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팀 기자

2006년 6월 1일 노루홀딩스로부터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노루페인트는 도료, 합성수지 등의 제조 및 판매를 주영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종속회사로 한영재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노루코일코팅, 칼라메이트 등의 국내법인 2곳과 해외 5개사를 두고 있으며 모두 비상장기업이다.

올해 들어 한 회장의 아들인 한원석 전무가 노루홀딩스 지분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가운데 노루그룹의 핵심인 노루페인트의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노루페인트의 사업 특성상 전방산업의 경기 변동에 영향을 받고 있어 2017년과 2018년 사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으나 지난해 매출액 및 원가절감으로 매출액은 전년대비 6.9%,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은 각각 29.9%, 52.2% 늘어나 실적이 반등할 수 있었다. 실적을 개선하자마자 이듬해인 올해 한 전무가 경영에 참여한 것이 결국 경영권 승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적은 겨우 올랐는데 한영재 회장의 연봉은 별 탈 없이 고공행진 중


노루페인트는 2015년부터 5년간 지속적인 외형 성장에는 성공해 왔으나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2016년 순이익은 95억원 수준에 그쳤고 이는 전년 대비 무려 244.6%나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노루페인트 측의 설명대로 계열사 보유 투자주식의 일부매각으로 인한 순이익 감소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영업활동으로 인한 이익인 영업이익은 1.7% 가량 소폭 상승하며 6%대의 영업이익률을 그대로 유지했다.

문제는 이듬해부터 시작됐다. 2017년 영업이익이 직전 사업연도 대비 12.4% 감소하며 영업이익률은 5%로 1년 새 1.5%p나 감소한 것이다. 2018년에도 영업이익이 2017년에 비해 22.4% 만큼 또 다시 줄어들어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3.7%로 주저앉았다. 다행히 지난해 매출액의 증가와 원가절감으로 실적이 회복하는 양상을 나타냈으나 여전히 영업이익률은 4.5%로 5년 전 수준보다 2.1%p 낮다.

2017년과 2018년 사이는 영업이익률이 앞서 설명한 바 대로 급격하게 떨어진 기간이다. 하지만 한영재 회장의 급여는 2017년 약 6억원에서 2018년 7억원으로 거의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또 회사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데 오히려 상여금도 늘어나 2억9천만원을 챙겼다. 산정기준에 따른 설명에 따르면 손익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와 리더십, 전문성, 윤리경영, 기타 회사 기여도로 구성된 비계량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의사회 결의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 상여다. 비록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국내외 경기침체와 전방산업의 부진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확보와 매출 증대에 따른 기여도를 고려한 것이 계량지표에 관한 내용이다. 쉽게 말해 수익성이 악화되든 간에 매출액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상여금을 전년 보다 높여 지급한 것이다. 그리고 눈에 띄게 지난해는 급여로만 10억원에 가까운 돈이 지급됐다. 지난해 급여 등도 역시 이사회 결의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지급했다. 참고로 이사회 사내이사로 한 회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2019년 임원보수 결정의 건 의안을 스스로 찬성표를 던졌다.

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어 이익이 늘어나게 되면 주주에게는 ‘배당’의 형태로 나눠주고 기업의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연봉’ 혹은 ‘급여’의 형태로 이익을 배분하게 된다. 그러나 노루페인트는 2017년과 2018년 영업이익이 떨어진 상황에도 한 회장에게 별 문제 없이 연봉을 계속해서 올렸지만 직원들에게 지급된 1인 평균 급여액은 되려 소폭이긴 해도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약 200만원 정도를 급여로 더 많이 지급했지만 한 회장의 보수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한없이 모자라다. 노루그룹이 오너3세 경영체제로 전환된 뒤 더 큰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에 반하는 쪽으로 연봉을 높이는 의사결정은 가급적 지양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오너리스크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거래 400억원 대, 종속기업 노루코일코팅의 수상한 배당잔치?


노루페인트는 도료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건축 및 공업용도료와 PCM도료 두 가지의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있다. 건축 및 공업용도료 사업은 노루페인트가, PCM도료 사업은 노루코일코팅이 이끌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종속기업과의 거래를 제외한 나머지 지배기업,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 기타특수관계자와의 거래의 비중이 5년 평균 451억원에 달한다.

2015년과 2016년 전체 비중의 10% 이상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게 되었고 금액만 두고 봐도 500억원에 가깝다. 이듬해 들어서 내부거래 수준은 400억원 초반대에 머물고 전체 매출액이 크게 늘어나 내부거래 비중이 점차 감소해 지난해는 6.7%로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규제하는 일감몰아주기 대상은 내부거래 비중 12%, 내부거래 금액 200억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노루페인트의 지난해 내부거래액만 430억원대다. 물론 노루그룹 자체가 규제 대상이 아니라 지금 당장 불거질 문제는 없다. 그러나 내부거래 금액이 큰 것은 차후 문제의 씨앗이 될 수도 있고 성장을 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차근히 풀어가야 한다. 특히 한원석 전무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꼭 필요한 신사업으로 노루홀딩스의 실적을 깎아 먹고 있는 와중에도 노루페인트는 그룹 내 중추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내부거래 등으로 인해 실적은 좀먹는 일이 생기면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999년 설립되어 PCM강판용도료를 주요제품으로 판매하는 노루코일코팅은 노루페인트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영재 회장이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회사다. 노루페인트 사업부문에서 PCM도로 등 부문에서 주요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어 종속기업 중에서도 비중이 막중한 편이다. 한 회장도 대표이사로 5년 동안 계속해서 재직 중인 것을 보면 그 중요성을 짐작 가능하다. 노루코일코팅은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 비중도 꽤나 가파르게 증가해 2015년 4.8%에서 5년 만에 약 10%p 뛰어 올라 14.6%까지 치솟았다.

종속기업인 태국법인을 중심으로 내부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노루코일코팅은 2016년,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중간배당을 각각 50억원, 20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기간 연차배당으로 30억원씩을 지급하며 지분 100%를 보유한 노루페인트로 돌아간 총 배당수익은 2016년 80억원, 2017년 50억원에 달한다. 중간배당까지 합산해 계산해낸 배당성향이 2016년 149.5%, 2017년 110.3%로 나타났다. 즉 다시 말해 그해 발생한 당기순이익 보다 노루페인트로 들어간 배당금액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2016년 당기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나 배당을 과도하게 지급해도 될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종속기업 등을 통해 실적을 내고 있는 노루코일코팅은 과도한 배당의 형태로 지배회사인 노루페인트로 부의 이전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노루페인트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어 1389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5.9%, 38.2%씩 늘어나며 나쁘지 않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업무부총괄을 담당해 노루그룹의 핵심이자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는 노루페인트의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한원석 전무는 노루홀딩스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 시작하는 등 경영권 승계의 닻을 올리고 있는 만큼 노루페인트도 영향을 받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루그룹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루페인트가 그 무게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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