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명의로 원색 비난이 담긴 담화를 발표하며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비난 가득한 담화 내용을 볼 때 남북간 협력 사업은 물론 당분간 관계 개선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3일 북한의 화력전투훈련을 비판한 청와대를 겨냥한 담화를 밤 늦은 시간 발표했다. 김 제1부부장의 명의로 나온 담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 김여정, 첫 담화 발표하며 靑 겨냥해 원색 비난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 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나 국방부가 자동응답기처럼 늘 외워대던 소리이기는 하다.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군사장비를 사오는 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보기 싫은 놀음은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3월 예정했던 군사연습(한미 연합훈련)도 남조선에 창궐하는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가 연기시킨 것이지,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합동군사훈련의 연기가 청와대의 자의적인 결정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연기라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더 나아가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그렇게도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가” 등의 비아냥과 조롱을 퍼부었다.

◆ 靑 “지금 할 말은 없다”…김연철 “남북관계 상호 존중 필요하다 생각”

김 제1부부장의 명의로 담화가 나온 부분도 주목할 부분이지만, 그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최측근인 점을 볼 때 이같은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예상치 못한 김여정의 담화에 “지금 할 말은 없다”고 답변을 아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할 말이 없다”며 “3월 2일 관계부처장관회의를 통해 북한 발사체 발사와 관련된 청와대와 정부 입장을 밝힌 바 있으니 그 입장을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이라며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역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이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남북관계에서는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 정세현 “김여정 나선 맥락 생각하면 불편한 관계 오래 갈 수도 있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원색적인 비난 담화와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치를 주목하며 남북관계가 당분간 좋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이 제가 볼 때는 김정일하고는 좀 다른 것 같다”며 “김정일은 앞에서는 그렇게 하고 뒤로도 물밑대화 같은 것도 할 수 있는 그런 정도로 유연성이 있었는데 김정은은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 쪽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그런 점에서는 지금 김여정이 이렇게 나서게 된 그 맥락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이런 불편한 관계가 상당히 오래 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며 남북관계가 쉽사리 화해 급물살을 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북한 개별관광, 코로나19 남북 방역협력 등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고심 중인 가운데 이같은 담화가 발표되며 고심이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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