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품 구매 후 박스를 개봉하면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스티커를 포장박스에 붙여 판매, 반품을 거부한 온라인쇼핑 사업자 신세계와 우리홈쇼핑에 시정조치와 과태료 25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전자상거래 특성상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에서 확인한 상품과 배송 후 실물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공정위는 “해당 조치로 온라인시장에서 상품 구매시 포장을 개봉했더라도 ‘상품가치 하락’이 없는 경우 반품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명시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한 제품의 교환 환불 규정은 어떨까.

소비자 A씨는 6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구입하고 이틀 후 변심으로 해당 매장에 교환을 요청했다. 그런데 매장에서는 상자에 경미한 구겨짐으로 인해서 교환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 소비자 A씨는 “상품 상자가 찢어지거나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훼손이 아님에도 교환 거부를 하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제품 개봉 시 교환 환불이 불가하다’는 제품상 라벨 안내에 따라 상자 개봉을 하지 않았던 A씨는 “‘상자 훼손 시 교환,환불이 어렵다’는 내용 고지 및 라벨조차 붙어 있지 않았으며, 매장 점원에게 해당 내용에 대한 사전 안내 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러한 매장 측 규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소비자권익단체와 관계기관에 이를 제보했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 A씨의 의견을 구제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한 후 환급을 요구하는 경우에 관련 규정은 기본적으로 「민법」 제3관 계약의 해지, 해제에 의하는데, 「민법」의 경우에는 해제권 발생 사유에 대해 매우 엄격하며, '당사자 일방이 채무불이행을 한 경우, 물품에 원시적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해제권이 발생한다.'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품의 하자나 사업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교환이나 환급이 아닌 소비자 사정으로 교환을 요구하는 경우 민법상 해제권 발생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경우 약관의 설명의무도 배제되므로 교환이나 환급이 불가하다는 별도의 고지를 안 한 것을 이유로 교환이나 환급 요청하기는 어려우므로 당사자 간 별도의 약정이 없을 경우 교환이나 환급은 어렵다.는 것이 한국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실제 국내 대표 코스메틱 회사의 관련 규정 또한 이를 반영한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화장품 구매시 ▲구매 14일이 경과 했을 경우 ▲구성품 사은품의 상실 제품의 씰링 제거의 경우 환불이 불가했다. 부가적으로, 화장품 교환 환불의 전제를 ‘매장에서 고객에게 바로 재판매가 가능한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고 밝히며, 상품상자가 구겨질 경우 교환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본사에서는 제품 개당 상자를 하나의 세트로 보고, 여분의 상자를 제작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브랜드에 따라 정책이 상이 하지만 통상 ▲구매 후 7-14일 경과 했을 경우 ▲구매내역 확인이 불가한 경우 ▲제품을 개봉한 경우 교환 환불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또 ‘개입상자의 훼손의 경우 교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기본 정책이라고 밝혔다. 개입상자 또한 상품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개입상자가 없을 경우 상품의 판매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논리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회사 측의 정책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일단, 교환 불가 상자 훼손의 정도와 판단기준이 판매자, 매장 직원 주관에 전적으로 달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 용기가 훼손 된 경우라 하더라도 구매욕이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상품의 구매가 필요할 경우 소비를 마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경미한 구겨짐의 경우 재판매 불가 상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상품을 담는 개입상자의 훼손이 실제 본상품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합리적 소비를 위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가령, 불가피하게 개입 상자가 훼손됐지만 환불 요청을 하는 소비자에게 개입상자의 비용 일부를 부담케 해, 제품의 교환이나 환불을 허용하는 차선책을 마련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 특성상 제품 테스트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샘플 활용도가 높다는 점은 이러한 개입 용기 훼손 제품을 매장 자체에서 판매 외 별도 용도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회사 측이 무조건 ‘상품가치감소’를 이유로 재판매 불가를 앞세워 모든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한다는 절대적 명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유통구조의 다각화와 변화로 온 오프라인 시장의 가격 경쟁력 격차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책 마련 차원에서라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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