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삼성 경영권, 4세대로는 넘어가지 않을 것…뇌물공여 재판 포석” 이재용 발표문 집중보도
외신 “삼성 경영권, 4세대로는 넘어가지 않을 것…뇌물공여 재판 포석” 이재용 발표문 집중보도
  • 류아연 기자
  • 승인 2020.05.07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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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워싱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표문에 외신이 집중보도하고 나섰다. 세계 주요 외신들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리더십을 자녀들에게는 승계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를 주목했지만, 이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의혹 재판과 관련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은 원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지난해 8월 이를 파기했으며,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 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집행유예가 가능했던 뇌물공여 50억 이하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에 외신은 향후 이 부회장의 잠재적 수감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관측하며, 이 부회장의 이번 발표문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주요 외신 "이재용 부회장 보기 드문 사과"라는 평


로이터통신, 블룸버그, CNN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에서 발표한 대국민 발표문에 대해 집중보도 했다.

외신은 삼성그룹의 상속인인 이 부회장이 뇌물 공여 의혹과 함께 논란이 됐던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 보기 드문 사과를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외신은 이 부회장이 가족 통제 대기업을 자신의 자녀에게 경영권 양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주목했다. 이에 이 부회장이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대기업인 삼성그룹을 경영하는 마지막 일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입장문 발표는 뇌물공여 의혹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최순실 등이 모두 불출석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한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 관련, 삼성 측이 최순실에게 준 34억 원에 호가하는 말 세 마리에 대해, 2심 재판부에서는 이에 대해 빌려준 것으로 뇌물로 준 게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2심에서 1심의 유죄가 일부 번복이 되면서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될 수 있었지만, 이러한 판결이 뒤집어진 것. 대법원은 해당 말 세 마리는 뇌물로 경영 승계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외 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 역시 경영 승계와 관련된 뇌물로 보여 집행유예가 가능했던 뇌물 50억 이하를 넘어선 상황이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으로 이 부회장이 향후 더 강력한 형량을 받고, 잠재적 수감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외신은 관측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결정된 뇌물고여 총액에 따라 이 부회장은 향후 최소 5년 형이 선고될 것으로 외신은 전망했다.

그러나 외신은 한국 형사법 제 53조에 따라, ‘경감 사유가 있을 때’ 처벌의 재량적 완화가 가능하다고 규정, 이 부회장의 경우 한국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삼성에 대한 피해를 근거로 제시할 수 있어, 수감을 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이번 발표를 ‘사과문’이라고 칭하는 대신 ‘입장발표’라는 형식을 취했으며,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신은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의혹 이후 이를 공개 사과하고 혐의를 인정하라는 압력을 받아 왔다”며 “한국법에 따라, 이 부회장은 기업 경영권 계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기업평가업체 CEO스코어의 분석을 인용해 지적했다.

이어 “이번 입장문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에 대한 가족 소유권을 청산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으며, 내용의 의미는 약했다”고 설명했다.


모호한 사죄라는 비판도 ‘법정 제재 모면 위한 제스처’였나


문제가 많았던 노조활동에 대해서도, 삼성이 노조권을 보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발표문을 통해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서비스 건’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노조활동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삼성 임원들 받고 있는 재판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과했다.

현재 삼성그룹의 전직 및 현직 임원 중 일부는 노조활동 방해 혐의로 조사받고 있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다. 이중 ‘삼성 2인자’로 불렸던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노조활동 방해로 사임했으며, 항소를 진행중이다.

이번 입장문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사실상 ‘무노조경영’을 청산하고 노동권 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 부회장의 이번 발표문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앞서 준법위는 이 부회장과 삼성 7개 관계사에 경영권 승계와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 행위 등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외신은 이 부회장의 노동권 보장 발표 역시, 거버넌스 전문가들의 회의에 직면한 삼성이 법정 제재를 모면하기 위한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외신은 “이 부회장의 사죄와 약속은 모호하다”며 “이 부회장이 자신이 잘못한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다.


=아래 이재용 부회장의 발표 전문=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리기도 했습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기술과 제품은 1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저와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리겠습니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그동안 가져온 제 소회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래의 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습니다. 이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위기는 항상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입니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합니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두려워해왔습니다.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은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노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사회소통과 준법 감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입니다.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입니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 걸음 다가서겠습니다. 우리 사회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습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입니다. 그 활동이 중단 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보였던 미래입니다.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2,3개월간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써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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