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정관 조건과 맞지 않으면 임원 될 수 없어”

조합 정관에 부합하지 않는 자는 조합 임원의 자격이 없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후, 다양한 사유에 따른 조합 임원의 자격 결정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1년 8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김씨를 포함한 3인(이하 김씨 등)이 제기한 소에서 조합장 박씨에게 직무집행정지 등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김씨 등과 박씨를 포함한 5인의 후보들은 2011년 5월 21일 열렸던 개포동 주공 1단지 재건축 조합 임시총회에서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고 이에 박씨가 최종 당선됐다.

그러나 김씨 등은 조합 정관 제15조 제2항을 들며 “정관에 따르면 임원은 피선출일 기준 최근 3년 이내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어야 하고, 사업시행구역 안에서 5년 이상 건축물 및 그 부속 토지를 소유한 자여야 한다” 며 박씨는 이 조건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록에 의하면 박씨는 2007년 6월 22일부터 2009년 9월 22일까지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개포주공1단지 아파트(이하 개포주공 아파트)에 거주했으며, 피선출일인 2011년 5월 21일로부터 3년을 역산하면 2008년 5월 21일부터 2009년 9월 22일까지 약 1년 4개월간 거주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박씨는 2009년 9월 22일 개포주공 아파트를 떠나 현대아파트로 이주, 개포주공 아파트는 하씨에게 임차했다. 이후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자 박씨는 2011년 4월 13일 다시 개포주공 아파트로 전입신고를 했고 하씨를 이주시킨 후 2011년 5월 18일부터 같은 달 22일까지 선거사무소 및 숙소로 사용했다. 또한 조합장에 당선된 이후인 2011년 6월 1일에는 다시 현대아파트로 전입신고를 했다.

이 같은 상황을 통틀어 법원은 “조합의 일원으로서 정비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고 조합원들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거주한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선출될 당시에도 정비구역 내에서 거주하고 있어야 할 실질적인 필요성이 있다” 고 정관 제15조 2항을 해석했다.

이어 박씨는 2011년 5월 18일부터 같은 달 22일까지 개포주공 아파트를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거주’하고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법원은 박씨는 개포주공 아파트 1/2 지분에 대해 소유권을 취득한 2006년 10월 2일부터 조합장으로 선출된 2011년 5월 21일 현재까지, 정관에서 말하는 ‘5년 이상 건축물 및 그 부속 토지 소유’ 요건마저 충족하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결국 법원은 “박씨는 조합 정관에서 정한 조합원의 임원 자격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다른 무효사유의 존부에 관하여는 살펴볼 필요도 없이 이는 효력이 없다”고 결정했다.

이처럼 거주 도중에 이주를 하는 등 정관에서 정한 요건을 명백히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 이는 당연히 효력이 없다. 그러나 다른 경우는 어떨까?

최근 배우자의 명의로 정비구역 내의 부동산을 20년간 소유하다가 조합이 설립되자 명의를 본인 앞으로 이전, 1~2개월 후 조합임원이 된 자를 법원에서 인정해 준 사례가 있었다.

법원에 따르면 “비록 부동산은 배우자의 명의였지만 20년간 그 정비구역에서 함께 거주, 이에 정비구역 내 조합원 및 지역사정과 긴밀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등 실질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해 온 것이 인정된다” 라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어떨까. 가족구성원들은 남겨 두고 혼자만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가 돌아온 자나, 정비구역 내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되 빈 집으로 두고 다른 곳으로 퇴거한 자 등은 조합임원이 될 자격이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 결과와 판례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박씨에게 조합장지위부존재등확인 청구사건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조합장으로서의 집무를 중단시켰으며, 구씨를 조합장 직무대행자로 선임했다. / 김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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