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홍은기 편집위원] 기억해 두어야 할 날이 하나 추가되었다. 2016년 6월 24일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

거창하게 말하면 전후 세계질서의 변화이자 민주주의체제의 위기라고 하겠다. 한때 20세기의 기적이라고 평가되었던 EU체제가 그 존재를 위협받게 된 것이다. Pax-Americana의 한 축이었던 영국의 위상이 위협받게 된 것이다.

※ Pax-Americana :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 평화 질서를 이끈 것을 뜻한다. 로마 제국의 팍스 로마나, 영국 제국의 팍스 브리타니카와 같이 세계적 패권 국가로서의 미국을 비유한 말이다.

당사자인 영국민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투표한 것일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는 그런 현명함을 가지고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투표결과 후 현실화되기 시작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파급력을 보고 영국민들이 보여준 구글검색어를 보면 황당하기까지 하다.

 

2016년 6월 24일. 세계 금융시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 상식적으로 보면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은 상승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영국을 포함 유럽시장의 경우 장중에는 8~10% 넘게 빠졌다. 그것도 장이 열리자마자 급전직하(急轉直下)였다. 영국의 금융시장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브렉시트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우리나라 KOSPI의 움직임을 보면 그날의 긴박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중 고점과 저점 차이가 무려 108.80p로 2011년 8월 9일 (143.95p) 이후 최고치다.

종가기준으로 하루 낙폭도 2012년 5월 18일 (-62.78p, -3.40%) 이후 4년여 만에 최대치였다. 증권업계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는 표현이 왜 쓰이는지를 보여준 하루였다.

 

 

파운드화와 엔화의 움직임을 보면 더 생생하다. 마치 앞으로 닥칠 세계경제의 급변을 보여주는 모습이다.전세계 GDP의 3.9%에 불과한 영국의 브렉시트가 가져올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② 나름 탄탄했던 영국경제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③ 나비효과다. 영국경제 침체는 유럽경제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중국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④ 세계 자유무역기조에 타격을 주게 된다. EU를 벗어난 영국경제가 보호주의에 휩싸일 경우 세계 자유무역경제에 신뢰가 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어쨌든 변화는 시작되었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정치/경제)질서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벌써 EU의 붕괴는 기정사실화 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오히려 그동안 『미국 + EU』 vs 『중국 + 러시아』로 압축되던 세계 역학구도가 며칠사이에 『Pax-Americana vs 중국 굴기』로 관전 포인트가 바뀌고 있는 듯 한 인상이다. 이것만으로도 영국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한방을 맞은 것이다. 우리 속담으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고 있는 격”이 되어 버렸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투표전 브렉시트가 가져올 영국의 불이익에 대한 그 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탈퇴를 결정한 영국민들의 이성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겨우 3.8% 차이로 세계 경제질서를 흔들어 버린 투표결과를 따라야 하는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수백만의 국민이 재투표를 청원하는 국민들이 근대 민주주의 발상지라고 하는 나라의 그들인가?

참 나쁜 나라이자 나쁜 국민들이다! 선진국을 영어로 Advanced Countries 라고 한다. 경제개발이 상대적으로 앞선 나라를 일컫는 말이다. 이제는 여기에 세계경제에 대한 윤리적 측면의 평가도 집어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홍은기 뉴스워커 편집위원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을 전공했다.
하나대투증권 경영본부장과 하나금융지주 시너지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하나대투증권 일산지점 영업상무를 담당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금융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