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을 시작 했던 첫 회식 날, 나의 부장님은 그러셨다.

“기자가 왜 되려고 그러니? 기자는 외로운 직업이야..”

그땐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그러나 한 줄 써 내려간 기사가 차곡 쌓일 때마다

그때 건낸 부장님의 말 속에 담긴 뜻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취재원의 냉소와 경계 비협조 당사자의 격앙된 반응과 시선들,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 앞에서 맞딱들인 매 순간마다 징검다리 하나씩을 건너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었다.

수습 딱지를 떼기 얼마 전날, 이제 기자로서 웬만한 건 다 경험해본 것 같은데

아직 더 남았나요? 낯선일들이?라는 뭣모르는 내 질문에 부장님은 “아직 한 참 멀었다”하셨다.

세상에 알려져야 할 진실과 , 세상에 알려 질 수 있는 사실과,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갈등의 시간을 꽤 많이 거친 뒤에 알게 된 어느 기업 관계자는 “간혹, 기자답지 않은 기자를 만나게 되면, 참 씁쓸할 때가 있다”는 말을 내게 건넸다. 과연 ‘기자다운 기자’란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오면 빗속을 걸어가라.”

정호승 시인의 유명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돌아보면, 나는 기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고, 기사를 쓰는 것이 업인 사람이어서 외로웠던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한동안 일에 치우쳐 일상을 챙기지 못했던 어느 날, 오랫동안 교류하지 못했던 친구가 고대하던 임신 소식을 전해왔다. 봄에 찾아올 아이의 태명은 ‘봄별’이라며 봄별이 엄마가 될 내 20년 지기 친구는 기자 일을 하고 있다는 나에게 한마디를 건냈다.

“좀 고되더라도 사회의 진실을 봄별이에게 전해주는 멋진 이모가 되어줘~!”

마감에 급급해 허덕이는 하루를 끝마치고, 언젠가 만날 봄별이가 내딛는 그 세상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사회가 되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거기에 작은 주춧돌 하나 올려놓겠다는 의지로 그렇게 작은 기여라도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의 그 외로움 일랑 그래도 괜찮다며 애써 마음을 다독여 본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젊은 시절 기자 일을 했다던 이낙연 전 총리의 영원한 스승이었다는 분이 생의 마지막 남긴 그 명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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