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리웍스 [논단]

힘없이 내뱉는 한숨소리는 거칠게 내뿜는 한숨보다 더 큰 시름이 있음을 말해준다. 한숨을 뱉는다는 것은 살림살이가 어려워졌음을 말한다.

어려워진 살이가 아니고서야 어찌 한숨을 내뱉겠는가. 괭이처럼 눈뜬 아내와 토끼처럼 바라보는 자식아이의 눈빛은 가장이 아니고서야 어찌 알겠는가.

격동의 세월을 지나오며 오직 앞만 바라보고 살았던 삶이 가끔은 한스러울 때도 있으나, 그때의 살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더디게 한숨을 뱉게 한다.

경기는 누구 하나의 개인이 만들지 못한다. 거대 시장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지며, 세계시장과 연동되어 작동하는 경기를 누구 하나의 잘못으로 무개이동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그 여파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토끼 눈을 한 내 자식아이들까지 생활고를 느끼게 할 정도로 가장의 한숨은 더욱 커진다.

시장이 어렵다. 자본시장에서 시장의 악화는 구조조정으로 답례를 한다. 결국 잘려가는 것은 사람이다.

얼마 전 대형건설사 임원과의 대화에서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한숨을 뱉었다.

이 임원의 올해 실적은 위축된 경기 속에서 나름의 선방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한숨의 깊이는 컸다. 경기 위축, 특히 담당하는 시장의 위축은 그에 관련한 전문가라 하여도 밥숟가락을 들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또 국내 도급순위 상위에 랭크된 K건설사 임원의 고충도 이루 말로하지 못한다. 실적으로 고민하고 예산 없어 고생한다. 펑펑 질러대며 밀어주던 때와 달리 감축된 예산으로 수주를 총괄해야 하고 또 실적을 높여야 하니 고민으로 말미암은 고생은 이루 말로 풀지 못할게다.

시장은 움직인다. 격동의 세월은 거침 숨을 만들지만 온유의 세월은 굳은살을 베어내 새로운 시장을 준비하라는 계시와 같다.

지금은 굳은살을 베어낼 시기이다. 스스로 도려내지 못하면 도림을 당한다. 한고조 유방이 격동기에 한신을 높이 썼고, 온유의 시절에 한신은 스스로를 도려내지 못해 죽임을 당했다. 반면, 장량은 자신을 도려냄으로써 천수를 누릴 수 있었던 옛 선인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이다.

무엇을 도려내느냐는 오직 자신만이 알 일이다. 어느 누구도 그 과제를 풀어주지 못한다. 도리어라, 그리고 살아남아라! 그것이 대한민국을 떠 받쳤던 늙은 임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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