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전략 유지 위해 기존 패러다임 뛰어넘는 시도 ‘적극 지원해야’

황성환 그래픽 기자
황성환 그래픽 기자

메모리 용량 1000배 이상 향상 시킬 수 있는 소재 발견


지난 7월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이준희’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기존 메모리 소자의 용량을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산화하프늄(HfO2)’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강유전체 메모리의 경우 ‘원자 수천 개 이상이 모인 수십 nm(나노미터) 크기의 도메인’이라는 영역에 1비트를 저장하는 방식을 취했다.

업계에서는 수십 nm 크기의 도메인을 정보 저장의 최소 단위로 여겼기 때문에 크기를 작게 하는 연구보다는 어떻게 하면 도메인을 안정시킬까 하는 연구에 집중된 경향이 존재했다.

문제는 메모리를 제작하는데 있어 수십 nm의 도메인 방식을 고집할 경우 5nm 이하의 반도체 공정을 실현하는 것에 어려움이 생기며 반도체의 소형화와 집적도를 높이려는 시도에 큰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연구팀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서 수십 nm의 도메인이 꼭 필요한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하였고 연구를 통해 도메인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리학에는 평평한 띠가 있다면 원자끼리의 탄성 상호작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Flat Energy Band(평평한 에너지 띠)’ 이론이 존재하는데, 연구팀은 특정 전압이 걸릴 때 탄성작용이 소멸되어 ‘반도체 내 원자의 위치를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 이론을 적용하여 도메인 없이 ‘0.5 nm에 불과한 개별 원자 4개 묶음에 정보를 저장’하여 일반 반도체에서도 단일원자 수준의 메모리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결국 수천 개의 원자를 사용하여 1비트를 구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원자 1개로 1비트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그 결과 기존보다 1000배 이상 집적도가 향상된 500Tb/㎠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이 제시한 산화하프늄(HfO2)이라는 산화물이 기존의 실리콘 기반 반도체 공정에서 이미 흔하게 사용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도 작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인 연구 성과는 세계적 석학들의 검증을 거쳐 한국 시각으로 지난 7월 3일 국제학술지인 ‘Science(사이언스)’에 게재됐다.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극복할 절연체 발견


지난 6월 23일 ‘신현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와 ‘신현진’ 삼성전자 연구원, ‘IBS(기초과학연구원)’ 등이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반도체 소자를 더 미세하게 제작할 수 있는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재 nm급 반도체 공정에서는 소자가 작아질수록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기 간섭이 심해져 정보처리속도가 느려지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소자의 크기를 축소하는 것에 한계가 존재했다.

내부의 전기 간섭을 줄이기 위해서는 낮은 유전율을 가진 신소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연구팀이 합성에 성공한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은 1.78로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절연체로 사용되는 ‘다공성 유기규산염(p-SiCOH)’의 유전율 2.5와 비교하여 약 30% 가량 낮다.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이 낮은 이유가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에서 기인함 또한 입증하여 작동기전(Mechanism) 또한 연구팀이 규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기존 절연체는 유전율을 낮추기 위해 일부러 미세한 공기구멍을 주입하여 강도가 약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비정질 질화붕소는 이런 공정이 요구되지 않아 반도체 강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팀의 성과로 반도체 칩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작동 속도도 높일 수 있으며, 초격차 전략을 통해 경쟁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연구 성과는 한국 시각으로 6월 25일 국제 학술지인 ‘Nature(네이처)’지에 게재됐다.


전통적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보다 전기적 특성 우수한 전도성 고분자 개발


지난 6월 24일 IBS(기초과학연구원)은 ‘김기문’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이 실리콘보다 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전도성 고분자란 전기가 통하는 일종의 플라스틱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플라스틱은 소재가 가볍고 쉽게 가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기를 통하지 않는 절연체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전도성 고분자는 플라스틱의 강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전기 전도도 또한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진이 합성에 성공한 전도성 고분자는 전기적 특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캐리어 이동도’가 지금까지 보고된 2차원 전도성 고분자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최대 4㎠/VS를 기록했으며 이는 기존 반도체의 주원료인 실리콘보다 4배가량 높은 것이다.

이번에 합성된 전도성 고분자는 높은 가공성과 경량성 외에 우수한 전기적 특성도 가지고 있어 초고속 반도체, 고효율 태양전지,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전도성 고분자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서로 겹겹이 쌓이는 특징으로 인해 수십 nm 이상의 면적으로 합성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육각형 벌집 모양의 그래핀 구조에서 착안하여 벌집구조를 형성하기 유리한 고분자인 ‘트리페닐렌(Truphenylene)’을 활용했으며, 산성촉매로 고분자의 일부분에 +전하를 발생시켜 반발력을 이용하여 서로 겹겹이 쌓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수백 ㎛(마이크로미터, nm의 천 배) 수준의 박막을 합성하는 것에 성공했다.

관련 연구 결과는 한국 시각으로 지난 6월 24일 국제학술지 ‘Cell(셀)’의 자매지인 ‘Chem(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현재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출규제로 한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는 일본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뛰어넘는 시도가 요구되는데, 최근 한국 연구진들에 의해서 기존 한계로 규정된 패러다임을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수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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