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과 김홍국 회장, 지배구조를 보다_② 올품] 올품 소유주 장남 김준영, 하림그룹의 실소유주로 떠오른 배경
[하림과 김홍국 회장, 지배구조를 보다_② 올품] 올품 소유주 장남 김준영, 하림그룹의 실소유주로 떠오른 배경
  • 이혜중, 신대성 기자
  • 승인 2020.03.1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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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하림과 김홍국 회장, 지배구조를 보다_② 올품과 장남 김준영] 김홍국 회장이 선물로 받은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한 양계 사업은 ‘하림’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림그룹은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렇게 덩치가 큰 한 그룹의 최 정점은 비상장사인 ‘올품’이 있다.

한 그룹의 통제권을 발휘하는 올품은 지난 2012년 김홍국 회장으로부터 장남 김준영 씨로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사실 하림그룹은 경영권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등 오너리스크의 온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여러 번 타깃으로 지목될 정도로 내부 사정이 투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너리스크로 잦은 구설수에 바람 앞의 등불 신세로 전락한 하림그룹의 핵심인 ‘올품’에 대해 알아본다.

◆ 손 안대고 코 푸는 격 2세 경영체제 정비, 오너리스크 자초

하림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2세 경영 체제로 변화를 겪는 격변의 시기를 거쳤다. 그간 지주사 위에 다른 지주사가 위치한 ‘옥상옥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 받아 이를 개선해 하림지주로 단일 화 시켰다. 하림지주가 제일사료, 하림, 선진, 팜스코, 팬오션, 엔에스(NS)쇼핑 등을 통제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하림그룹의 최상위 기업은 김홍국 회장의 아들 김준영 씨가 100% 소유한 올품이다.

김홍국 회장이 하림지주의 지분 22.64%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인베스트먼트가 19.98%, 올품이 4.3%, 배우자인 오수정 씨가 3.00%로 뒤를 이었다. 한국인베스트먼트는 올품이 100%를 보유하고 있어 올품이 최상위 지배기업과 다름없다. 그리고 올품의 주식을 2012년 김홍국 회장으로부터 김준영씨가 100% 증여 받았으며, 실질적으로 약 24.28%의 지분율을 기반으로 하림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차지했다. 즉 아버지 김홍국 회장보다 훨씬 더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게 돼 자연스레 2세 경영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그러자 2012년 20세인 김준영 씨가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인 하림그룹을 거느릴 수 있는 위치에 오른 것이 결국 편법 승계 덕분이 아니냐는 비난에 휩싸였다.

2세 경영 체제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물약품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던 구 한국썸벧판매(현 올품)는 한국썸벧을 분리시켜 이를 지배하는 한국썸밷판매로 물적분할 했고 기업의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2011년까지만 해도 김홍국 회장의 소유였던 한국썸벧판매는 이듬해 아들 김준영 씨가 100% 지분을 증여 받게 됐다. 물적분할이 경영권 승계 과정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사실 구 한국썸벧판매는 2010년 84.9%, 2011년 79.3%의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를 유지해 계열사 간 매출 거래 없이는 성장이 어려운 회사였다. 가뜩이나 일감몰아주기에 의존해 실적을 내던 회사를 물적분할을 통해 규모와 지분 가치를 줄여 2012년 증여에 보다 유리한 상황을 마련해 경영권 승계의 포석을 마련한 것으로 의심 받았다. 결과적으로 구 한국썸벧판매의 지분이 아들 김씨에게 넘어간 뒤 다음 행보는 계열사 인수 합병이었다. 증여 전 갑작스러운 물적분할로 기업의 덩치를 줄이더니 증여 후 곧바로 계열사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 8월 설립되어 양계, 축산업 가공판매와 축산물 수출입업 등을 주요 영업으로 하는 올품은 구 한국썸벧판매에 인수되기 전인 2011년까지 매출액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회사였다. 당시 제일홀딩스가 100% 소유하고 있던 이 회사는 무슨 이유에선지 물적분할이 이루어진 2010년을 기점으로 매출 상승과 달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빠르게 감소했다. 그러더니 인수합병 직전에 45억 원의 영업손실과 3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실적 악화는 인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자본 총액이 2011년 830억 원, 2012년 692억 원에 달하는 올품을 당시 783억 원을 주고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 회사의 경우 자본총액의 최소 2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헐값에 팔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리고 동물약품제조를 주요 영업으로 하는 구 한국썸벧판매와 올품의 사업 상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하림 측은 이를 놓고 시너지 효과를 위한 합병이라고 설명했지만 두 기업의 만남을 원론적인 답변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또한 매출액 규모가 더 큰 올품이 흡수된다는 것도 납득이 어려운 점이다. 2012년 구 한국썸벧판매는 86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올품에 비해 3.4배 가량 매출 규모가 작았다. 흡수합병 전 올품을 전량 보유했던 제일홀딩스 입장에서는 비교적 손실을 감수하고 구 한국썸벧판매에 넘겨준 것과 다름없어 결국 2세 경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계열사 간 밀어주기 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또한 내부거래에 의존하다시피 운영된 구 한국썸벧판매가 올품을 인수함으로써 내부거래 비중을 눈에 띄게 줄이는데도 성공했다. 올품은 내부거래가 거의 전무했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구 한국썸벧판매가 올품을 인수한 후 지금의 사명, 올품으로 변경한 후 하림홀딩스가 53.33%, 제일홀딩스가 46.67%씩 보유하고 있던 에코캐피탈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역시나 잡음이 발생했다. 인수가격이 440억원에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에코캐피탈이 인수되기 3년 동안의 실적 추이를 보면 매출액과 함께 영업이익 및 순이익이 꾸준하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수가 이루어진 2014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6.8% 줄어들어 다시 한 번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인수가 이루어진 당해 말 기준 자본 총액이 512억원인 점을 감안했을 때 440억원의 인수가격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경영권 프리미엄 최소 20%를 적용한다 하더라도 최소 600억원 이상의 인수가격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에코캐피탈은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었던 기업이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자본 총액의 20%만큼만 인정한다 하더라도 에코캐피탈을 매도하는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가 최소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안한 것이다.

지분 증여 2년 전만 해도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은 매출액 814억원, 영업이익 및 순이익 각각 89억원, 127억원 수준의 소규모 회사였다. 그러나 지분 증여 후 계열사 내 알짜 회사인 올품과 에코캐피탈을 차례로 인수하며 2년 만에 매출액이 4.3배나 늘어나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하림 측의 설명대로 과정 중 불법적인 거래는 없었다 하더라도 물적분할, 지분 증여, 내부 거래 비중이 거의 없는 알짜 회사 두 곳을 흡수하는 일련의 과정 끝에 결국 김준영 씨로 하림 그룹의 통제권이 넘어간 것은 사실이다. 김 씨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를 푼 격으로 경영권을 물려받게 된 것이고 이 과정에서 아무리 불법이 없었다 한들 오너리스크라는 사면초가에 마주치게 되었다. 과거와 달리 대기업에 대한 시각이 점점 달라지고 있는 만큼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기업이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 공짜에 가까운 증여세, 회사 재원 사용해 납부 의심 받아

지분 증여 과정 뿐만 아니라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증여세 금액과 납부 방식이다. 시가총액 10조원으로 추산되는 그룹을 올품의 지분만으로 실질적인 통제권을 쥐게 되었지만 당시 부과된 증여세는 고작 100억원이었다. 이는 시가총액의 0.01% 수준으로 사실상 공짜로 2세 그룹 통제권을 물려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100억원의 증여세를 두고도 편법 승계 논란은 좀처럼 불식되지 않는 이유다.

공짜에 가까운 증여세를 회사 재원으로 마련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도마에 올랐다. 올품은 2015년 12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2016년 1월 중 보통주 6만2500주를 주당 16만원에 매수해 소각하는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발행주식수가 기존 20만4000주에서 14만1500주로 줄었고 자본금도 20억4000만원에서 14억1500만원으로 줄었다. 해당 지분 100%를 소유한 김준영 씨만 참여한 주주총회에서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해당하는 유상감자를 결의한 점과 김준영 씨가 받게 된 금액이 딱 100억원이라는 점에서 공분을 산 것이다. 증여세 마련을 위해 회사 재원으로 충당했다고 생각하기 충분했다. 이에 대해 하림 측은 2012년 증여 당시 이미 연납을 신청한 상태였고 유상감자 후 얻은 100억원은 금융권에서 차입한 금액을 상환하는데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상감자 직후 계열사인 NS쇼핑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대구은행에서 10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다시 말해 유상감자로 받은 100억원의 출처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유상감자 당시 주당 16만원으로 주식 가격이 책정된 점도 액면 가격인 1만원에 비해 차이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유상감자가 시행된 2016년은 올품의 매출액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액면가격에 비해 높은 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증여 당시 지분 가격이 베일에 싸이며 해당 가격의 책정 과정의 투명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졌다.

우리나라는 오너 일가가 경영권과 함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하림 그룹 측의 수많은 인터뷰를 보면 편법 승계 논란 등에 대해 회사가 성장하지 않았다면 논란도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불법적인 과정도 없었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오너리스크 하나로 한 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이른바 ‘재벌기업’에 대한 시선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아직까지 김준영 씨가 경영 일선에 오르지 않았지만 지분율만 놓고 봤을 때 이미 이해관계자로 얽혀 있는 관계다. 따라서 향후 올품을 통한 하림그룹에 대한 통제권 발휘 여부는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불법적인 부분이 없었다는 해명보다 투명한 거래만이 각종 비난에 대한 진실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림과 김홍국 회장, 지배구조를 보다_올품과 장남 김준영에 이어 다음 편에는 엔에스쇼핑에 대해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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