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하림과 김홍국 회장, 지배구조를 보다_⑦팬오션] 하림지주 전 계열사 총 매출액의 43.6%를 책임지고 있는 팬오션(대표 정학상)은 하림그룹에 인수 된지 올해로 5년차에 접어 들었다. 그룹 내 중요한 매출 견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 팬오션은 기존 닭고기 사업에 주력했던 하림그룹이 해운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게 된 발판이 되었다. 팬오션 덕분에 올해 기준 대기업 순위가 한 단계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김홍국 회장의 팬오션에 대한 애정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홍국 회장의 포부대로 미래 곡물사업의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인수 후 팬오션에 대해 되짚어 본다.


 곡물사업 키워보려 1조80억원에 인수, 성과는 글쎄...


하림그룹은 미래 신사업으로 ‘곡물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김홍국 회장은 곡물사업을 위해서 해운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고 이 뜻을 따라 결국 2015년 무려 1조80억원을 들여 팬오션을 인수했다. 해당 인수자금의 절반 이상을 차입금을 통해 조달했고 일부는 공동 인수자인 JKL파트너스로부터 약 175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해결했다. 또 나머지는 그룹 내 유보금과 자회사 엔에스쇼핑의 기업공개 등을 통한 공모자금 등으로 충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팬오션을 인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팬오션은 싱가포르, 중국, 일본, 영국, 미국, 브라질, 파나마 등의 해외법인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8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양이다. 인수 직전 해인 2014년 1조6456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으나 인수 4년 후인 2018년 2조6684억원으로 약 1조23억원이나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인수 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상황과 달리 꾸준히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2013년 6월 이미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고 기업매각절차를 밟고 있었던 팬오션은 하림의 품에 안긴 뒤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림그룹이 2018년을 기점으로 실적이 크게 떨어지거나 적자로 돌아서는 등 전반적으로 나쁜 성적을 받아 들고 있는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림그룹에 편입된 이후 곡물사업 전담 조직을 설립해 식용 및 사료용 곡물을 한국,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로 판매 유통하고 있다. 곡물사업 이외에도 벌크, 유조선, 컨테이너, 해운 기타 등의 해운사업 부문과 선원/선박관리 및 임대사업의 기타 사업 부문까지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세 가지 사업 부문 중 해운업이 총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의 경우 2조4130억원이 해운사업에서, 2506억원이 곡물사업에서, 943억원이 기타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사업의 매출 비중은 약 10%대 초반으로 해운업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편이긴 하나 그럼에도 불구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2015년 시작한 곡물사업의 실적은 기타사업과 함께 보고했으며 2016년부터 따로 실적을 공시하기 시작했다. 매출액 수치만 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매출 실적이 불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팬오션 전체 매출액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따지자면 다소 의아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곡물사업의 실적을 공시하기 시작한 첫해인 2016년에는 14억원 가량 영업손실을, 이듬해 25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 늘었다. 2018년에는 영업손실 7억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였으나 지난해 3분기까지 16억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다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로써 하림그룹이 미래 핵심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곡물사업부문에서 적자를 내면 해운업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이 이를 메꿔주는 셈이다.

곡물사업에 적극성을 띄던 2016년만 해도 제1영업부문에 곡물사업실을 신설해 해당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약 3년이 지난 2019년 3분기 말 기준 판매조직에는 곡물사업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로써 새롭게 뛰어 든 곡물사업 대신 기존의 해운업에 보다 중심을 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조심스레 추측해 볼 수 있다.

해운업을 발판 삼아 시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는 실적 하나만 가지고 풀이해 보면 실패한 것으로 평가가 가능하다. 그룹 차원에서 무리한 차입금 조달 등의 지적을 받아 가며 곡물사업 부흥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목적으로 팬오션을 인수했는데 막상 의도와는 달리 해운업으로 하림그룹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공정위 칼날까지 피할 수 있었던 특이한 주주구성?


하림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매출 창출 사업으로 자리잡은 팬오션은 하림그룹의 품에 안긴 이후 내부거래 금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인수 당해 274억 원에 불과했던 내부거래 금액은 이듬해 831억원으로 약 3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17년 913억원, 2018년 857억원의 내부거래가 발생했다. 내부거래 비중은 5년간 평균 3% 수준이지만 그 금액은 큰 편이다. 2018년 기준 매출 대상 기업은 제일사료, 선진, 팜스코, 하림 등이었다. 또 특수관계자를 대상으로 매입 거래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기업 집단으로 하림그룹이 묶이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에 올랐던 만큼 내부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던 팬오션 역시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공정위의 규제를 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주구성 덕분이다. 팬오션의 전체 지분 중 54.7%가 하림지주의 소유다. 나머지 37.51%는 소액주주, 5.98%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소유하고 있다. 김홍국 회장 및 아들 김준영씨가 직접적으로 소유한 지분이 없어 당장의 규제는 피했다. 그러나 하림지주의 지분 22.6%를 김홍국 회장이 갖고 있고 이어 김준영씨가 100% 소유한 한국인베스트먼트, 올품 등의 지분율이 높은 만큼 김 회장 일가의 의견이 반영될 확률은 다분하다. 이로써 당분간 계열사를 상대로 매출을 늘리는 식의 내부거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19년에도 팬오션은 계열사를 상대로 매출을 크게 늘렸다. 1분기 88억원, 2분기 712억원, 3분기 740억원의 매출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고 모두 합쳐 1540억원 수준이다. 이는 2018년 말 기준보다 무려 1.8배 더 많은 수준이다.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규제를 피할 수 있으나 공정위가 규제 대상의 범위를 높인다면 칼날을 마냥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농축산업을 기반으로 시작된 하림그룹은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해운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팬오션이 주축이 되었다. 기타 계열사는 사업 실적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지만 김홍국 회장의 편애를 사고 있는 팬오션 만은 여전히 굳건한 상황이다. 차입금도 빠르게 상환해 재무구조 상의 리스크도 안전한 상태다. 그러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에 비해 곡물사업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내부거래도 늘어나고 있어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위기를 배제하기 어렵다. 직접 지분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지배구조 특성상 김홍국 회장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만큼 특단의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