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끊이지 않는 한국투자증권의 사건·사고, 김남구 부회장의 폐쇄적 경영 체제에는 원인 없나

지난해 2019년은 증권가 실적이 타 업종에 비해 양호한 편이었다.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실적도 매우 양호한 편이다. 다만, 이러한 실적으로 인해 한국투자증권의 위기가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를 직시하지 못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더 큰 경영상 위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김남구 회장의 폐쇄적인 경영방식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투자증권 2019년 최대 실적 전망...반복되는 한국투자증권의 사건·사고에 빛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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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측은 2019년 초에 영업이익 1조 원 달성과 3년 내 당기순이익 1조 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 2천 746억 원을, 2분기에는 2천 440억 원, 3분기에는 1천 478억 원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투자전문가들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작년 초 취임한 이후 1년간 IB(투자은행)·WM(자산관리) 부문을 중심으로 큰 성과를 냈기 때문에,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목표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었다.

한국투자증권이 집중하고 있는 IB와 WM의 시너지 효과도 긍정적이다. 2019년 3분기 누적 수수료수익이 전년 1천 412억 원에서 54.9% 급증한 2천 187억 원을 달성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 법인들이 현지화에 성공했고, 법인영업(홀세일)과 장외파생상품시장 등 신규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 6일, 한국금융지주 자회사 한국투자증권 측에 따르면, 2019년 잠정실적 공시에서 당기순이익 709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증권사가 기록한 연간 최대 실적으로서 지난해 4993억 원 대비 42.2% 증가한 기록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영업수익)은 10조22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653억 원으로 34.3% 증가했다. 자기자본은 1년 만에 1조 원 이상 증가한 5조 4585억 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연결 순이익과 자기자본을 환산해 산출한 자기자본이익률은 14.3%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초 제시한 목표치에는 미달했지만, 괄목할만한 성장세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작년에 연이어 터져 나온 한국투자증권과 관련된 사건·사고는 이러한 실적을 빛바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좋은 성과에 가려져 리스크가 크게 부각 되지는 않았지만, 경영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징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일문 사장의 책임 소재를 지적하는 것에 이어, 김남구 부회장의 경영책임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고객 신뢰 중요한 증권업계에서 범죄혐의 관련해 연이은 압수수색은 이미지 훼손 심각해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에 세 번의 검찰 압수수색을 받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작년에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그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문제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와 관련해서도 압수수색을 받아 곤욕을 치렀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올해 11월까지 외국기업의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주선 자격을 제한받았다. 이외에도 일명 ‘유령채권’ 판매문제, 고용보험기금 대규모 투자 손실 등 연이은 논란 때문에 작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정 사장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뻔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들이 연일 언론 보도로 이어져, 대중의 관심은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상품이나 해외 투자 실적 등에 대한 관심보다는, 범죄혐의에 계속 연루된 기업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브랜드 파워와 신뢰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유령주식’ 논란으로 대형 금융사고 위험 초래... 고용보험기금을 DLS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 입히기도

작년 9월에 실제 보유 물량의 1000배에 달하는 채권 매도 주문이 증권시장에 나오는 이른바 ‘유령채권’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전산시스템 오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때 오류를 발견한 고객의 신고로 이 주문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아 시장에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체 내부 시스템에 의해 확인되어 해결된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신고로 인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자칫 2018년 삼성증권이나 유진투자증권의 ‘유령주식’ 사고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또, 지난달에는 고용보험기금을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입혀 큰 논란을 일으켰다. 고용보험기금 위탁 운용을 맡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10년물 독일 국채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에 고용보험기금 584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원금의 80%에 해당하는 476억 원 손실을 봤다.

이 사건으로 지난 6일부터 30일까지, 감사원은 한국투자증권에 조사 인력을 파견해 고용보험기금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에 의해 한국투자증권은 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사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예정대로라면 한국투자증권의 위탁 계약 기간은 오는 2023년 6월까지이다.

◆발행어음 불법대출 논란과 한국투자증권 직원 고객 돈 횡령 사건으로 고객 피해 입어

작년 상반기에는 발행어음 불법대출이라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개인 대출로 활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이러한 관련 법령을 어겨 금융당국의 징계는 물론 검찰의 수사까지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대출해 줬고, 이 자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대출로 활용되었다. 금융당국은 이것이 불법 대출이라고 결론 내고, 이로 인해 ‘기관경고’라는 징계를 내렸다. 비록 경징계에 그쳤지만, 이 사건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증권사에 대한 첫 제재를 받은 증권사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의 개인자산관리사(PB)가 고객 돈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1월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전 서구 한국투자증권 PB센터에서 근무하던 A 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고객 10여 명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 1억여 원을 무단 인출 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고수익 투자를 유도해 33명의 고객으로부터 투자금 13억여 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피해를 받은 고객은 횡령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고, 지난해 1심 법원은 피해액 8860만 원 중 약 709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동원그룹의 일개 계열사에서 재계 순위 24위로 성장시켜... 김 부회장 지배력 막대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취임 이후 괄목한 만한 성장세를 무색하게 만든 각종 사건·사고에 대해 정 사장의 리스크 관리 미흡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성과와 과오에 대한 최종 책임은 김남구 회장에게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2004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 사장에 취임한 김남구 부회장은 동원그룹의 일개 계열사였던 증권사를 현재의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성장시켰다. 한국금융지주는 국내 대기업 순위 24위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을 계열사로 거느렸던 동원그룹의 순위가 46위인 것과 비교해 보면 비약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를 주도한 김남구 부회장은 한국금융지주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지주사뿐만 아니라 각 자회사와 계열사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금융지주의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은 그룹 전체에 막강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의 20.2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자회사와 그 밖의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김 부회장 외에 특수관계인이 지주사에 대한 지분이 매우 적어 사실상 1인 지배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최대주주의 지위와 더불어 김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임원 선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인 직과 경영위원회 위원장 직도 겸직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셀프 연임’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이다.

◆한국투자증권 최고 실적 무색하게 만든 사건·사고...김남구 부회장의 폐쇄적 경영방식도 원인이라는 지적 나와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 중심의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춰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경영이 가능하다고 분석하기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폐쇄적인 지배구조 때문에,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한 경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기 어렵고, 경영상 독선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주요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회장들이 후보추천위원회나 임원추천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회장 선출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당국은 임원추천위원회에 최고경영자가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금융지주회사 중 지주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곳은 한국금융지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위에서 언급한 논란 이후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이 회추위 구성안을 바꾸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에 반해, 한국금융지주의 인사정책은 금융회사 개혁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업이 달성하는 모든 성과 중 가장 많은 수익을 누리는 최대주주 또는 최고경영자는 경영실패에 대한 비판도 가장 많이 받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이다. 지난해에 한국투자증권의 괄목한 만한 성장을 가리는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자회사의 사장 혼자 감당해서는 안될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일문 사장이 연초에 밝힌 목표 달성이 거의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연이은 악재에 따라 목표달성 여부 만큼이나 훼손된 기업 이미지와 신뢰 개선도 급한 문제”라며, “정일문 사장의 공과가 한국금융지주 전체의 성과로 연결되고 그룹 전체의 최종 결정권이 김남구 부회장에게 있는 만큼, 김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사인 증권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사건이 발생해 주목을 받은 경우를 본 적이 없다”라며, “실적 개선에만 매몰돼 내부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던 것 같은데, 김남구 부회장이 한국금융지주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만큼이나 내부 견제와 의사소통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①에 이어 다음 시간에는 ‘②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과의 경쟁 구도... 김남구 부회장의 대응책은 무엇인가’에 대해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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