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전국적 확산에 따라 대외 활동을 자제하려는 사람들의 소비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배달음식 주문이 평소보다 늘어나고, 대형마트에서 생필품과 식료품을 대량으로 사재기하며, 온라인몰 배송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른 소비형태의 변화는 코로나 사태 전과 후의 사람들의 일상과 관심사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지난 27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남양유업 제품 관련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코로나 19의 사재기 열풍에도 남양유업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남양’만 안팔림 이란 제목의 글과 한 장의 사진이 게시됐다.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은 국내 한 대형마트의 유제품 코너의 모습이다. 소비자들의 사재기 열풍으로 칸칸이 빈 가운데, 특정 회사의 제품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는 것.

누리꾼의 제보에 따라 주택가와 오피스 밀집 지역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를 찾아 사정을 알아봤다. 전철역과 이어지는 계단에서부터 마트 방문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매장 직원은 한 명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오후 3시로 예정된 마스크 한정 판매로 긴 대기행렬이 가로 늘어 서 있었다.

잔뜩 담긴 물건을 카트에 담은 방문객들 틈 사이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식료품 코너 한켠 측면 냉장칸에 위치한 유제품 진열대를 확인했다.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트 자사 PB(독자적 개발 브랜드)상품 유제품은 거의 팔린 듯 보이지만 서울우유나 매일우유, 남양우유 등은 아직 진열대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다만, 남양유업 제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독 남양 제품만 안 팔리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우유 진열대 사진이다. 위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과는 달리 타사 제품도 눈에 띄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남양유업의 제품이 좀더 많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물론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사진 속 지역은 서울시 동작구였으며 기자가 확인 한 곳은 영등포구였기 때문이다.

홀로 혹은 일행과 동행한 소비자들이 카트를 끌거나 장바구니를 들고 냉장칸 앞으로 모여들었다. 소비자들이 저마다 우유를 선택 할 때 소요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른 식료품과 달리 직원의 도움이나 안내를 받는 사람도 드물었다. 다만, 지체없이 평소 구매하던 우유를 선택해 바구니에 담았고, 자녀의 손길이 처음 닿는 제품을 바로 받아들었다. 소비자들의 시선이 닿지 않은 곳의 우유는 용기 전면에 화려하게 표기된 각종 영양소와 ‘유기농’ ‘자연방목’ ‘특허인증’ ‘까다로운 우유품질 기준’등의 광고문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지 말자’ 혹은,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것. 그것이 당신이 된다.)라는 말이 상기되는 순간이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과 욕구로 식품을 선택하는 것에서 나아가 소비자들은 소비에 어떤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품을 구매할 만큼 제품 맛과 질의 경쟁력이 타 회사 제품을 능가할 만큼 탁월하지는 않다는 방증은 아닐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때 아닌 사재기 열풍 속에서 이 같은 마트 유제품 진열대의 회사별 로 다소 대조된 잔여상품의 모습은 여러 의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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