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에 만든 재건축 추진위는 치유할 수 없는 하자

정비구역의 지정∙고시가 있기 전에 만들어진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그로 인한 조합 설립은 적법할까? 그리고 재건축추진위에서 재개발추진위로 그 명칭과 사업유형을 변경할 수 있을까?

지난 2011년 4월 20일 대구지방법원 행정부는 “정비구역의 지정∙고시 전에 설립승인된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무효이며 재건축조합에서 재개발조합으로 변경한 조합 또한 그 인가처분을 취소한다” 고 밝혔다.

2003년 12월 대구 남구 일대에서는 토지등소유자들이 임의로 사업시행예정구역을 지정해 87명 중 49명의 동의(동의율 56%)로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의 설립을 목적으로 한 추진위원회(이하 재건축 추진위)의 설립을 신청, 승인을 받았다.

이후 2006년 6월 12일 대구광역시장이 정비기본계획에 따라 대구 남구 일대를 정비 예정구역으로 지정하였고 이에 재건축 추진위는 2007년 12월 피고 대구광역시 남구청장에 ‘재건축 추진위의 사업유형을 주택 재개발사업으로, 명칭을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추진위원회(이하 재개발 추진위)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해 승인을 받았다. 승인 당시 이들은 변경된 운영규정에 동의한다는 토지등소유자 95명 중 60명(동의율 63%)의 동의서를 첨부했다.

2009년 4월 10일 대구광역시장은 대구 남구 일대를 주택재개발사업을 위한 정비구역으로 확정해 지정∙고시했고 재개발 추진위 또한 토지등소유자 99명 중 76명의 동의를 얻어(동의율 76%) 조합설립을 추진, 2010년 6월 25일 그 인가를 받았다. 이에 조합원 김씨를 포함한 14명 (이하 김씨 등)은 법원에 재건축 추진위 설립승인 처분 무효와 재개발 조합 설립인가 처분을 취소를 요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김씨 등은 정비구역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추진위의 설립승인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했고 이에 법원도 “추진위가 구성되려면 그 전에 토지등소유자의 범위가 확정되어야 하는데 이는 정비구역이 확정∙고시된 이후에 산출이 가능한 것” 이라며 “이 경우 추진위의 설립승인은 도정법의 취지에 반해 허용할 수 없다” 라고 판시했다.

이어 법원은 정비사업이 시행될지 여부조차 불명확한데 임의로 확정한 구역을 기준으로 추진위를 구성한 것도 문제가 있으며, 재개발인데 재건축 추진위라고 정한 것도 치유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이므로 처분의 무효 사유라고 밝혔다.

또한 이 같은 추진위가 설립한 조합의 인가처분에 대해서는 “법률상 권한 없는 자가 설립한 조합은 위법하므로 이 역시 취소되어야 할 것” 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피고는 2007년 12월에 받았던 재건축 추진위에서 재개발 추진위로의 변경승인 사실을 들며 이 때 추진위원회가 목적에 적합하고 적법하게 변경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변경승인당시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과 위원 변경에 대한 내용만이 있었을 뿐이며, 재건축과 재개발은 도정법상 사업의 목적, 시행방법, 시행자, 조합원의 구성, 규모 등에서 명백한 차이가 나므로 이 같은 변경은 승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변경승인 당시 토지등소유자의 명부가 첨부되지 않았으므로 재개발 사업에서 요구하는 토지등소유자의 개념에 맞게 동의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주민들의 동의서는 단지 운영규정의 작성에 동의한다는 취지일 뿐 재개발추진위의 구성에 대한 동의는 아니므로 이는 새로운 재개발 추진위의 설립승인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결국 김씨 등 원고들의 청구가 모두 인용돼 재건축추진위 설립승인과 재개발조합 설립인가처분이 각각 무효∙취소 됐다.

이 같은 판례는 정비사업구역의 확정 후 추진위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과 권한 없는 추진위가 만든 조합은 의미가 없음을 알게 해 주고 있으며, 재건축과 재개발은 도정법상 그 목적과 방법 등이 매우 상이해 서로 그 영역을 넘나들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 김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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