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의 개정으로 좀더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했던 법안이 시작도 전에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사진은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성북구 장위뉴타운 전경)

오는 3월이면 재건축 재개발사업에서 시공사선정을 앞당길 수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개정안이 시행된다. 조합이 조합원 과반수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시공사와 함께 공동시행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사업시행인가 이후가 아닌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선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법안이 시행되면 3월 말경 ‘도시 주거환경정비조례’를 개정하여 조합이 공동시행방식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데, 이와 관련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안 개정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3월부터 법안이 개정된다는 것을 이미 관련업계는 상당부분 알고 있다. 지난 9월 이미 관련법이 개정됐고 오는 3월부터는 연관한 시행령 시행규칙의 개정이 이뤄지면서 법이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관련해 관련 조합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게 구청관계자의 설명이다.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공동시행방식에 관해) 아직까지 그와 관련한 문의가 한 차례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재건축 인허가 담당자조차 “공동시행방식에 관련해서는 시에 물어보는 것이 빠르다”고 할 정도로 관련 사항에 별다른 반응과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송파구청 또한 “공동시행방식에 대해 문의한 조합은 아직까지 한 곳도 없었다”며 “사업성이 좋은 상태에서는 공동시행방식을 (조합이)선호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담당자의 말대로 사업성이 좋은 곳이기 때문에 문의가 없는 건가. 그래서 성북구청, 강북구청, 중랑구청, 서대문구청 등에 다시 문의했다.

강북구청은 “공동시행방식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이 SH와 함께 시행하는 곳이 있다”며 “이곳은 사업성 문제로 오랫동안 시공자선정이 안됐던 곳으로 그 외 지역의 조합에서는 관련한 문의가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중랑구청에서는 “대부분의 구역들이 사업을 추진한지 오래되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로 시공사 또한 선정해 놓고 있어 공동시행방식에 대해 문의한 조합은 아직 없다”고 했다.

서대문구청 또한 “가재울뉴타운이나 북아현뉴타운지역 대부분이 사업인가를 받은 상태다”며 “가재울8구역만 아직 조합상태로 공동시행에 관한 문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문의한 결과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공공관리제도로 해서 시공사선정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시공사의(자금을 지원해 준다는 이유로 인해) 지나친 권한을 없애 공사비 인상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그런데 정부가 시공사선정을 앞당기는 빌미를 만드는 것은 사업을 오히려 어렵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시공사 등의 민간업자의 볼멘소리를 들어주게 됐기 때문에 이런 법안이 생기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법안 개정 과정은 국민이나 민간업자가 의원들에게 민원을 제기하고, 의원들은 다시 정부에 그 민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법안이 마련되는데 이번 공동시행방식에 대한 도시정비법 개정도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 아니냐는 게 관련업계의 반응이다.

중요한 점은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조합 입장에서 시공사선정은 하루 빨리 이뤄지는 것이 좋다. 서울시와 같이 사업시행인가까지 가기 위해서는 도시계획과 관련한 설계업자의 도움이 절실하고 또 행정적인 문제를 처리해 줄 정비업자의 도움 또한 필요하다.

한데 그 용역비용이 사업 규모에 따라 수십억 원에 달해 추진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도시정비기금’을 통해 융지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추진위원장 또는 조합장 본인이 보증을 서야하는 문제는 결코 결단을 내리기 쉬운 것은 아니다.

이런 와중에 공동시행방식의 법안 개정은 마른 땅의 단비와도 같은 제도일 수 있다. 하지만 강남과 송파, 서대문, 중랑 등 일선 구청 담당자의 말은 시큰둥하다.

이미 조합까지 왔고, 다음 단계가 사업인가인데 그 때까지 길어야 1년여 정도고 그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동시행방식은 조합원 동의 과반수 이상을 별도로 얻어야 하는데, 동의 얻기가 쉬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합에서 무슨 일을 추진하려면 조합원의 동의요건을 맞춰야 하는 것은 필수사항이다”며 “문제는 동의 받는데도 자금이 필요하고 또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면 일부 반대 조합원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과정이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설명하자면 조합의 입장에서는 조합인가 이후 사업인가이니 크게 문제될 것이 없고 또 무엇보다 반대 조합원의 눈총을 받아가며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얘기다.

한 정비업체 대표 K씨는 “일부 사업이 잘 안 되는 몇몇 조합에서 공동시행방식으로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는 있다”며 “하지만 이것은 사업성이 극히 낮은 곳의 얘기일 수 있고 강남 서초 송파 등 우량의 사업지는 공동시행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곳은 찾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이주성 소장 또한 "공동시행방식이라는 것이 시행사와 시공사간의 공동시행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양측에) 어떤 이익이 있는지, 또 어떤 절차를 거쳐 시행해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관심을 갖고 일선에서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이번 법안 시행에 대해 “정비사업의 추진이 늦어지는 데는 무엇보다 자금흐름이 원활치 않은데 하나의 이유가 있다”며 “그런 자금흐름은 곧 사업추진과 연관이 있어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번 공동시행방식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말했다.

※취재후기: 공동시행방식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가능하다. 해서 서울을 제외한 인천, 경기, 5대광역시, 지방 등에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조합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인데, 서울지역만 그 다음절차인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선정이 가능하다. 결국 이번 공동시행방식에 관한 법안은 서울을 대상으로 제도적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것인데, 정작 서울지역은 그 제도에 시큰둥하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수정)2016년 1월 20일 1시 56분PM에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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