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길이 보일 듯

사진 속 인물 안랩 권치중 대표

[보안기업 건전성 검증 ②안랩] 안랩(권치중 대표)은 1995년 3월 15일 설립되었으며 2001년 9월 1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지배기업인 안랩은 통합 보안 기업으로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개발한 솔루션과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컨설팅-솔루션-관제 등 시큐리티 라이프 사이클 상의 서비스를 자체 역량으로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통합 보안 업체로 소개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크게 증가해 주목 받았다. 그러나 2018년 일본 법인의 적자로 전환하고 중국 법인은 자본 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몇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이루지 못해 장기적인 성장 발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또한 전체 매출액 중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 3.5%에 그치며 10년 넘게 공 들이고 있는 해외 사업에 대한 과제는 미해결 상태다.

◉ 5년새 영업이익률 4.4%p 증가, 국내서 열심히 벌어 해외 법인 손실 땜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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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상용화 등으로 인해 국내 보안 업계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수익이 꾸준히 상승했다. 안랩 역시 마찬가지로 실적이 계속 늘어나 2018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59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단순히 외형 성장에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수익성도 크게 좋아졌다. 201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6.7%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나 2년만에 10%대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11.1%를 달성해 매년 성장해 왔다.

안랩은 2002년 일본, 2003년 북경에 최초로 현지법인을 설립해 연결대상 종속기업으로 사업 실적 등을 공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두 현지 법인에서의 사업 성과는 국내 시장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일본 법인은 파트너사 MTI와 함께 일본 B2C 시장에 멀티 OS, 멀티랭퀴지, 멀티 디바이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펼치는 등 보안 솔루션 및 서비스 제공을 주요사업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4년간 매출액은 늘어나는 듯 싶었으나 수익성은 여전히 낮다. 심지어 2018년에는 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중국 법인의 실적도 마찬가지다. 중국 법인은 기업, 정부, 공공기관, 교육 기관 수천 개 사이트에 대표 제품을 공급하는 등 보안 솔루션 제공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다행히 2018년 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하긴 했으나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것을 감안하면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중국 법인의 또 다른 문제는 자본 잠식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자본 잠식의 폭이 계속 줄어드는 듯 보여도 7년 내내 자본 잠식에 빠져 있다는 것은 다소 큰 문제로 받아 들여야 한다. 오랜 기간 재무 구조가 매우 위험한 상태에 머물러 있어 결국 국내 시장서 일궈낸 실적을 해외 법인 실적의 구멍을 막는데 쓰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실제 2016년 미국 법인을 철수한 이력도 있는 만큼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중국 법인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랩의 판매 경로별 실적만 보더라도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이전만 해도 수출이 전체 매출액 중 5%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73억원에 달했던 2014년 수출액은 이듬해 32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어들어 수출액의 비중은 2.3%로 급감했다. 2017년 53억원의 수출액이 발생해 3.5%로 비중이 늘어나는 듯 했으나 이는 5년 전의 비중에 비해 2%p 가까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수출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다만 지난해 3분기 들어 약 59억원 가량 수출이 이루어지며 4.8%로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다행히 2019년 수출 실적의 비중은 전년 대비 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들인 해외 사업 성과가 부진해 그야말로 우물 안의 개구리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 2019년 3분기 현금성자산 2018년 말 대비 57% 줄어, 원인은?

지난해 안랩의 현금흐름표 상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현금흐름이 현저히 감소해 현금및현금성자산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2018년 말 약 353억원에 달해 상당한 현금 보유액을 자랑했으나 1분기 만에 113억원 가량 줄더니 2019년 3분기 말 152억원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그간 주력 제품인 V3의 제품이 안정적으로 팔리며 안정적으로 현금 창출을 기반으로 운영되어 왔다. 투자 확대로 인한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순지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감소가 현금이 줄어드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순지출의 확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기업 가치의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했으며 2분기, 3분기에도 각각 45.9%, 45.8%씩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줄어든 것은 당기순이익이 계속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9년 1분기에는 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 늘었으나 금융 비용의 증가로 인해 2분기, 3분기에는 각각 18.4%, 71.3%씩 줄어들었다. 2019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약 139억원으로 2018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인 169억원에 비해 약 3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이 2018년 3분기 236억원에서 2019년 3분기 145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고스란히 현금 흐름의 감소로 이어졌다.

순차입금이란 보유 차입금을 현금및현금성자산으로 다 상환한다고 가정했을 때 남는 차입금을 뜻한다. 안랩은 오랜 기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무차입 경영으로 재무 건전성을 탄탄하게 가꾸어 왔다. 다만 2018년 말 순차입금이 -153억원이었으나 2019년 3분기 -6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기술 등의 투자가 활발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유동성이 높은 현금및현금성 자산이 줄어들면 필요한 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다만 2019년 3분기 말 유보율이 4183.7%를 기록하는 등 기업 안정성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투자 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최대주주가 설립한 안랩은 업계 매출액 기준 2위의 명성을 자랑하는 대형 보안업체다. 안철수 전 의원은 10년 넘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권치중 CEO를 선임해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안 전 의원이 전체 지분의 18.57%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가 있는 만큼 완벽한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실제 안 전 의원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7%에 달하는 16억7400만원을 배당 수익으로 챙겼다. 상장된 기업인 만큼 정치적 이슈로 기업의 경영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시 반사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독립성이 결여된 지분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정치적 이슈의 영향을 덜 받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를 올리는 것이 안랩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즉, 우물 안의 개구리를 벗어나야 성장의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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