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산업개발이 한 재건축아파트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은 지난 23일 현대산업개발의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해당 재건축아파트인 영등포구 소재 당산상아현대아파트로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사진 위에 합성한 모습이다./ 그래픽: 김인화 기자)

현대산업개발(대표이사, 정몽규)의 잠재적 위험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산업개발의 수주잔고 중 약 90%, 매출 중 약 75%가 자체분양사업을 포함한 주택공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신용평가사(이하 신용평가사)가 지난 11월에 발표한 기업평가분석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주택경기 회복으로 주택부문의 매출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주택사업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최근 더욱 증가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주택경기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주택경기의 변화에 따라 수익성 및 현금흐름 변동성의 증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중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택공급 과잉에 따른 것이 한 요인인데 올해 주택공급물량이 전년 대비 50% 가량 증가한 50만호 내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현대산업개발은 주택경기 변동에 따라 향후 실적 변동성 및 영업자산 부담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커 지속적인 모니터닝이 필요하다고 신용평가사는 판단했다.

또 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 외에 다른 건설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하나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날이 갈수록 수주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타 공종으로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는 것이 신용평가사의 전망이다.

경쟁심화가 불러온 폐해는 올해 수주한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3일 서울 용산에 소재한 본사에 경찰이 밀어닥쳤다. 현대산업개발 본사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소재 상아`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수주 전에서 경쟁사인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을 뒤로하고 높은 표차(전체 591명 중 현대산업개발 245표, 포스코건설 193표, 현대건설 123표)로 이곳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하지만 수주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이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곳 재건축조합에 이어 급기야 현대산업개발 본사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경쟁에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상품권(백화점 상품권으로 추정)을 상아`현대아파트재건축 조합원을 상대로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재건축사업 수주에서 금품살포는 수주의 표심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매우 큰 사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상아현대아파트 수주에서 금품살포가 확정적으로 드러나게 되면 수주에 대한 지위권도 잃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뿐만 아니라 최근 관급공사의 담합사실이 불거져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에 따르면 1296억 원 규모의 관급공사 입찰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의 투찰가 담합 협의로 전`현 임직원이 불구속 기소된 사실이 알려졌다.

여기에 평가보고서는 지난 2012년에 마산시와의 해양신도시사업 실시협약과 부산신항2-4단계사업의 우선협상사업자로의 선정 또 2013년 총 사업비 2조5000억 원 규모의 통영 LNG일반 화력발전소사업의 수주 등은 양호한 민자 SOC사업으로 평가되지만 수주 프로젝트의 사업진행이 지연되고 있고 또 공공 토목 부문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고 아울러 주택사업의 높은 변동성을 완충하는데 한계가 있어 현대산업개발이 향후 뚫고 나가야 할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신용평가사는 현대산업개발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유지했다. 이는 2013년 11월에 A+등급에서 A등급으로 낮춘 뒤 지금까지 이어온 등급으로 A등급은 원리금 지급능력은 우수하지만 A+나 A++ 등급에 비해 경제여건 및 환경악화에 따라 장래 원리금의 지급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음을 내포하고 있는 등급을 말한다.

※ 현대산업개발은 1977년에 설립되어 1986년 11월에 주택건설 전문업체인 한국도시개발(주)를 인수합병하면서 국내주택공사와 토목공사를 주력사업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후 1999년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되어, 현재까지 정몽규(현 대표이사)외 특수관계인 지분이 18.2%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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