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속 인물_다함이텍 안응수 대표 / 그래픽 황성환 그래픽기자

[기업진단_뉴스워커] 1973년 9월 29일 설립된 다함이텍은 1988년 9월 27일자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후 상장규정 상 2년 연속 매출액이 50억원 미달하여 2013년 상장폐지 된 바 있다.

상장 폐지 이전에는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 및 데크메카니즘의 제조 및 판매 등의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계열사 투자와 위탁경영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부동산 임대사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상장폐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여전히 여러 문제를 갖고 있는 다함이텍은 4000억원대의 탄탄한 자산을 갖고 있지만 매출 실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손실이 난 상황에서도 이익금의 일부를 현금 혹은 주식의 형태로 할당하는 배당을 실시하거나 특수관계자에 대한 자금대여에 대한 이자수익으로 연명하고 있는 만큼 이 회사 자체의 존재 이유 자체에 물음이 생긴다.


본업 매출보다 많은 ‘영업외수익’, 주사업 내용이 특수관계자 대여금 제공인가?


다함이텍은 2011년 3억5026만원, 2012년 4억3001만원을 기록하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 주식시장에서 아예 사라졌다. 이후 2016년까지도 영업수익이 여전히 5억원이 안되는 수준이었고 2017년부터 일반 및 오피스텔 임대수익이 늘어나 약 13억6854만원으로 늘어났다. 2018년에 들어서도 오피스텔 임대수익이 늘어 14억원을 넘어 섰으나 지난해 말 다시 11억4183만원으로 다시금 후퇴했다. 상장폐지 된 이후에도 여전히 50억원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의아한 것은 상장폐지 후 2013년에 56억원의 순이익을 내더니 2014년에는 무려 409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때문에 한때 고의적인 상장폐지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50억원도 안되는 매출을 내는 동안 순이익이 크게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특수관계자에 제공한 거액의 대여금에 대한 이자수익 덕분이었다. 위 그래프는 다함이텍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받은 이자수익과 영업 활동으로 거둔 영업수익을 비교한 것이다. 종속기업인 다함하비오와 지배기업인 다함레저에 대여금을 제공했으며 이 두 회사로부터 받은 이자수익은 2015년 79억원, 2016년 87억원으로 이는 영업수익에 비해 20배나 많은 수준이다. 영업활동에 의한 매출보다 이자수익으로 얻은 영업외수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해당 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2015년 465억원, 2016년 711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배기업 다함레저와 종속기업 다함하비오에 대한 장, 단기대여금은 지난 5년 내내 약 2000억원에 가깝다. 다함레저에 제공된 대여금은 2016년을 마지막으로 전액 회수된 것으로 보이나 다함하비오에 대한 대여금은 해를 거듭할 수록 점차 증가하게 되었고 2018년에는 2008억원이 되었다. 이듬해 일부 회수되어 장기대여금의 잔액이 1968억원으로 줄었다. 관계사에 천억 원대가 훨씬 넘게 대여금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자본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기업이지만 주된 사업이라고 공표하고 있는 부동산 임대사업에 대한 영업수익은 여전히 10억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것이 다소 역설적이다. 이 정도면 부동산 임대사업을 주된 사업이라고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순손실 중에도 어김없이 배당 지급, 오너일가 배 채우기?


다함이텍의 최대주주는 총 지분의 56.42%를 보유하고 있는 다함레저다. 참고로 다함레저의 최대주주는 총 지분의 55%를 소유하고 있는 안응수 회장이다. 그 뒤를 이어 안응수 회장이 30.36%, 5인의 안응수 가족이 3.66%를 갖고 있어 전체 지분의 90.45%를 안 회장 및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자가 소유한 셈이다.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액주주와의 잡음이 있었다. 원래 다함레저의 지분율은 31.80%에 불과했다.

2013년 4월 1일 상장폐지가 결정된 후 10일 간의 정리매매 기간을 이용하여 저가에 지분을 사들인다는 의혹을 받았다. 첫 거래일 때 취득단가는 13,500원, 두 번째는 14,970원, 마지막엔 17,86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이 회사는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한 2011년 전만 해도 주가가 2만원 후반대로 거래됐다. 총 908,148주를 약 146억원에 사들였는데 결과만 두고 본다면 기존 거래 가격 보다도 훨씬 저렴한 수준으로 쉽게 지분을 획득한 것은 사실이다. 3천억원대 자산을 갖고 있는 알짜 회사가 매출액이 급속도로 낮아진 상태에서 상장폐지를 해결하기 보다는 이를 악용하여 오너일가 및 관계사의 지분율 늘리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상장폐지가 고의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상장폐지 이후 다함이텍의 배당 행보이다. 상장폐지 된 기업들 사이에서 오너일가 등의 지분율이 높아진 상태에서 고액의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어 늘 비난을 받아 왔다. 다함이텍 역시 마찬가지다. 상장폐지 이전에도 배당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오긴 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큰 폭의 당기순손실이 일어났는데도 어김없이 배당을 실시했다. 가령 2017년 243억원, 2018년 102억원의 순손실을 입은 가운데 주당 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9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한 것은 안 회장 및 가족과 다함레저이므로 배당에 대한 이득의 거의 대부분은 오너일가에 돌아가게 된다. 실제 2017년 7억원이 안응수 회장 외 6인(가족)에게, 11억원이 다함레저에게 돌아갔고 2018년에 들어서는 오너일가의 보유지분이 조금 상승하며 그만큼 그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수익도 소폭 더 늘어났다. 관계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받아 겨우 버티는 중인데도 배당을 계속해서 실시하여 결론적으로 오너일가와 지배회사의 곳간만 채워지게 된 상황이다.

이외에도 다함이텍은 사내이사를 대상으로 1인당 평균보수액으로 약 1억7000만원 대를 연봉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1분기말 기준 4515억원의 총자산을 가지고 있는 겉보기에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각종 문제가 산적해 있는 다함이텍은 다소 불안정해 보인다. 2천억원에 가까운 관계사에 대한 대여금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배당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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