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뉴스워커_오피니언] ‘남양유업의 댓글부대’로 유통업계가 시끌시끌하다. 남양유업은 홍보대행사 직원을 동원한 댓글부대를 모아 조직적으로 경쟁사인 매일유업을 헐뜯기 위한 비방성 글을 인터넷 육아전문 카페 등에 지속적이며 악의적으로 유포시켰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 때문에 홍원식(70세)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남양유업 측은 부산시 소재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반복적으로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을 수차례 인터넷 맘카페 등에 게시했다는 것이다. 게시된 글을 보면 경쟁사의 유기농 목장 부근에는 원전이 위치해 있어 방사능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같은 확인되지 않은 경쟁사 비방 글은 삽시간에 육아를 책임지는 엄마들의 카페에 옮겨지고 사실 유무와 관계없이 그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된다. 결국 누군지도 모르는 자가 특정 의도를 가지고 퍼트린 가짜뉴스와도 같은 글은 최초 유포자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된다. 이로써 누구는 비열한 웃음을 입가에 그릴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무 이유도 죄도 없이 머리를 쥐어뜯는 괴로움을 당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사실이 밝혀지고, 우리네 엄마들 뿐 아니라 온 국민이 깨닫게 되는 때가 하루속히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진실은 은폐되고 누군가에 의해 가려지고 잘려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동안 우리 국민이 숱하게 봐 왔던 ‘꼬리자르기’ ‘몸통 숨기기’의 행태 때문일까?

우유는 태어나면서부터 먹게 되는 우리 아이들의 양식이다. 세상에 처음 울음을 던지는 순간부터 초유의 성분을 지닌 분유를 먹고 자라며, 이어 이유식과 우유까지 쉬지 않고 마시게 되는 그래서 우리 몸속 깊숙한 곳에 축적되어 삶을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데 그 우유를 생산 공급하는 곳에서 나쁜 생각과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그저 돈을 벌 요량으로 경쟁사를 비방하고 상생해야 할 대리점을 압박하는 등의 행태를 벌인다면 그것을 보고 또 마시며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자라게 되는 걸까하는 의심이 든다.

내가 마시는 우유의 기업이 ‘나쁜기업’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아이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혹시 “나도 나쁜사람이 되는 건가”하는 생각에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거울’이다. 이렇게 투영되는 기업의 모습은 그 제품을 사고 쓰고 먹는 소비자에게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다. 한때 ‘이기는 자가 강한 자’라는 속칭아래 어떤 방법을 쓰든 이기고 보자는 식의 기업문화가 팽배한 적이 있었다. 마치 국회의원 선거전에서 경쟁당의 의원을 짓누르고 깔아뭉개듯 헐뜯고 해야 자신이 살아남고 위로 올랐던 시절이 있었듯 말이다.

하지만 21세기 2020년을 살아가는 지금은 아니다. 국민이 삶의 질에 이어 품격을 논하듯 기업은 제품의 맛과 질에 이어 정당성을 논해야 할 때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당신은 자라나는 우리아이에게 당신의 우유를 팔 자격이 있는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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