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서로 그릇 크기가 같아 생기는 것이다
내가 바뀌면 쉽다. 반면 많은걸 포기해야 한다.

[양광모 휴면네트웍크연구소 소장 인터뷰]
지난해 한국HRD명강사 부문 대상을 수상한 사람이 있다. 청와대, 외교통상부, 국방부, 여성부, 한국은행, 지방혁신개발교육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저서로는 ‘인간관계 맥을 짚어라’, ‘당신만의 인맥’, ‘사람이 재산이다’, ‘마음의 문을 여는 일곱 가지 주문’, ‘인간관계 불변의 법칙’, ‘굿바이 갈등’ 등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효율적으로 풀어가는 것에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 사람이 휴먼네트워크연구소 양광모 소장이다. 양 소장의 전문분야는 좋은 인맥, 소통 헤아림, 인맥관리, 갈등 해결법 등이다.
양 소장은 사람의 내면에 항상 갈등이 존재하는데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내면의 그릇이 넓어질 수도,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고 봤다. 갈등은 누구나에게 존재한다. 없앨 수도, 없어지지도 않는다. 갈등은 사람과 사람사이, 조직과 사람사이, 조직과 조직사이 어디에도 존재한다. 관건은 어떻게 갈등을 조절하느냐다. 인간 내면에 깊이 뿌리박힌 갈등을 풀어가는 숙제를 지금부터 리웍스리포트에서 풀어가려고 한다.

양광모 소장을 만난 곳은 지난 3월 9일 2시 강남역에서였다. 양 소장은 방금 EBS라디오 출연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수많은 갈등이 있다. 갈등은 왜 만들어지나.
“갈등이 만들어지는 이유에 대해 6~7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해관계에 의해 발생되기도 하고, 가치관 경향 취향 감정싸움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양광모 소장은 그의 저서 ‘굿바이 갈등’에서 갈등의 발생 원인을 총 7가지로 정리했다. 그 중 집회현장에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불가피한 갈등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물건을 팔고자하는 영업사원과 사고 싶지만 구매결정권한이 없는 고객 사이에는 상황의 대립에 따른 갈등이 존재한다고 얘기했다.)

-풀지 못하는 갈등도 있겠다.
“(급히 왔는지 호흡을 크게 한다.) 가장 풀기 어려운 갈등 중 하나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갈등이다. 예를 들어 종교적 갈등이나 좌파냐 우파냐 하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도 심각하다. 사형제도가 찬성이냐 반대냐, 낙태 등도 첨예한 갈등 중 하나다.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리면 풀기 어려운 갈등으로 확대된다.”

-소장이 쓴 ‘굿바이 갈등’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협상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갈등은 평생 달고 산다. 집에서는 부모 간에, 형제끼리, 금전적 문제가 얽힌 친·인척간에 갈등이 발생한다. 또 직장에서는 상사와, 동료와, 급여에 따른 갈등 등 우리 주변을 끊임없이 맴돈다. 이러한 갈등을 원활하게 풀려면 결국 협상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풀기 어려운 갈등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다.”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내면에 있나.
“갈등의 대처 유형은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회피 수용 협상 대결 중재를 통한 해결이 그것이다. 내면이라고 보는 것은 수용이다. 갈등은 바꿀 것인가 바뀔 것인가의 문제다. 내가 바뀔 수 있으면 쉽다. 하지만 내 것을 포기하는 것 또한 쉬운 결정은 아니다.

-사람은 상대의 의견에 비판을 한다. 비판은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로 들릴 수 있다. 의견 충돌이 있으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 발생하는 갈등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이 있나.
“비판은 자칫 상대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여 모욕감을 느끼고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이 경우 공개적으로 비판하면 상대가 더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공개적으로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 비판해야 할 사항이 개인적인 부분, 예를 들어 나이가 몇 살이냐, 너는 항상 이 모양이냐 등 다른 것까지 확대해서 지적하는 행위는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가능하면 1대 1로 말하고, 샌드위치 화법과 같이 칭찬을 먼저하고 다른 부분을 지적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

-‘세상을 꼽게 보지 말고 곱게 보라’는 내용이 책에 있다. 이익 앞에서 꼽게 보지 않을 수 있나.
“이는 이해관계 뿐 만 아니라 상대를 좋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상대가 잘난체한다고 꼽게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이해관계가 얽힌 상반된 입장이다 해서 꼽게 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노동자라면 임금인상 협상을 할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사측이라면 회사의 경영적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상사라면 업무분담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뺀질거리는 사원이 있으면 얄밉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개인적인 감정을 섞어 안 좋게 볼 수는 없다.

-직장상사의 지시사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상사가 큰소리내고 지적하지만 상사는 그 감정을 쌓아두지 않는다. 하지만 아래 직원은 다를 수 있다.
“당연히 다르다. 그 다음에 어떻게 대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업무를 마치고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서운했던 점을 풀 수 있다. 그런데 상대가 소심한 성격이라면 소주가 필요 없다. ‘어 낮에 나한테 욕했어?’라고 담아둘 수 있다. 상사라면 상대방의 성향에 따라 사람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상대가 무엇을 하든 꼽게 보고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나쁘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 또한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결국 앞서 얘기한 다섯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선택을 자기가 원한다고 해서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의한 대립이다. 지금까지의 관계, 동기 등에 의해 선택이 달라진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대화와 절충이다. 갈등해결의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 즉,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갈등이 쌓이게 됐는지를 찾아 그것부터 대화를 통해 폭을 줄여야 한다. 결국은 그 사람의 닫혀있는 마음을 열고 왜 그러는지 원인을 찾고 제거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조합장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최근 어느 시점에서 갈등이 발생했다면 그 부분만을 놓고 해결하려 든다. 양 소장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갈등이 폭발하는 지금시점에 있는 것이 아닌 그 훨씬 이전부터 갈등의 골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양 소장은 부부간의 갈등이라는 쉬운 예를 들었다.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움을 하게 되는 원인은 무척 사소한 것에 있다. 그동안 쌓여왔던 사안이 그 시점에 한꺼번에 터지게 된다.)

-눈치가 빨라야 한다고 했다. 눈치와 소신과는 대립되지 않나.
“눈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헤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의 소신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그것이다. 정도가 지나치거나 특수한 상황에서는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말과 용어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나도 지금 눈치를 보고 있다.(하하) 지금 궁금해 하는 인터뷰 내용이 어떤 것들이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눈치를 살핀다. 이것은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다. 눈치 없는 것이 문제다. 둔화된 거고 자기생각대로 말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살피지 않고…눈치지수가 떨어지는 것이 더 문제다.

-눈치 체크리스트 해보니 보통이더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가 적다. 눈치가 없어서 갈등이 생긴다. 눈치가 없어 무심코 던진 말 때문에 상대는 상처 받는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질투를 느끼고…갈등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가지만 상대의 마음에 부정적인 요소가 형성되는 것이다. 가령 상사가 부하 직원에 느끼는 감정 중 싸가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상사를 뭐로 알아’, 이것은 감정적으로 모욕감이 생성되기 때문에 상사를 칭찬이나 호의적 표현으로 상사와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이 시각 양 소장의 핸드폰이 울려 잠시 인터뷰가 중단됐다. 중단된 동안 조직내부의 갈등이 아닌 조직과 조직 간의 갈등에 대해 생각했다. 조합은 협력사와 거래를 통해 사업을 이어간다. 조합은 낮은 금액에 높은 서비스를 받으려한다. 반면 협력사는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높은 값을 받으려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갈등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통화를 마치고 인터뷰가 계속됐다.) 갈등 발생 요인 중 하나가 계약관계로 인한 갈등도 있다.
“계약관계에 있는 상황에는 협상으로 풀어가야 한다. 이것은 개인적인 감정의 갈등이라기보다 조직 간의 갈등으로 일정한 파이를 놓고 누가 많이 가져갈 것인가를 논하기 때문에 쉽게 해결점 찾기가 어렵다. 결국 결과만을 놓고 해결하려드니 협의점이 없는 것이다. 관점은 또 하나의 파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달려있다.(양 소장도 이 부분에서 잠깐 뜸을 들였다.) 갈등을 더해 협상까지 이뤄야 하니 쉽지 않다. 종점은 서로 간에 호감이나 신뢰가 있느냐에 따라 양보가 될 수 있고, 죽기 살기로 파이를 놓고 싸울 수도 있다.

-무지해서 생기는 갈등도 있다.
“무지해서 표면에 드러나는 문젠데, 그것 때문에 현상적으론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고, 부정적 감정이 형성돼 상대방에 대한 원망·분노 등이 만들어진다. 갈등은 상대가 부정적으로 대할 때 내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것을 피해야 한다. 제3자를 통해서든지,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해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인터뷰를 정리해야 할 듯하다.
(음~) 갈등을 해결하는 관점으로는 앞서 이야기 했듯 바꿀 것인가 바뀔 것인가의 문제다. 쉬운 방법은 내가 바뀌는 것인데, 상대를 바뀌게 하려면 그릇의 크기가 달라야 한다. 자신의 리더십 협상력 설득력 등을 지속적으로 길러야 한다. 갈등은 죽는 그 순간까지 겪는다. 이러한 갈등을 피하기보다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을 헤아릴 수 있는 공감력을 높이고,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키워야 한다. 노력과 지속적 끈기가 없으면 갈등의 해결은 묘연하다.

[인터뷰 후기]
양광모 소장과의 인터뷰는 예정시간을 초과했다. 양 소장이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온 것도 그 때문이다. 양 소장이 인터뷰 말미에 충분한 인터뷰가 됐는지를 물었다. 필요하다면 전화상으로라도 추가 답변할 테니 연락 달라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런 양 소장의 마음에 고마움을 표한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