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 사진 속 인물 윤하운 제일사료 대표이사

[하림과 김홍국 회장, 지배구조를 보다_④제일사료] 제일사료(대표이사: 윤하운)는 2011년 1월 제일홀딩스의 사료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되었으며 축산용 배합사료 제조 및 판매를 주영업으로 하고 있다. 김홍국 회장은 닭고기 판매 저하로 매출이 줄어들자 사료 제조업을 영위하는 ‘하림펫푸드’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야심차게 도전했다.

하림펫푸드는 제일사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종속회사로 김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공장 확충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일사료가 일감몰아주기와 함께 아들 회사 밀어주기 논란과 수익성 저하 문제까지 겹쳐 2017년부터 시작된 기업공개까지 차일피일 미루어 지고 있어 난전을 겪고 있다.


기업공개 스톱 시킨 일감몰아주기 논란, 2018년에 전체 매출의 23.6%가 내부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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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사료는 하림그룹의 주요 관계사로 유일하게 비상장 회사다. 지난 2017년부터 기업공개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 졌으나 하림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오르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연일 오르며 계속 미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제일사료의 5년 동안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약 19.5%로 하림그룹 내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2018년의 경우 개별기준 매출액 6030억원에서 약 19.6%인 1183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매출에서 발생했다. 연결기준 실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따져 보면 일감몰아주기 수준이 더 심한 편이다. 하림요성사료유한공사, 농업회사법인피그앤그린, 소주하림사료유한공사, 하림펫푸드, 한국썸벧의 종속 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총 매출액은 7253억원인데 이중 23.6% 인 1712억원이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액에 해당한다.

그중에서도 닭고기 생산업체인 올품과 한강씨엠에 대한 비중이 상당하다. 가령 2018년 개별기준 내부거래액이 1183억원이라면 그중 70.6%가 올품, 3.9%가 한강씨엠에 대한 매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보통 수익구조가 다각화되어 있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낸다. 제일사료의 개별기준 실적추이 그래프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이 계속 저하되었다. 2016년 영업이익률은 4.8%로 높지 않았지만 2년만에 이보다 절반 수준인 2.5%까지 떨어졌다.

종속회사의 실적을 반영하면 좀 더 심각해진다. 2018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9.5% 늘어났으나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은 각각 31.1%, 71.2%씩 감소해 124억원, 4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2.7%에서 1.7%로 1%p 감소해 2%대 마저 무너지며 수익성 악화가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수익성 악화 이외에도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인 상장 및 비상장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사각지대로 보고 있다. 위 그래프대로 제일사료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88.1%인 하림지주이며 나머지 11.9%는 올품이 보유하고 있다. 하림지주의 최대주주는 22.64%를 보유한 김홍국 회장이며 아들 김준영씨가 100% 소유한 올품과 한국인베스트먼트가 주요주주다.

제일사료 지분의 11.9%도 올품의 소유로 사실상 하림그룹의 오너일가가 통제권을 지니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따라 제일사료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부거래 규제 대상인 경우 전체 매출액의 12%가 넘으면 주요 규제 대상이 되는데 지난 5년 간 12%를 훌쩍 넘고 있으며 2018년에는 20%를 돌파하기도 해 우려를 샀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 대상으로 수차례 지목되며 기업공개의 일정 역시 미뤄지고 있다. 별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상장 실질 심사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상장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품이 제일사료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사연은?


일감몰아주기 이외에도 올품이 제일사료의 지분 11.9%를 갖게 된 과정도 논란이 됐다. 올품이 제일사료의 주요주주가 된 시발점은 한국썸벧사업회사와의 합병이다. 당시 올품의 종속회사인 한국썸벧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했으며 이를 제일사료가 인수한 것이다. 이후 올품에 16만1959주의 합병신주를 주당 9614원에 발행했고 2017년 물적분할을 통해 한국썸벧을 분할신설회사로 독립시켰다.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김준영 씨가 100% 보유하는 올품이 큰 힘 들이지 않고 계열사 지분을 획득하게 되었고 결국 자산 가치만 늘어난 결과를 안겼다. 하림 측은 후계자 자산을 불릴 의도는 없었다며 의혹을 일축했으나 올품이 취득하게 된 지분 가치는 취득금액으로 해도 15억5702만원에 달한다. 또한 현재 그룹 차원에서 제일사료 종속회사인 ‘하림펫푸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향후 제일사료의 기업가치가 오르면 이 또한 김준영 씨의 올품이 고스란히 이득을 보는 구조는 명백한 사실이다.


하림펫푸드에 총력 쏟는 제일사료, 무리한 투자?


하림펫푸드는 2017년 4월 1일자로 제일사료의 반려동물 식품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여 설립된 회사다. 모기업인 제일사료는 수차례 제일사료에 자금을 지원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하림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하림펫푸드가 신설된 후 무려 7차례나 제일사료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은 주로 단기적으로 차입했으며 2017년에는 80억원 한 차례, 2018년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155억원, 2019년에는 100억원을 두 차례에 걸쳐 제일사료로 부터 4.6%의 이자율로 차입했다. 뿐만 아니라 제일사료로부터 운영자금의 목적으로 두 차례 각각 18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할부금융회사인 에코캐피탈로부터 기업어음(CP) 2018년 15억원, 2020년 100억원 어치를 3.2%의 할인율로 매수했다. 참고로 에코캐피탈은 올품이 100% 소유한 하림의 계열사다. 주력 사업인 하림펫푸드를 밀어주면서 동시에 김준영 씨 소유 회사의 몸집 불리기까지 가능하게 된 상황이다.

하림펫푸드가 출범하고 첫해는 고작 2억3250만원의 매출액과 35억원 가량의 영업손실, 5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출발했다. 이듬해 매출액은 23억원으로 매출액이 10배 이상 늘어났으나 영업손실 74억원, 순손실 80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어났다. 김홍국 회장은 하림펫푸드를 위해 공장까지 세우는 등 공을 들이고 모기업 제일사료가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의욕에 비해 실적은 초라하다. 물론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단 2년간의 실적만 가지고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외국계 사료 업체와의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제일사료가 손실을 이어가는 자회사를 전폭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확답하기는 어렵다. 위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부채비율이 100%를 거뜬하게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무려 405.6%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던 제일사료는 이듬해 점차 줄여나가는 양상을 띄었으나 하림펫푸드가 분할되어 신설된 후에는 다시 60.5%p 늘었다.

총 부채금액이 115억원이 늘었기 때문인데 이는 단기차입금의 급증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지불능력을 뜻하는 유동비율의 5년 평균치는 90.55%로 10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부채비율이나 유동비율의 추이로 미루어 보아 언제 흑자로 전환할지 모르는 하림펫푸드에 운영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아낌 없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자칫 모회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제일사료는 2017년 2년 내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리며 편법 승계, 일감몰아주기 관련 논란과 의혹으로 3년째 미뤄지고 있다. 불법적인 부분이 없고 일감몰아주기 관련 문제는 계속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일률적인 답변 보다는 하루 빨리 실천으로 옮겨 빠른 시일내 문제를 해결해야 그룹 내 모든 주요 계열사가 상장사인 대형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일사료는 앞으로도 아들 김준영 씨의 회사 올품의 관계는 계속해서 주목 받을 것으로 보여 의혹을 일축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논란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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