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배신감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이 말은 16일 일부 몇몇 매체가 보도한 권홍사 회장 측의 한진그룹과 관련한 반박자료에서다.

권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급작스런 타개 이후 조원태 회장의 도움 요청으로 만남이 이뤄졌는데 이 만남은 부친의 갑작스런 타개로 시름에 빠져있는 조원태 회장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 측은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이 한진그룹의 ‘명예회장’직을 포함해 경영참여를 요구하는 협박성 말을 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권 회장은 이에 대해 “배신감에 할 말을 잃었다”라고 표현했다.

권 회장 측과 조 회장 측의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하나는 ‘언제 만남은 이뤄졌는가’며 다른 하나는 ‘누가 만남을 요청했느냐’이다. 이 두가지 서로 다른 주장이 모든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만난 시점이 중요한 것은 권 회장이 소유한 한진칼의 지분율 때문으로 보이며, 누가 요청한지가 중요한 건 만남의 목적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 만남 ‘여름과 가을인가, 겨울(12월)인가’


조원태 회장 측에 따르면 권 회장과 조 회장과의 만남은 권 회장 측의 요구에 의해 지난 12월 10일과 16일 서울 임페리얼호텔에서 두 차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한진그룹의 명예회장 후보자 추천’, ‘한진칼 등기임원이나 감사 선임’,‘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 참여’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 회장 측은 조 회장을 만난 것은 ‘여름과 가을’ 두 차례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 회장 간에 만난 시기가 중요한 것은 권 회장 측의 주장대로 조 회장을 여름과 가을에 만난 시기는 대호개발 등 반도건설 자회사 등이 한진칼 지분을 2~3% 소유한 시기이며, 조 회장 측의 주장대로라면 권 회장 측이 한진칼 지분 6.28%(12월 6일 기준)를 소유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권 회장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의 이유에 당시(조 회장을 만난 시기) 권 회장 측의 한진 관련 지분율은 2~3%에 불과했고, 권 회장 측의 한진칼 지분 인수는 단순 투자 목적이었을 뿐 그 어떤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는 ‘단순투자’라는 기존 공시와 달리 ‘경영참여’로 재 공시했다.

권 회장 측의 주장대로라면 두 차례 조 회장과의 만남에서 두 번째 이뤄진 만남은 지난해 10월 이후였을 가능성이 크다. 권 회장 측은 조 회장과 만난 때의 한진칼 지분이 2~3%라고 반박자료에 적고 있다. 2~3%에 불과한 지분으로는 경영권 참여요구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조 회장 쪽은 12월에 두 차례, 권 회장 측은 여름과 가을에 두 차례 만남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쟁점으로 보인다. 언제 만났느냐에 따라 권 회장의 한진칼 주식 소유 지분율이 다르고, 지분율에 따라 권 회장과 조 회장 사이에 흐르는 기운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권홍사‧조원태 회장 ‘어느 쪽의 요청으로 만났나’


한진그룹의 조 회장과 반도건설의 권 회장, 이 두 회장이 만남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소 두 차례 이상의 만난 것은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한데 ‘어느 쪽의 요청으로 만났는가’는 양측의 말이 다르다. 조 회장 측은 권 회장의 요청으로 만났다고 했다. 권 회장 측은 조 회장의 ‘도움 요청’으로 만났다고 했다. 서로 상대방이 만남을 먼저 요구했다는 것이다.

권 회장 측은 “부친을 잃고 실의에 빠진 조 회장이 도움을 요청”했고 이 때문에 몇 차례 만난 바 있다고 반박자료에 적었다.

반면 조 회장 측은 “권 회장 측이 만남을 원했고, 그 과정에서 권 회장이 명예회장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 측은 권 회장의 이 같은 요구를 녹취했고, 몇몇 매체를 통해 그 녹취내용은 공개됐다.

이에 대해 권 회장 측은 “악의적 편집”이라고 일축했다. 조 회장과의 만난 자리에서 “도와달라”는 여러 가지 제안을 먼저 했는데, 이에 대한 권 회장의 답을 몰래 녹음하고 이를 악의적으로 편집해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회장 측은 또 “조 회장 측이 전체적인 내용과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대화 내용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일부만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경영권 다툼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나’


조 회장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을 경우, 만약 권 회장과의 만남을 조 회장이 요청했다면 분명 조 회장에게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권 회장의 주장대로 ‘위로’차원에서 만남을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표면적 이유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만남의 본 목적은 무엇일까.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다툼이 언론에 알려지며 본격화 된 시기는 지난해 12월 말 경이었다. 이로 볼 때 경영권 다툼은 훨씬 그 이전에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조 회장은 권 회장에게 만남을 요청하고, 그 만남 자리에서 권 회장에게 경영권 유지에 힘을 실어 달라는 요구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조 회장의 요구에 권 회장은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의견을 조 회장 측은 권 회장 모르게 녹취를 했고 그것의 일부가 언론에 공개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반면, 조 회장의 주장대로 권 회장이 먼저 만남을 원했다면 이 또한 목적이 따른다. 앞서 조 회장 측이 언론에 공개한대로 ‘한진그룹 명예회장’, ‘한진칼 등기임원’,‘부동산 개발권’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조건은 물론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실어 주는데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과 권 회장 이 둘의 만남은 어느 쪽이 먼저 요청했느냐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그 목적은 하나로 귀결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어느 쪽이 어떤 요구를 했고, 그 요구에 어떻게 반응했는냐이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가 한진그룹의 지배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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