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부회장은 대학교 4학년이던 1986년 겨울에 미국 알래스카행 명태잡이 원양어선에서 선원으로 일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김 부회장이 증권업계 오너로서 승승장구할 때 늘 함께 따라오는 미담이다. 이는 당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설과 김 부회장 스스로 결정해 원양어선에 탔다는 설이 있다. 어떤 경우이든 김 부회장의 자발적 의사가 있었고, 김재철 회장의 격려와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재철 회장도 젊은 시절 원양어선을 타고 세계를 누비며, 맨손으로 지금의 동원그룹을 일궈냈다. 그런 자신감은 평소에도 김 부회장에게 큰 모범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김 회장도 평소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경영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각종 채용설명회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때의 일을 회고하며, 본인의 경영철학이 형성된 계기를 설명하곤 한다. 김 부회장은 대학 4학년 재학 시절 공부를 하지 않아서 학교에서 잘릴 뻔하기도 했다며,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세상을 배우고 싶어 원양어선을 탔다고 전했다. 이때 하루 18시간 일하고 6시간 정도 잤다고 회고했다. 당시 4개월 동안 매일 이런 일상을 반복하며 고생한 끝에, ‘제대로’ 경영수업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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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회장은 “선원으로 일할 때 ‘이제 죽는 것 말고 땅 위에선 겁날 게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히곤 했다.

이후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의 중심인 동원산업을 승계받은 것이 아니라 금융투자업에 뛰어들었다. 김 부회장이 동원그룹의 계열사였던 한신증권(한국투자증권의 전신)에 입사한 이유로 “동원산업은 글로벌 원양어선 업계에서 이미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회사였다”라며, “여기 들어가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당시 증권사는 초창기여서 ‘이런 곳에서는 내가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젊은 시절의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업계 1위의 투자금융회사로 키워냈다. 바다에서 선장의 권력은 막대하다. 험한 바다에서 선장의 결단력과 추진력은 배에 타고 있고 모든 선원의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과감한 경영 스타일로 김 부회장은 지금껏 한국금융지주를 성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많은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을 인수하며 성장했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하며 대규모 증권회사로 발돋움했다. 기업 인수 합병은 양적으로 신속하게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편이지만, 위험부담도 그만큼 크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과감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토대로 지금의 그룹을 만들어 냈다.

김 부회장은 비록 재벌 2세지만, 평사원으로 시작했고, 비금융권 출신임에도 국내 최고의 투자금융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모기업이었던 동원그룹보다 대기업순위가 더 높다. 이러한 성공 신화를 써내려 온 김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능력에 확고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이러한 성공이 때로는 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부회장은 최근 이사회 내에서도 여러 겸직을 통해 자신의 권한을 강화했다. 최근 대기업 오너들이 자신에게 집중된 경영상 권한을 분산시키고, 대내외로 견제와 감시를 할 수 있는 기관의 권한을 늘리는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 기업 지배력 강화에는 집중하면서도, 기업 내 윤리강화와 책임경영에는 등한시하는 모양새다.

또한, 김 부회장의 성공 경험들은 실패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외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작년 한 해 한국투자증권과 관련한 많은 사건·사고에 대해서도 김 부회장은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하다. 한국투자증권 관련해 기업 이미지 실추나 경영상 위험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으며, 개선책과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잘 언급하지 않는다.

누적된 기업의 나쁜 이미지는 좋은 실적을 덮고도 남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기업의 실적을 쌓는 거 만큼이나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를 형성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좋은 실적만으로는 주주와 기업 구성원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김남구 부회장의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가 될 수도 있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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