고가 크게 줄었다.

특히 위 그래프에 나타난 대로 2019년 들어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가 크게 줄었고 이는 곧 2019년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9년 2분기에는 차입형은 물론 관리형 신탁의 경우 아예 신규 실적이 전무할 정도로 수주 실적이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신규 수주는 줄고 종료된 건들이 늘어나며 수탁고가 계속 줄어드는 만큼 향후 영업수익 마저 감소할 것으로 보여 단순히 인수로 인한 성장통이라고 보기 어렵다.

◉ 한동안 건전성 및 수익성 악화 지속될 듯, 흥망성쇠 우려돼

2014년부터 5년간 공격적으로 늘린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최대 실적을 내는 등 흥했지만 결국 부실이 터져 대손상각비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이 계속 늘어나 신탁계정대가 늘어나며 결국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신탁업을 진행할 때 공사 마무리까지 신탁사에 책임이 있어 공사비는 계속 발생하지만 이를 메꿀 분양 수익은 추후에 들어온다. 이를 위해 고유계정 상 신탁계정대가 꾸준히 쌓이게 되고 준공 후 분양까지 성공해 벌어들인 분양 수익으로 신탁계정대를 상계할 수 있다. 하지만 코람코자산신탁은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신탁계정대가 늘어나는 것은 미분양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는 2014년 561억원, 2015년 874억원, 2016년 1735억원, 2017년 2763억원, 2018년 4189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또한 2019년에 들어와서도 매해 증가했고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279억원의 신탁계정대가 쌓였다. 신탁계정대 회수불능 예상 금액인 대손충당금도 계속 증가했다. 전년 3분기 기준 대손충당율 14.7%로 2014년 0%인 것에 비해 5년새 14.7%p가 오른 셈이다.

신탁계정대가 쌓여 이자수익이 늘며 실적이 상승한 과거와는 달리 미분양 사태로 인한 대손상각으로 큰 비용을 치루게 되었다. 2014년 5천만원이었으나 조금씩 늘어나더니 5년만에 419억원 늘어나 420억원을 대손상각비로 지출했다. 2019년 들어서도 1분기 31억원, 2분기 159억원, 3분기 275억원의 대손상각비가 발생해 실적이 크게 줄었다. 즉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이 늘자 신탁계정대의 부실로 이미 많은 비용을 치룬 것이다. 2018년 기준 코람코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는 총 48건으로 그 중 단 한 건만이 서울 지역이고 나머지는 모두 지방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 시장이 침체 되어 있는 만큼 대손상각비는 계속해서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돼 수익성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분양 사태는 분양대금의 감소를 야기하고 이로 인해 신탁계정대 중 일부를 담보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신탁계정대로 메운 후 부족한 대금을 채우기 위해 준공 이후 담보대출로 리파이낸싱한다. 이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채비율이다. 2014년 35.2%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매해 증가하더니 2018년 100%대를 돌파해 지난해 3분기 말 141.8%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이 100%이상인 상황이 지속되면 재무구조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전체 지분의 50.74%를 소유하고 있는 LF가 최대주주인 코람코자산신탁은 정준호 대표이사를 지난해 3월 선임했다. 그는 과거 코람코자산신탁에서 근무한 바 있고 부동산 신탁업계 전문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정 대표가 취임하고 차입형 토지신탁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리스크 관리에 힘쓰는 모습은 지금 당장의 실적 악화를 어느 정도 각오한 것으로 추측된다. 정 대표의 리스크 관리 정책으로 더 큰 풍파를 막고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여 지금의 실적 하락이 잠깐의 성장통으로 끝날 수 있을지 2020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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