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완 RE멤버스 대표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3주째, 증시는 폭락했고 환율 변동성도 커졌다. 한때 안정을 찾던 주가는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을 전후해 또 한번 요동쳤다. 특히 외국인의 발빼기 현상은 심상치 않다. 주식시장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언제 끝날 것인가, 실물경제로 전이될 것인가의 여부다.
   
   이번의 금융위기는 2008년 9월 리먼쇼크 때와 달리 단기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와 기업의 위기가 아닌 미국 등 정부 차원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는 데다, 양적완화 조치로도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닥터 둠’이라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기가 진행될 경우, 주식시장 다음은 어디가 될까. 과거 경험을 볼 때 금융위기는 경기침체와 소득감소, 신용경색과 대출규제 등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에도 후폭풍을 끼쳤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이미 미국발 금융쇼크의 가시권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7월 이후 다소 회복세를 보이던 집값이 약보합세로 돌아섰고, 현장에선 매매계약 파기 등 관망세가 목격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급매물 출시, 매수세 실종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8월 말로 예정됐던 대책발표 시기를 앞당겨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8월 18일 제3차 전월세 안정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핵심 내용은 △수도권 임대사업의 경우 1가구만 임대해도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고 △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기존주택 1가구에 대해서도, 보유기간 3년의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세 비과세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소형주택의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과세 대상에서 배제키로 했다.
   
   이번 대책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오피스텔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임대주택과 동일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 등 다양한 세금감면으로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향상돼 공급확대가 예상된다. 요컨대 이번 대책의 초점은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완화를 통해 시중 부동자금을 끌여들여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켜 전·월세 시장 안정을 꾀한다는 것이다.   
   
   오피스텔 수익률 향상… 공급 늘 듯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대책의 실효성을 두고 전망과 견해가 다양하지만, 8·18대책은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에서 해방시키고 부동산으로의 자금유인책을 용인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대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금융위기와 맞물려 전세가는 아직까지 급등세를 띠고 있고, 매매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 대책에 대해 “중장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단기 약효는 떨어진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책 시행까지 입법화 과정,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절차 등이 필요한 데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적은 상황에서 과연 세제 혜택만으로 여유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재유입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부동산시장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미국발 금융위기의 재발과 규제완화정책 추진으로 부동산시장은 대전환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호재와 악재가 팽팽히 맞서고 있고, 상승과 하락 요인이 상호 충돌하는 모양을 보이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과거 금융위기의 사례와 비교해볼 때 이번의 금융위기는 증시와 달리 부동산시장에 메가톤급 직격탄을 날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붕괴 가능성보다는 간접적·제한적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이후 4년간의 장기 조정기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 거품이 제거된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의 중장기 예측 모델인 ‘벌집순환모형’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경기는 작년 하반기 이후 저점을 찍고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급부족으로 전셋값 급등, 실물경기 회복, 갈 곳을 잃은 풍부한 유동성, 규제완화 기조도 하락세를 저지하는 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인구 구성, 라이프스타일 등의 종합적 변화를 고려한 부동산시장 트렌드를 살펴보면, 결론적으로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 시프트, 즉 투자지형이 바뀌면서 다음과 같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첫째,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 엔화, 국공채 등 소위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 패턴이 상시화될 것이다. 부동산은 자산분류상 안전자산에 속하며, 그중에서도 토지와 주택의 안정성은 매우 높다. 역모기지론(주택연금)과 농지연금 제도가 탄생한 것도 이같은 부동산의 특성 때문이다.
   
   둘째, 현금수익 중시 현상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이란 매월 고정적인 월세가 정기예금 금리의 1.5배 정도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을 말한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상품은 최근 장기 침체를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금 흐름과 수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시세차익보다 임대수익을 우선하는 투자 양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완화와 세제 혜택으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셋째, 노후 대비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재조정하려는 은퇴 계층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소가 8월 21일 발표한 ‘은퇴 빈곤층의 추정과 5대 특성’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은퇴 가구의 38.4%에 해당하는 101만가구가 빈곤층인 반면, 은퇴 부유층은 3.2%인 8만4000 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은퇴를 직면하고 있는 제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약 712만명)는 물론,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40대의 다수가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은퇴 계층의 약 67.6%는 주택을 전·월세 형태로 보유하고 있어 처분 가능한 재산이 많지 않다.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도 30% 선에 불과하다.    
   
   1인 가구 증가, 도심권 집중 현상을 고려하라

    이에 따라 은퇴자 혹은 은퇴 예정자는 60세 이후(평균 은퇴연령은 약 57세)의 노후 대책으로 반드시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외에 주택연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60세에 3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매월 86만원 정도를 평생 지급받으며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주목되기 때문이다.
   
   향후엔 주거의 선택기준도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달리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 1~2인 가구의 증가, 소득 양극화, 도시화, 도심권화, 직주(職住·직장과 주거지)근접 현상에 따라 은퇴 후의 주택교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구변화와 주거이동 추이를 살펴보면, 비도시 지역보다는 도시 또는 도심 근교의 친환경 소형주택(전원주택포함), 그리고 고층보다는 저층주택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는 3억원 내외의 중·저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10억원대가 넘는 비싼 아파트, 주상복합보다는 서울 등 수도권과 대도시의 연립·다세대·빌라·다가구·중소형아파트, 서울 근교의 생태형 단독주택과 커뮤니티가 갖춰진 단지형 전원주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이사는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성균관대, 건국대 등에서 대학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종완 대표는 철저한 현장 중심의 살아있는 강연으로 유명하며, 국내 부동산의 멘토로써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전문 컨설턴트이다.

※본 글은 독자들의 부동산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고종완 대표의 양해를 구해 올리게 됨을 알려드리며, 2011년 8월 셋째주 주간조선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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