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이우현 부회장의 3세 경영체제, 적자로 돌아선 위기의 OCI를 구원할 수 있을까?

[OCI와 이우현 부회장_지분경영 구조를 보다] 대기업 집단 중 하나인 OCI가 위험하다. 2019년 실적 공시에 따르면 태양광 산업 시황 악화 등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하고 자산손상차손을 인식하며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3세 경영 체제를 정비하는데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5년간 회복하는 듯 했던 실적은 다시 고꾸라졌고 급기야 영업손실에 순손실 까지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위기론에 직면했다.

고 이회림 창립주가 1959년 8월 동양화학공업을 세운 것이 OCI의 전신이 되었다. 고 이회림 창업주의 장남 이수영 회장이 OCI의 경영권을 승계 받았고, 2013년 즈음 장남 이우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 체제 정비에 돌입했다. 그러나 승계와 관련된 세금 폭탄에 지분을 늘리는 과정부터 난항을 겪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17년 이수영 회장이 별세하며 2년 넘는 시간 동안 OCI의 회장직이 공석으로 남았고 업계에서는 일제히 이우현 부회장이 회장직을 물려받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예상을 깨고 44년 동안 재직해 온 백우석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맡긴 ‘전문, 오너 경영인 체제’로 돌아섰다. 과연 이우현 부회장은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아 든든한 경영 체계를 다질 수 있을까?


 2019년 1679억원 대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대상 확대 시 규제 대상에 걸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해 5월 ‘2019년 상호출자제한집단(2018년 말 기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따르면 OCI는 전년 27위를 기록한데 이어 4계단 더 하락한 31위를 기록했다. 자산총액이 2017년 말 기준 11조3000억원인 반면 2018년 기준 10조6000억원대로 감소했고 21개에 달했던 종속회사의 개수도 19개로 줄었다. 비록 순위는 낮아졌으나 OCI는 현재 명백한 대기업 집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나 20% 이상인 비상장사이며 내부거래를 통해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거나 총 매출액의 12% 이상을 차지하면 규제를 받을 수 있다. OCI의 최근 5년간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금액의 추이에 따르면 내부거래의 비중이 점점 증가했다. 2015년 내부거래를 통해 156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이듬해 1769억 원으로 약 200억 원 가량 늘어났다. 2017년과 2018년에는 2000억 원을 훌쩍 넘는 금액만큼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하게 되었고 이는 총 매출액의 각각 10.2%, 11.9%를 차지했다. 2019년의 경우 매출액이 급감하며 내부거래 금액 역시 1679억원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9.5%라는 비교적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주주 현황을 살펴보면 고 이회림 창업주의 3남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5.43%로 최대주주이며 차남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이 5.02% 만큼 보유하고 있다. 고 이수영 회장의 장남 이우현 회장을 비롯해 OCI의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의 총합은 20.34%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 공정위가 기존 오너일가의 지분율 상한을 30%에서 20%로 낮출 의지를 내비친 만큼 예의 주시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OCI의 내부거래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유니드글로벌상사(구, OCI상사)와의 거래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2015년 발생한 전체 내부거래 금액 중 유니드글로벌상사에 대한 매출이 46.8%를 차지했고 해를 거듭하며 계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고 2019년 급기야 71%까지 비중이 늘어났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금액인 1679억 원 중 1192억 원이 유니드글로벌상사를 대상으로 한 매출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드글로벌상사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64.29%를 확보하고 있는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다. 또한 이 회장은 OCI의 지분율 5.43%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너일가 소유의 회사 간에 일감몰아주기 등의 형태로 매출을 올리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우현 부회장의 위태로운 3세 경영 체제, 신사업으로 경영능력 인정 받나?


OCI는 새로운 희망으로 여겼던 넥솔론이 파산해 공중분해 되며 그야말로 암흑에서 길을 헤매고 있다. 지난 5년 간의 연결기준 실적 추이는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2017년까지 그나마 조금씩 상승했던 매출액은 역성장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22.4% 감소해 1조7666억 원에 그쳤다. 수익성인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고꾸라지더니 2018년에는 2017년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1424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해 7176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실적 개선 전망에 대한 부분마저 안개 속에 갇혔다.

OCI 사업 부문별 매출액 추이를 살펴 보면 현재의 상황이 결코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이 가능하다. 2016년 전체 매출액의 58%를 차지했던 폴리실리콘, TDI, 과산화수소 등 관련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베이직케미컬의 경우 매출의 감소폭이 심상치 않다. 이는 중국 회사의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 증대로 인한 과잉공급이 불러온 폴리실리콘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 큰 화근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17년 15.45USD/kg이던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2년만에 8.54USD/kg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 가격 하락세는 앞으로 상승의 여지가 없어 보여 그간 외형성장에 큰 견인 역할을 해온 베이직케미컬 부문에서의 매출은 앞으로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이미 2017년 부터 해당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본업에서의 부진을 예상한 이우현 부회장이 새롭게 재편한 태양광 사업을 아우르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부문의 실적 역시 녹록치 못하다. 이미 2015년부터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으로 인해 해당 사업에 큰 타격을 예상하며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에너지솔루션 사업 부문을 새롭게 만들었지만 결국 이마저도 투자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는 꼴이 되어 버렸다. 핵심 자회사로 떠오른 넥솔론은 2017년 11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 결정을 받아 해산사유 발생하여 청산 절차를 밟았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사업 등을 위해 연구 및 개발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2015년 매출액 대비 1.32% 만큼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으나 2017년 0.58%, 2018년 0.64%로 줄어 들었다. 부회장 직을 맡은 2013년 매출액의 1.72%를 연구개발에 대해 투자한 것에 비하면 크게 감소된 모습이다. 2019년에는 239억원 정도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해 전년 대비 늘렸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종업계 평균 수치 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것만으로 이우현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수치적인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그의 전략은 실패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우현 부회장의 OCI에 대한 지분은 5.04%에 그친다. 삼촌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과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과 비등한 수준의 지분율이다. 이우현 부회장이 현재 견고한 경영 3세 체제로 돌아서지 못하는 것도 전부 지분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기업 설명회는 물론 주주총회에 나서 직접 발표를 도맡아 했던 이우현 부회장이 회장직으로 바로 오르지 못한 것으로 풀이 된다. 저조한 지분율로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것은 이우현 부회장이 그의 경영 능력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뿐이다.

이우현 부회장은 2018년 151만786주의 부광약품 지분을 주당 2만8364원에 취득하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새로운 도약을 내비쳤다. 부광약품과 2018년 7월 합작 회사인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했고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나 제조 등을 위해 향후 5년 간 연 10억 원 이상의 공동 투자 노력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이 부회장이 여러 차례 내비친 바이오 사업에 대한 포부는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월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벤처기업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을 29% 확보하고 5월에는 미국에 OCI Investment Corp.를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에 대한 사업 기회를 탐색하기도 했다. 또한 여러 차례 기업 설명회에서 지속적인 M&A 등을 통해 해당 사업을 장기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라는 것도 빠짐없이 어필했다. 부친 고 이수영 회장 역시 스스로 지분을 어렵게 매입하여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이 부회장 역시 주주들의 신뢰를 얻어 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경영 능력을 스스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도합 44년 간 OCI에 몸을 담아 온 백우석 대표이사를 전문 경영인으로 내세워 새롭게 시작한 이후 2019년 3월 평균 주가가 9만9425원이었으나 2020년 3월 최저 2만6450원까지 내려 앉았다. 여전히 갈 길이 삼만리인 OCI에 대한 주주들의 실망감이 큰 만큼 이우현 부회장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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