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기 뉴스워커 편집위원] 우리는 기억한다. 5년마다 때가 되면 종합주가지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는 사실을. 3000p, 5000p. 전인미답의 주가지수 이지만 우리 뇌리 속에는 수차례 달성했었던 듯 익숙하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후보 시절인 2012년 “5년 안에 주가(KOSPI) 3000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취임 후 현재까지 약 3년 5개월 동안 KOSPI지수는 1800~2000선 사이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00선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박스피’(box권+KOSPI)라는 오명에 갇혀 있는 게 현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경제가 제대로만 된다면 2008년에 주가 3000을 돌파할 수 있고 임기 내에 제대로 하면 5000까지 올라가는 것이 정상”이라며 가장 높은 ‘5000’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취임 첫해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곤두박질쳤고, 2008년 10월 938.75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다시 2000선으로 회복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 KOSPI 역대 지수 추이

<꿈의 3000p / 5000p 인가?>

KOSPI는 1980년 100p를 기준으로 시작한다. 예를 들면 현재 2000p라 하면 기준연도 대비 20배 상승한 셈이다. KOSPI는 1980년 시작한 이래 10년이 안된 1989년 1000을 돌파했다. 이후 2배인 2000이 되는 2007년까지 18년이 걸렸다. 은행 금리로 계산하면 연평균 4%의 복리로 오른 셈이다.

단순계산 하면 3000은 2000 기준으로 보면 불과 1.5배에 불과하다. 초등학생 계산으로 하면 2017년 전후 3000을 달성하면 자연스런 계산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대변한다. 어떻게 보면 국내 주가지수의 정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치가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물론 경제구조 상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적 충격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 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꿈의 지수인 3000 / 5000을 돌파할 수 있을까? 곧 있으면 또다시 장미빛 지수가 발표되는 정치, 경제적 상황이 다가온다. 5년 주기로 되풀이 되는 숫자놀음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시장과 투자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분석과 목표치가 제시될 수 있을 것인가? 그 해답을 조금 먼저 생각해 본다.

첫째. 꿈의 지수가 불가능 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전문가들이 꽤 많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근거 중 하나가 KOSPI 시가총액 기준 삼성전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사실 맞다. KOSPI 계산 공식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한종목의 비중은 무려 약 17%에 달한다. 삼성전자 한종목이 10% 오르면 KOSPI가 1.7% 오르게 된다. 현시점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KOSPI는 1980p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비관론자들의 의견인 셈이다.

▲ KOSPI 업종별 비중

그런데 사실 맞긴 하다. 최근 8월 들어 KOSPI가 상승추세를 보이더니 지난주 말 2056.24p로 마감되었다. 핵심역할은 삼성전자였다. 전일대비 3만5000원(2.13%) 오른 167만 5000원으로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170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비중은 17.74%로 또 증가했고, 지수 영향력은 7.6%에 달했다. 불행하게도 최근 삼성전자의 비중과 영향력을 감안하면 KOSPI 지수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날이 상당히 많다.

증권사들이 뒤늦게 삼성전자 목표기를 200만원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다시 KOSPI 지수의 왜곡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형국이다. KOSPI와 삼성전자의 악순환 반복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 삼성전자 주가 흐름

이를 개선하기 위해 KOSPI 계산방법의 개선을 논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내부체질은 변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역사적인 KOSPI 지수를 달리 계산함으로써 모든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의 기본을 흐트려 놓을 위험이 있고, 오히려 투자자들만을 더 헷갈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둘째는 파생상품 시장이다. 현물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말 그대로 고사위기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각하다.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은 2011년 거래량 규모로 세계 1위였다.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참여도 많았다. 그러나 규제장벽이 높아지면서 작년에는 12위까지 추락했다.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과도한 규제를 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기본예탁금(선물 3000만원, 옵션 5000만원) 급증, 1년 간 선물거래 경험이 있어야 옵션거래 가능, 사전교육(30시간) 및 모의거래(50시간) 필수조건화 등 개인투자자의 접근자체를 막는 이해가 가지 않는 조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집중 시행되었다.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파생상품시장 접근을 차단한다는 조치였으나 지나치게 가혹했다는 지적이 많다.

파생상품시장 축소는 곧바로 현물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시장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게 된다. 실제로 코스피200선물․옵션거래가 감소하면서 코스피200지수 변동성은 2010년 2월 19.7%에서 2015년 6월 10.2%로 대폭 축소됐다. 주식 및 주식워런트증권(ELW) 등의 거래가 줄자 기관의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거래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 주체별 파생상품 거래비중 현황

이에 반해 우리나라를 제외한 글로벌 장내파생상품시장은 연 10% 내외로 성장했고, 아시아 파생상품시장도 연평균 20% 이상 급성장했다.

이것은 자본시장의 리스크 헷지 기능과 보유기능을 간과한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파생상품시장을 위험하다고만 보는 정책당국의 왜곡된 시각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자본시장은 상품다양화, 변동성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의 역동성을 높여야 하는데, 투자자보호라는 단시안적 조치로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함으로써 변동성이 지나치게 낮아져 모험자본 중개와 위험분산 기능이라는 자본시장 고유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것은 결국 현물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져 KOSPI의 박스권 탈출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올들어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다우존스지수, S&P500 지수, 나스닥지수 등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신흥국 주가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상태로 복귀해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브렉시트 원산지인 영국도 그 여파를 이미 극복한 상태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증시만 지난 5년 간 박스피(KOSPI 1850~2100)에 머물러 있다. 앞서 두 가지 특징적 사항을 문제제기 하였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라고 본다. 기업경쟁력 약화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기업 영업이익 저하는 다시 KOSPI 상승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배당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도 아직은 글로벌 수준과 격차가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와 함께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개발 시행되기를 바란다. 투자자보호도 좋지만 이를 빌미로 시장의 역동성을 해치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 감독당국이 나서서 투자자 개인을 보호해 줄 수는 없다. 규제를 통해 투자자보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과도한 규제는 없는 게 낫다는 게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이를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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