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그래핀 연구로 한국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할 필요 있어

[나노기술을 말하다⑤_뉴스워커 창간 오피니언] 2019년 12월 ‘KERI(한국전기연구원)’는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를 개발하여 관련 기술을 착수 기술료 5.5억 원, 경상기술료 1.5%의 조건으로 국내 기업인 ‘대성금속’에 이전했다고 밝혔다.

-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로 전도성 잉크 분야에서 일본 의존도 낮춰

KERI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대성금속은 2019년 12월 기준 월 1t정도의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 생산 설비를 구축했으며 2020년 1분기까지 월 10t정도까지 시설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번에 기술 이전한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는 ‘전도성 잉크’ 제품으로 태양전지, 플렉시블 PCB, RFID 안테나 등 수많은 전자기기의 배선, 회로와 전극을 제조하는 데 폭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전기 전도도가 높고 산화가 잘 되지 않는 장점이 있어 귀금속인 ‘은(Ag)’을 기반으로 한 전도성 잉크 제품이 많았으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국내 전도성 잉크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점유율이 높은 편이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 KERI 나노융합연구센터 ‘이건웅’, ‘정희진’ 연구팀은 구리와 그래핀을 활용한 새로운 전도성 잉크 제품을 개발했다.

‘구리(Cu)’는 은에 필적하는 전기 전도도를 가지고 있고 가격 또한 1/10 수준으로 저렴하여 은의 대체재로 주목받았지만, 녹는점이 높고 공기에 노출되면 쉽게 산화되어 전기가 흐르지 않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전도성 잉크의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전기 및 열 전도성이 우수한 나노 소재인 그래핀으로 구리의 산화를 방지하여 기존의 전도성 잉크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액상합성법’을 적용하여 제조한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로 잉크와 전극을 제조할 때 그래핀 산화 방지막이 구리에서 이탈하지 않았으며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구리의 산화를 안정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에는 마이크론 크기의 비교적 저렴한 상용 구리 입자가 사용되어 가격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으며, 구리 입자의 크기 및 형태를 조절하여 다양한 전기 전도도를 갖는 패턴 전극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ERI의 이건웅 박사는 구리 잉크의 산화에 의한 전기적 불안정성을 나노 소재인 그래핀으로 해결할 수 있어 제품이 상용화될 경우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KERI는 대성금속에의 기술 이전 이후에도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 후속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혀 향후에도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

- 코발트-그래핀 촉매 개발로 과산화수소 생산효율 8배 UP

지난 1월 14일 ‘IBS(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의 ‘현택환’ 교수와 ‘성영은’ 교수 연구팀은 ‘유종석’ 서울시립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과산화수소(H2O2)’ 생산효율을 8배 향상시키고 기존 귀금속 촉매와 비교하여 가격이 1/2000 수준인 코발트-그래핀 촉매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2차원 그래핀 위에 ‘코발트(Co)’ 입자를 올린 형태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발트-그래핀 촉매는 하루 동안 촉매 1kg를 사용하여 과산화수소 341.2kg을 생산할 수 있으므로, 이는 기존 Pd HHADA5/C 촉매를 하루 동안 1kg 사용하여 과산화수소 41.1kg 생산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약 8배 이상 높은 생산효율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기존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촉매는 귀금속인 ‘팔라듐(Pd)’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이 많아 고가의 가격을 형성한데 반해 코발트-그래핀 촉매는 탄소, 산소, 질소, 코발트 등 저렴한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어 1/2000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발트-그래핀 촉매는 안정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연구팀은 개발된 촉매가 110시간 이상 수행된 실제 과산화수소 생산 실험 이후에도 99% 이상의 초기 성능을 유지하여 기존 제품들보다 물질 안정성이 탁월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현택환 교수는 이번 촉매 개발이 세계 100대 산업용 화학물질로 평가받을 정도로 사용량이 많은 과산화수소 생산 효율을 증가시키고 한층 더 경제적인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므로 한국 산업 발전에 적지 않게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에 개발된 코발트 그래핀 촉매 관련한 논문은 ‘네이처 머테리얼스(Nature Materials)’ 1월 14일자에 게재되었다.

- 인공번개로 고품질 그래핀 생산 가능성 열리다

2019년 12월 19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김명종’, ‘김남동’ 연구팀은 인공번개의 일종인 아크방전을 이용하여 고품질 그래핀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크방전을 이용하여 고농도의 질소가 도핑된 그래핀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는데, 이 그래핀은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 저장능력이 기존 탄소 전극의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대용량 충전이 가능한 ‘슈퍼 커패시터(super capacitor)’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슈퍼 커패시터는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자가 탄소 소재에 흡착되고 탈착되는 물리적 성질을 이용하므로, 급속충전과 순간적으로 고출력 전기의 방전이 가능하며 수명이 반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반 배터리에 비해서 에너지 저장량이 낮아 수퍼 커패시터는 상용화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그래핀에 고농도 질소를 도핑하여 기존 탄소전극 대비 전하저장능력이 2~3배 향상되게 했으며 단위면적당 충전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여 슈퍼 커패시터 개발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명종 연구원은 슈퍼 커패시터가 거대 발전소를 대신해 지역별로 분산된 발전소에서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친환경 발전 시스템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이번 고품질 그래핀 개발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혁신과 다양한 에너지 소재 개발에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2004년 영국의 연구팀이 흑연에서 그래핀을 추출하는데 성공한 이래로 그래핀 관련 연구는 지속되어 왔는데, 한국 또한 그래핀 관련 응용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나노 기술은 한국 산업 발전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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