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본사 한국 직접 진출 선언으로 5년간 공들인 사업 주도권 뺏길 수

▲ 언더아머가 직접 한국진출을 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5년여간 언더아머의 국내 브랜드이미지 구축에 노력한 조현준 (전)사장의 입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조현준 전 갤럭시아코퍼레이션 사장과 언더아머)

[뉴스워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브랜드 ‘언더아머’(Under Armour)가 한국 시장 직접 진출을 선언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언더아머 본사는 한국 지사인 ‘언더아머 코리아’를 세우고 내년 봄·여름 시즌 상품부터 직접 한국 내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인 케빈 프랭크가 1996년 설립한 언더아머는 미국 내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함께 ‘3대 브랜드’로 손꼽힌다. 지난해에만 매출 40억달러(약 4조4700억원)를 올렸으며, 기업가치평가(Enterprise Value)에서는 이미 아디다스를 제친 상태다.

국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언더아머의 폴로셔츠 등을 즐겨 입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언더아머의 한국 내 수입 및 유통을 맡고 있는 업체는 조현준 효성 사장이 지난 2011년 11월 설립한 효성 계열사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이다. 조현준 사장은 예일대 재학시절 야구와 미식축구의 교내 대표선수로 활약한 바 있는 재계의 ‘스포츠마니아’다. 스키, 스쿼시, 테니스 등에서도 일가견을 지닌 그는 운동 시에 언더아머를 즐겨 입는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의 실적은 설립 이후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년 22억7900만원이었던 매출은 3년만인 지난해 191억2300만원으로 거의 8배가량 껑충 뛰었다. 2013년까지는 4억34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에 허덕였으나, 2014년 흑자전환한 후 지난해에는 16억2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12년 19명이었던 종업원 수도 지난해에는 107명으로 증가했다. 현재 직영점 2곳과 백화점·아웃렛 등에 5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 중인데, 지난해 초보다 점포수가 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언더아머는 갤럭시아코퍼레이션에 한국 직접 진출을 일방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더아머와 갤럭시아코퍼레이션 간의 계약은 오는 12월 종료된다. 다만 언더아머는 그동안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이 구축해놓은 영업망을 활용하기 위해 유통 관련 부분은 그대로 갤럭시아코퍼레이션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언더아머 한국지사는 본사의 지휘 아래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전망돼 갤럭시아코퍼레이션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언더아머를 국내에 론칭하고 공들인 장본인인 조현준 사장은 상당한 박탈감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약 5년간 애정을 쏟은 사업의 주도권을 뺏기고 들러리로 전락한 꼴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현준 사장은 갤럭시아코퍼레이션과 관련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먼저 지난해까지 36.07%였던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의 지분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 7월 18일 주식 6만주(3억6000만원)를 사들인데 이어, 8월 5일과 12일에 각각 20만주(10억3600여만원), 12만주(7억2000만원)를 매집해 지분율이 67.21%로 치솟았다.

7월 26일에는 대표이사직을 사퇴했다. 조현준 사장의 후임으로는 전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대표이사였던 김성남씨가 선임됐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현준 사장이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이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지분율을 높인 것 같다”며 “지분 2/3를 확보했으니 이제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은 조현준 사장의 개인회사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언더아머 본사가 직접 한국을 챙기기로 한 이상 조현준 사장의 영향력은 대폭 축소될 것”이라며 “갤럭시아코퍼레이션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고 대주주로만 남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