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정책금리를 기존 1.5%에서 1.25%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이 금리인상 시기를 다소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금리인상에 대한 정책의지를 공개한 상태이기 때문에 금리동결을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동결예상을 뒤집는 결과다.

전날인 8일 정부는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 계획과 국책은행 자본 확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그래서 시기적으로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왜 금리를 인하했을까?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금리인하 배경으로 ①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소비 등 내수 개선움직임이 둔화되는 등 성장경로의 하방 위험이 높아졌고 ②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8%로 낮아지는 등 인플레 압력이 약화되고 ③영국의 EU탈퇴 가능성 등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 부정적이라는 세가지를 들고 있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없고 재정정책 등이 같이 가야 한다. 물론 추경(추가경정예산) 여부는 정부가 판단할 몫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이하 ‘한은총재’)가 1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9일 밝힌 말이다.

역사적으로 지난 2014년 8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번은 1년여만에 이루어진 하향조정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한은총재가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정부의 재정정책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 

한은총재의 이날 발언 아니 이번 금리인하 조치에 최근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정부와 한은의 줄다리기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는 근거가 되는 발언으로 들린다.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을 둘러싸고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려는 정부와 정치권에 나름 맞서고 있었던 한국은행으로서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공격적 전략을 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금리인하 효과는 과연 있을까?

이론적으로 금리하락은 장단기금리와 은행 여수신 금리를 순차적으로 하락시키게 되고, 상대적으로 자산가격 상승, 환율 상승을 가져온다. 이후 시차를 두고 실물부문으로 확산돼 투자와 소비 등 총수요를 늘리게 되고 물가상승 압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가 여기에 있다. 최근엔 금리인하를 통해 돈을 풀어도 실물부문의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작년말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그 동안 총 4차례(2014년 8월,10월, 2015년 3월,6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1%p내렸으나, 그 효과는 작년 경제성장률을 0.18%포인트 끌어올린 데 그쳤다고 한다.

돈을 아무리 풀어도 원하는 경기부양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6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지난해에만 은행권 요구불예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20조원이 증가했다고 한다. 경기불황 +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안전한 은행으로 돌아가는 ‘파킹(parking)’ 현상이 늘어난 결과다. 5만원권 환수율이 극히 저조한 것도 돈이 돌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금리인하 직격탄은 국민이다.

금리인하 뉴스를 접하면서 더 걱정인 것은 금리인하의 직접적 영향아래에 있는 국민들이다.

먼저,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금융권의 예금과 대출금리도 순차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는 1%대 초중반대로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0.25%p의 추가 인하 폭을 감안하면 연 0%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자소득세(15.4%)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는 제로(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증권사가 제일 발 빠르게 움직였다. 10일부터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상품 금리를 낮추어 적용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이번 주부터 수신금리를 인하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대출금리다. 고정금리 상품은 변동이 없고, 변동금리 상품은 2주 정도 지나야 금리인하 효과가 반영된다. 그런데 경험상 대출금리 인하 폭은 수신금리 만큼 100% 반영되어 내리지 않는다.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금리에 관한 한 국민들은 불공정거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세입자들이 걱정이다. 금리인하와 전월세 계약이 무슨 관계일까? 집주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전셋돈 받아 은행 넣으면 이자가 얼마지? 차라리 월세로 받는 게 낫지!”란 생각이 당연히 들게 된다 그래서 전세계약이 얼마 남지 않은 세입자에게 이번 조치는 청천벼락 같은 소식이 되는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 조치가 한국은행 발표대로 거창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국민 대다수에게는 오히려 3중고(三重苦)를 가져다 주게 된다.
①저축으로서 전혀 의미없는 제로금리
②상대적 고금리인 대출금리
③임대사업자 수익보충을 위한 임차인들의 고통

지난 4번의 금리인하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은 그대로 손해를 떠안았고 고통을 감내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한국은행을 포함 정책당국의 관심을 바라는 필자의 외침이 또다시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 홍은기 뉴스워커 편집위원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을 전공했다.
하나대투증권 경영본부장과 하나금융지주 시너지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하나대투증권 일산지점 영업상무를 담당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금융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