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금융권 일자리 창출 정책의 결과는?
-비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무기계약직과의 차이

은행권에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대규모 채용을 이끌더니 올 1분기에는 정규직이 약 1만5000명 줄어들고 계약직이 늘어나 불안한 고용시장 분위기를 형성했다. 더욱이 해고급여의 증가 추세로 정부의 정책에 떠밀려 당장 투입 가능한 곳에 ‘양만 늘린 채용’과 임금피크제로 ‘상시 구조조정’에 따른 은행권의 고용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정규직 인원은 3년 만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8~2019년까지 시중은행의 정규직은 평균 5만6596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 1분기 기준 4만1332명으로 3개월 만에 1만4778명(-35.8%)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와 점포 축소 등 금융권의 저금리·저수익 기조에 따라 정규직을 줄이고 계약직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그중 KB국민은행은 2018년부터 매년 정규직 인원이 약 500명씩 감소하며 올 1분기 기준 1만6194명으로 집계됐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직원 수를 보유한 은행으로 지난해 계약직 증가폭(21.9%)도 가장 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계약직의 급증은 일회성 이슈로 서민형안심전환대출 업무를 소화할 파트타이머 채용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2018년에 정규직 인원이 330명(2.5%) 감소한 이래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019년 기준 76명(0.6%)이 증가했다. 이윽고 올 1분기 기준 123명(0.9%) 감소하며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4분기 해고급여가 3년 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현재는 정규직 대비 계약직 비중이 유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우리은행은 정규직 인원이 2017년 대비 2018년에 446(3.2%) 증가한 동시에 계약직 인원도 시중은행 중 가장 큰 폭(79%)으로 증가했다. 2017년부터 연속 두 해 동안 해고급여가 4대 시중은행에서 최고치를 기록하며 인력 비용 감축에 힘쓴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정규직 인원수가 매년 약 500명씩 감소하더니 올 1분기에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해고급여가 전년 대비 무려 179%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조기 퇴직 비용을 먼저 정산해 급증한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 거래의 활성화와 점포 축소 등 일자리의 감소요인과 세분화가 필요한 분야의 인재들을 배치할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고용 불안의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한편 비정규직 전환 직군에 일반직 전환 기회를 열어두면서 업계에선 비정규직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기간제 근로자(계약직)는 파트타이머, 퇴직 후 재고용 인력, 경력단절 여성, 전문인력 등으로 구성된다.

정규직으로 포함되는 무기계약직은 전문직 무직(세무사, 변호사 등)으로 이루어져 복지 수준은 일반직과 동일하지만 일각에서는 호봉제가 없어 자진 퇴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_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_금융통계정보시스템

국민은행은 파트타이머의 경우 혼잡점포에 수요가 필요하면 해당 업무를 보완하기 위해 단기 파트타이머를 고용하거나 퇴직직원을 재채용하기도 한다. 특정 부서에 배치되는 전문직 무직(변호사, 감정평가사 등)은 일반직과 복지 수준이 동일하며 파트타이머는 예외다.

신한은행은 리테일서비스(RS) 직군이 대표적이다. RS직은 2011~2013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한 직군이다. 주로 입출금과 개인고객 수신 등 간단 업무를 담당해 일반직보다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낮다.

우리은행은 피크타이머, 전문계약직(고졸 학력 관련), 사무계약직으로 크게 형성되어 있다. 파트타이머를 제외한 계약직의 복지 수준은 일반직(4대 보험, 경조사비 등)과 동일하며 피크타이머는 각 지점에서 자율적으로 선점하여 채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기간제 근로자가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분야와 같이 특정한 필요에 의해 채용된 직원이며 채용 시 연봉 및 복지에 대해서 협상을 해서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어 상이하다.

2018년 은행권은 현 정부의 고용 확대 기조에 화답해 일자리를 크게 늘렸다가 일부 은행권에서 채용 비리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시중은행은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금융권의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제정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올 상반기 공채에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져 올 상반기부터 디지털 및 IT 부분 수시채용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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