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실수로 파손한 도자기와 관련해 법원이 정부와 고흥군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부장판사 이기리)는 민종기씨가 정부와 고흥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와 고흥군은 공동하여 원고인 민씨에게 2천만 원과 이에 대하여 2019.8.7.부터 2020.5.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 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민 씨는 특정 연구소 감정 결과를 토대로 7억 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이날 판결은 세간의 이목이 쏠린 중요한 사건이었다.

당초 이 사건은 민씨가 기탁해서 고흥군 ‘덤벙분청문화관’에 전시될 예정이던, ‘중국고대도자기’ 약 3500여점 이상을 2035년까지 20년간 임대하고, 임대비용으로 ‘고흥덤벙분청문화관’ 개관 전까지 2억4천만 원, 개관 이후에는 문화관 관람료 수입액 중 일부를 지급 받기로 했다.

광주지방법원
광주지방법원

고흥경찰은 민씨가 기탁한 중국고대도자기를 지난 2018년 4월 3일 고흥군 2청사 기록전시관 수장고에서 주전자 형태의 도자기를 한 손으로 잡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뚜껑 부분을 떨어뜨려 꼭지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를 냈다.

민 씨는 “당시 경찰은 중국 황실에서 사용하던 가짜 도자기를 찾아내겠다며 군 수장고에 들어가 유물을 조사하면서 중국 황실도자기인 ‘명대청화오채영회집호’를 파손시켰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고흥군은 수장고에 출입하기 전 경찰에 도자기 취급 방법에 대한 주의사항을 안내하지 않는 등 임대차계약에 따라 도자기를 보존·관리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경찰도 사건 수사 과정에 부주의하게 다룬 과실로 도자기를 파손한 만큼 정부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민 씨가 개인적으로 의뢰한 곳의 감정 결과 편차가 크고 신뢰성을 담보하기 부족한 점, 외국 도자기는 고미술 시장에서 거래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한국고미술협회의 의견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2천만 원으로 제한했다.

기사와는 무관한 중국 황실 도자기 자료
기사와는 무관한 중국 황실 도자기 자료

이에 고흥군 덤벙분청문화관 관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현재 논의 중에 있으며 민 씨로부터 기탁됐던 도자기들은 수장고에 보관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 씨는 “이 중국도자기들은 우리의 해외유출문화재 환수를 위한 등가교환 자료로 활용하기로 되어 있는 진품들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이 나서서 국공립 박물관 소장 유물을 재감정한다거나 가짜를 직접 찾아 나선다는 것은 지나친 월권으로서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행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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