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산업혁명은 이미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 모든 것이 달라지는 새로운 산업혁명. 문제는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이 승자독식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데에 국내 기업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_LGCNS웹사이트 캡쳐

1990년대, 이 때는 미국의 전통산업의 중심지로 부각된 디트로이트가 활성화됐던 시기이기도 하다. 자동차 그룹인 포드를 선두로 GM, 클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기업이 모두 이곳에 터를 잡고 있다. 지금의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에서 디트로이트와 실리콘밸리를 수평 비교했다.

1990년 디트로이트 3대 대기업의 시가 총액은 360억 달러, 매출은 2천500억 달러였다. 2014년 실리콘밸리 3대 기업의 시가 총액은 1조900억 달러로 훨씬 많았다. 매출은 2천470억 달러로 디트로이트와 비슷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다. 당시 디트로이트 3대 기업의 근로자는 120만 명이었다. 반면 실리콘밸리 3대 기업은 13만7천명 남짓한 수준이었다. 10분의 1 인력으로 같은 매출을 올리고 있단 비교였다. 세계경제포럼 당시 발표된 보고서들. 직업의 미래와 사회 변화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담았다.

◆ 폭스콘 ‘6만명 로봇 대체’…아디다스 ‘로봇 생산 투입’

▲ 사진=KBS스페셜 캡쳐

어제 오늘 연이어 접한 뉴스 때문에 ‘4차산업혁명’이란 화두를 떠올리게 됐다. 아디다스와 폭스콘의 로봇 투입 소식이었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는 내년부터 아시아 지역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본거지인 독일로 생산시설을 옮기겠단 얘기다. 1993년 운동화 생산기지를 동남아를 비롯한 저임금지역으로 이전한 지 24년 만이다.

그렇다고 독일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다. 로봇으로 운동화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리 짜여진 알고리즘에 따라 반복생산 작업하는 것이니만큼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아이폰 조립생산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6만명의 직원을 줄였다. 역시 줄인 직원의 자리는 로봇으로 대체했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문제는 대부분 공급과 관련한 노동과 생산 부분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특별할 것 없지만, 곰곰 되새기지 않을 수 없는 얘기다. 부의 불평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란 무서운 경고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평평하다’는 저술로 유명한 토머스 프리드먼은 일찍이 “자신의 일을 아웃소싱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알고리즘 화된 일에 종사할 경우엔 미래가 없다는 경고였다.

​◆ 상상 초월하는 변화 속도와 범위, 어떻게 대응할까

​물론 격변기엔 늘 엄청난 변화가 뒤따랐다. 산업혁명 시기에도 기계파괴운동인 ‘러다이트’로 사회가 시끄러웠다. 문제는 속도와 범위다.

​클라우스 슈밥의 지적처럼 4차산업혁명은 속도, 범위와 깊이, 시스템 충격 면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폭스콘과 아디다스의 움직임은 그 자그마한 단초에 불과하다.

​올 초 세계경제포럼에선 나왔던 충격적인 전망을 떠올려보라.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중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다.”

​이런 무서운 변화와 속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사회적 담론과 합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요즘 북유럽에서 나오는 ‘기본 소득’ 담론도 그 일환일 수 있다.

◆ 세계 주요국 4차 산업혁명 주도권에 총력

미국은 ‘첨단제조 파트너십(AMP)’, 일본은 ‘로봇 신전략’ 등으로 각각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 육성에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는 지난 2011년 11월 ‘하이테크 2020’ 계획 하에 ‘인더스트리 4.0’을 국가 프로젝트로 정했다. 중국은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에서 독일을 벤치마킹해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천명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1년 6월 카네기멜론대 연설에서 IT와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첨단 제조업 진흥을 위해 기업과 정부, 대학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AMP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5억 달러(약 5604억 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013년 9월에는 첨단제조업 부흥을 촉진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의 ‘AMP 2.0’을 시작했다. 기업 임원과 학계, 노동계 인사까지 총망라해 제조업 혁신 네트워크를 전국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1월 로봇 신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자국 로봇시장 규모를 2조4000억 엔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초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 진흥을 위한 성장전략 사령탑이 될 ‘미래투자회의’를 신설해 아베 신조 총리 주재 하에 첫 회의를 열었다.

독일은 자국의 강점인 첨단 물류ㆍ생산설비에 사물인터넷(IoT)과 3D 프린터,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는 등 제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 또한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오는 2025년까지 차세대 IT와 신소재, 항공우주 등 10개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첨단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한다는 ‘중국제조 2025’ 구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같은 해 9월 중국 정부는 23개 세부 프로젝트 등 청사진을 확립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지난달 2025년까지 약 40개 국가제조업혁신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승자의 독식’과도 같은 산업혁명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긴자, 가진자가 다 가지는 세상이 온다는 의미로 우리 기업의 발빠른 움직임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한 시기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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