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속 인물_노루홀딩스 한영재 회장/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노루홀딩스가 100% 보유하고 있는 노루케미칼의 심상치 않을 정도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포착되며 향후 노루그룹의 성장에 곪은 상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노루케미칼은 1989년 7월 21일 ‘주식회사 켐코’로 설립된 이후 도료 및 신나 등 페인트 제조 및 판매 등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 제조시설을 가지고 있다.

이후 2008년 1월 씨케이로 상호를 변경한 후 2009년 현재의 사명 노루케미칼로 최종 변경했다. 2020년 3월말 기준 노루페인트의 임원겸직 현황 공시에 따르면 한영재 회장이 노루케미칼의 상근 대표이사직을 담당하고 있다. 거의 100%에 가까운 비중으로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올리고 있는 노루케미칼, 이대로 괜찮을까?


5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 98.7%, 사실상 내부거래에 의존하는 중


노루케미칼의 최근 5년 간의 감사보고서를 살펴 보면 전체 매출액의 거의 대부분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부터 2018년 까지 98%대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다가 2019년에는 무려 99.7%로 폭등하며 사실상 특수관계자 거래 이외에는 별다른 수익처가 없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 내부거래 금액인 877억원 중 51.9%에 달하는 비중 만큼 노루페인트로 부터 4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요사업인 신나, 도료 등의 페인트 제조 사업 특성상 노루페인트와의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지 전문회사인 노루알앤씨, 플라스틱 및 진공증착용 도료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노루케미칼과 내부거래 금액 중 10%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매출 거래가 이루어졌다. 자동차 도료 사업을 영위하는 노루오토코팅과도 10%에 가까운 내부거래를 일으키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자산총액 656억원 규모의 노루케미칼의 수익성은 거의 바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언뜻 2015년과 2018년 사이 언뜻 매출 규모가 늘어나는 듯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보니 2015년 0.6%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이 2018년까지 겨우 오른 것이 1.1%다. 즉 영업활동을 통한 성과 자체는 평가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노루케미칼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무색할 정도의 내부거래 행태는 노루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 곪은 상처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내부거래로 매출 올리고 고액 배당으로 지배회사로 부의 이전


노루케미칼이 실시한 배당정책에서도 다소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2015년, 2016년에 3억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6억원 상당의 배당금액을 지급했다. 이 모든 배당금액은 당연히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노루홀딩스로 전액 들어갔다. 물론 배당금액 자체가 그렇게 높진 않다. 그러나 배당이란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것이 원칙인데 노루케미칼의 배당정책은 이러한 원칙에서 많이 어긋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가령 2015년에는 17억원의 순손실은 낸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당금액을 지급했다. 순이익이 직전 사업연도 대비 비교적 크게 오른 2018년에는 갑작스레 20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해 해당 연도에 중간배당까지 합쳐 계산한 배당성향이 300%대를 가뿐히 넘어섰다. 또한 2019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398.6%나 감소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전년에 비해 더 높은 배당성향 347.4%를 기록했다. 이로써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올린 실적을 기반으로 배당을 일으켜 고스란히 오너일가가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지배회사, 노루홀딩스로 그대로 부의 이전이 일어났다.

덕분에 노루케미칼의 자본총액은 해를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중이다. 얼마 되지 않는 순이익에서 배당금의 형태로 지배회사에 대한 부의 이전이 일어나며 이익잉여금이 쌓일 틈 조차 주지 않았다. 특히 2018년 갑작스러운 중간배당 20억원과 연차배당 6억원을 노루홀딩스에 지급하는 바람에 1년새 이익잉여금이 약 17억원 증발했다. 2019년에도 순이익을 낸 것 보다 더 많은 배당을 지급하며 이익잉여금이 약 4억원 만큼 더 감소했다. 한영재 회장이 노루케미칼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데다 비상장사 특성상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영 의사결정에 제약이 없다. 감소 폭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자본금이 깎이는 수준으로 고액의 배당을 오너일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지배회사에 지급하는 것은 엄연히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2019년 말 기준 81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노루케미칼은 30년이 넘도록 운영되어 오고 있는 곳이다. 한 회장이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이 기업이 그룹 내 지니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1945년부터 시작된 노루그룹이 최근들어 오너 3세로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루케미칼이 지닌 문제가 곪은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면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도 바람직한 경영의 일환이기에 위험요소는 해결 또는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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