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하림과 김홍국 회장, 지배구조를 보다_⑧하림지주] 총 53개사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하림그룹, 그리고 각 계열사를 거느리는 하림지주는 1962년 4월 17일 축산용 배합사료 제조 및 판매를 개시하였으며 수차례 분할 및 합병을 반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하림지주는 자회사의 주식 또는 지분을 취득 및 소유해 자회사의 제반 사업내용을 지배, 경영지도, 정리 및 육성하는 지주사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2017년 6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으며 지난 2018년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 해 현재의 단일지주사로 자리 잡았다.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소유한 올품이 사실상 최상위 지배기업이긴 하나 명목상 하림그룹을 통제하는 회사는 바로 하림지주다.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수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오해 몇 가지를 갖고 있는 만큼 하림지주가 어떤 식으로 각종 논란에 대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김홍국 회장의 과도한 이사 겸직 행태, 논란 계속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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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회장은 2018년 초만 하더라도 구, 하림홀딩스를 포함 총 12곳의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7년부터 대기업 집단에 지정된 하림그룹의 수장인 김 회장의 이 같은 이사 과다 겸직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국민연금은 2014년 하림, 2017년 선진, 팜스코의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재신임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두 차례에 거쳐 이사직 과다 겸직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 변화를 보이지 않던 김 회장은 결국 2018년 들어 하림식품, 에코캐피탈, 농업회사법인익산, 농업회사법인늘푸른, 대성축산영농조합법인의 이사직을 내려놨다. 그러나 여전히 하림그룹 내 주요 계열사 이사직은 겸직 상태다.

2018년부터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을 공시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김 회장의 과도한 이사 겸직 행태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될 여지가 발견됐다. 2018년의 경우 하림지주 이사회는 100% 참석했으나 팬오션, 엔에스쇼핑은 각각 70%, 67%에 불과했으며 팜스코는 16%에 그쳤다. 공시된 참석률을 기반으로 계산해 보면 평균 참석률은 고작 63%로 나타났다.

2019년에 들어서도 이사회에 불성실하게 참석한 행태는 이어졌다. 역시 하림지주 이사회 참석률은 100% 였으며 팜스코, 엔에스쇼핑은 각각 64%, 50%, 팬오션은 17%, 선진의 경우 참석률 0%로 드러났다. 2019년 3분기까지 이사회 참석률 평균은 46%로 나타나 전년만 못하게 됐다. 총수일가가 계열사 이사직은 과다하게 겸직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사회 참석률까지 저조해 김 회장이 경영 활동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이 가능한 부분이다.

하림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현재 단기차입금 증가 등으로 인해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이 상황이 되기까지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이사회에 대한 참석률이 낮은 것은 분명히 비난 받은 만하다. 실제 실적 상황이 좋지 않은 하림USA에 대한 유상증자나 단기차입금 결정 등의 팜스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요 계열사에 대해 높은 지분율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림지주의 이사회에는 빠짐없이 참석하는 점도 의아하다.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100% 소유한 올품이 이론적인 지배 회사라고 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하림지주가 전 계열사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림지주의 경우 김홍국 회장이 전체 지분의 22.64%를 소유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외에도 장남 김 씨가 100% 소유한 한국인베스트먼트와 올품의 지분율, 배우자 오수정씨가 소유한 지분율까지 고려해 보면 김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절반 이상이다. 이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은 본인이 가장 많이 소유한 회사의 이사회에는 적극 참여하고 나머지 회사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로 대응한다고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주요 계열사에 대한 이사직은 유지하면서 저조한 이사회 참석률이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김홍국 회장은 앞으로도 과다 겸직 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


 습관적 자사주 감자, 오너일가 통제권 강화 수단인가


지난 2월 17일 이사회에서 하림지주 자사주 82만7521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임의, 무상 소각으로 별도로 구주권을 제출하거나 신주권 교부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주당 100원에 소각을 결정함에 따라 8천2752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해당 감자가 결정되며 발행주식수는 기존 9358만4198주에서 9234만1820주로, 자본금은 기존 93억5842만원에서 92억7567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감자 후 김홍국 회장은 기존 22.64%에서 22.95%로 약 0.3%p 만큼 지분율이 상승한다. 또한 아들 김준영 씨가 100% 소유한 한국인베스트먼트와 올품은 각각 0.27%p, 0.06%p씩 지분율 상승이 예상되며 배우자 오수정 씨 역시 0.04%p 만큼 지분율이 올라가게 된다. 주식을 따로 매입하지 않아도 앉은 자리에서 지분율을 올려 통제권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 대목에서 2016년 제일홀딩스가 자사주를 소각해 한국썸벧의 지분율이 급격히 상승해 김 씨에 대한 경영권 승계 포석 마련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과 매우 흡사함을 느낄 수 있다.

당시 제일홀딩스의 전체 지분 중 80% 상당이 자사주였는데 이를 전량 소각했다. 당시 소각한 주식 수는 약 400만주로 알려졌다. 이전에 2011년 한국썸벧은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일부 매입한 뒤 이듬해 김홍국 회장이 아들 김준영 씨에 지분 전체를 증여한 상태였다.

제일홀딩스의 지분 7.35%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던 한국썸벧, 그리고 8.14%의 지분율을 지닌 김 회장은 제일홀딩스의 자사주 소각과 동시에 각각 37.14%, 41.78%로 지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앉은 자리에서 5배 가량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수직 상승하며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자사주 소각이 활용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물론 하림지주의 이번 자사주 소각과 금액 측면에서 크게 차이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의 수단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기 어렵다. 현재 하림지주가 지배구조 체제에서 단독 지주사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감자 등을 통해 오너일가의 의결권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일 것이다. 주주가치제고 이면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하림그룹은 실적 상황이 좋지 못하다. 2019년의 경우 영업이익은 30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떨어졌고 당기순이익은 1163억원으로 같은 기간 40.2%나 감소했다. 그만큼 주요 계열사 실적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이면에 김홍국 회장의 불성실한 이사회 참석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재무 상태를 악화 시키는 결정이 그대로 가결된 것도 문제가 됐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지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든 하림그룹의 중심, 하림지주를 둘러싼 각종 오너리스크를 하루 빨리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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