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진우현 그래픽2팀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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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 박수현 기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코로나19로 인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자 의료계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동네의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고 무엇보다 안전성 면에서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는 PC,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를 통해 이뤄지는 전반적인 의료행위를 뜻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재벌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비판을 받은 사업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원격의료 계획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비대면 진료, 분명한 한계 있어"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는 7일 뉴스워커와의 전화통화에서 “2014년 당시 의료계의 동의없이 추진하려다 집단 휴진까지 강행된 적 있었던 원격의료인데 이 시기를 틈타 도입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야당시절 원격의료를 반대하던 의료계와 입장이 같았던 더불어민주당이 왜 찬성하는 쪽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는 “비대면 진료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대면진료를 대체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 처방 및 상담과는 결이 다르다. 확진자가 증폭하는 상황에 안전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하게 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도 의사가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경우에만 실시하라고 했다"며 "의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고 정확한 진단도 어렵다. 6일부터 시작된 생활 속 거리두기에 따라 전화상담 및 처방도 종료 시점을 논의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도 뉴스워커와의 전화를 통해 "오감을 이용해 진료해야하는 특성상 화면만 보고 진료를 하는 경우 오진이 생길 수 있고 놓치는 부분이 많다"며 "대면을 통해 환자를 만나 이런 저런 증상을 살펴보는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이런 부분이 환자를 더욱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원격의료에 반대의견을 표했다.


"전화상담이 곧 원격진료" … 의료체계붕괴 우려


원격의료로 거리 제약이 사라지면 대형병원 쏠림이 더 강화되어 동네의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것도 반대이유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6일 성명을 통해 "전화상담 고착화와 원격진료 제도화는 일차의료체계의 붕괴를 부추겨 코로나19 2차 유행 극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화상담 및 원격진료는 일차의료기관 도산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바의연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환자 수가 대폭 감소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거나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일차의료기관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전화상담이나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 총 진료환자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담인력을 둬 전화상담이나 원격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에 환자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나머지 의원들은 폐업으로 내몰릴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향후 2차 유행시, 완충작용을 할 의원들이 얼마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비대면의료 시범사업 추진과 관련 정부는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는 원격의료 제도화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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