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기 금융전문가의 금융재테크로 풀어보는 국내 건설산업

[뉴스워커: 홍은기 편집위원]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5월 1만원선이 무너지더니 23일에는 장중 한때 9000원선도 무너졌다. 5년도 안 돼 주가가 30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27일에는 장 초반 8,99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최저가를 다시 써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9,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5년 5월2일 이후 11년만이다. 2011년 7월22일 기록한 사상최고가 28만 1천 원과 비교하면 3.2%에 지나지 않는다.

투자자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인데다가 최근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유상증자까지 성사시킨 회사의 주가가 이 모양이다. 유상증자 직후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으니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들 모두 손실이 만만치 않다.

문제의 심각성은 하락추세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 중동을 비롯 건설외교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과실을 논하기에는 성급한 단계고, 여기에 최근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시장분위기 또한 우호적이지 않다.

 ▲ 1분기 실적은 나름 양호 / 경영정상화에 박차

삼성엔지니어링(대표 박중흠)의 1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4,741억원(-16.8% YoY), 영업이익 266억원(+23.1% YoY), 세전이익 98억원(-39.9% YoY)으로 집계되었다. 매출액과 세전이익은 시장기대치를 하회했지만, 영업이익은 시장기대치에 부합했다.

 
IR자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회사의 부채는 4조5,928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조3,509억원(22.7%) 줄었고, 마이너스(-3,129억원)였던 자본은 플러스(+1조381억원)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개선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3월 말 현재 부채비율은 442.4%로 여전히 높지만 최근 5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내년 3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는 3조5,020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1조2,818억 원(26.8%)나 줄어 숨통이 트인 상태다.

수주실적도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수주실적은 2조3,847억 원으로 작년보다 69.2% 증가했다. 내용면으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제3공장, 한미약품 평택 제 2공장 등 손실 위험이 적은 양질의 수주로 평가된다.

 

 
▲ 아직은 모든게 불안정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정상화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중요한 문제다. 주가전망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는 삼성엔지니어링 실적이 엄청난 변동을 보인다는데 있다. 실제로 회사는 2013년 1조280억원 영업적자 → 2014년 영업흑자 1,618억원 → 2015년 1조4,543억원의 천문학적 적자를 냈다. 신뢰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건설산업은 국내건설시장(특히 주택)과 해외시장으로 구분된다. 현정부의 분양시장 성적표는 2013년 최악 → 2014년 실적개선 → 2015년 정상화 진입으로 요약되지만, 공급과잉과 가계부채 증가 그리고 금리인상과 맞물리면 예상보다 빨리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시장이 더 걱정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저가수주 해외프로젝트가 2016년까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3년간 두번의 어닝쇼크를 맛 본 주요 요인도 바로 중동 지역의 저가수주 및 미청구공사비 등에 대한 손실반영 때문이다. 충당금을 쌓아 놓았다고는 하지만 추가 손실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자료에 따르면 해외공사를 포함한 미청구 공사금액이 올 1분기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엔지니어링이 6,890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우건설 5,373억원, GS건설 3,143억원, 대림산업 439억원 순이다.

미청구공사금이란 계약금보다 추가 비용이 더 들어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말하는데 이는 대부분 손실로 처리된다.

▲ 경영정상화 기대는 되지만 투자는 아직 …

회사 IR에 따르면 2016년 경영계획은 신규수주 6조원, 매출액 7.06조원, 영업이익 2,280억원이다. 여기에 수주 목표 6조원 중 40% 수준인 2억4000억원을 1분기에 달성하면서 안정적인 수주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한 ①지난 3분기 대규모 손실 처리 ②유상증자로 자본잠식 해소 ③향후 대규모 손실에 대한 리스크 감소 ④그룹 공사로 인해 안정적인 영업이익 확보 등으로 연내 유의미한 턴어라운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 건설업 특성상 특히 해외 건설프로젝트가 준공되기까지는 이익 추정치 및 목표주가는 항상 변동될 수 있다.

긍정적 시각을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에는 아직 섣부르다는 판단은 공매도 때문이다. 별다른 악재 없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 급락은 공매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주가흐름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의 주가흐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공매도란 보통 기관과 외국인이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증권사에 보관된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매수해 갚고 그 차익을 얻는 주식투자 기법 중 하나다.

 
따라서 당분간 회사의 성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해외시장의 불안정성이 해결되지 않는 한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공매도를 포함해 시장에서 수급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투자에 대한 자제를 추천한다. 투자자로서 삼성엔지니어링은 투자기회가 아직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주가가 역사적 저점을 갱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투자대상으로 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최근 삼성중공업을 대하는 삼성그룹의 자세와 달리 유상증자 참여로 대변되는 그룹차원의 지원과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경영 의지표명은 향후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주요 변수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 홍은기 뉴스워커 편집위원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을 전공했다.
하나대투증권 경영본부장과 하나금융지주 시너지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하나대투증권 일산지점 영업상무를 담당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금융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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