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함을 비유한 말이다.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기업의 생태계에서도 상전벽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치킨업계 또한 그렇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치킨업계 1위는 단연 BBQ였다. 하지만 지난 2014년 교촌치킨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이것도 잠시. 한 솥밥을 먹었던 bhc치킨의 당찬 추격에 2년 뒤인 2016년에는 bhc치킨에게 마저 2위 자리를 내주면서 3위로 추락했다.

지난 2013년 BBQ로부터 분리돼 독자경영을 한 bhc치킨은 당시만 해도 매출 800억 원대로 업계 순위 7~8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 이듬해인 2014년 1000억 원 돌파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신장세를 보인 bhc치킨은 2016년에 2000억 원을 넘어서며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후 승승장구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34% 성장한 3186억 원을 올려 치킨업계 마의 벽이라 불리는 매출 3000억 원을 돌파했다.

반면 BBQ는 10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인 해는 2015년 단 한 차례일 정도 저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 성장에 그쳤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bhc치킨의 성공신화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당시 흔하지 않았던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과 뿌링클과 같은 제품 개발 능력, 전지현을 통한 과감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그리고 무엇보다 가맹점과의 상생경영이 주효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6년부터 재편된 업계 순위는 고착화되어 이제는 교촌치킨과 bhc치킨 등 업계 2강 체제로 굳어져 가고 있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지난해 치킨업계 빅 3 매출을 보면 교촌치킨이 3692억 원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bhc치킨이 3186억 원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3위인 BBQ는 2437억 원으로 빅 3 중 유일하게 2000억 원대의 매출을 보이고 있으며 2위와 700억 원 이상 차이를 보여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태다.

이에 BBQ는 2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올해 들어 bhc치킨이 선보인 부분육 메뉴인 ‘콤보시리즈’ 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BBQ가 최근 부분육 메뉴를 선보이며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bhc치킨의 ‘콤보 시리즈’는 출시 3주 만에 35만 개 이상 판매가 되는 등 인기 상품반열에 오르는 모습을 보인 후 현재까지 줄곧 판매 순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적 판매량만 벌써 200만 개를 넘어서는 등 빅 히트 상품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bhc치킨의 콤보 시리즈가 높은 인기를 얻자 한때 치킨업계에 부분육에 대한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부분육 메뉴는 올해 치킨업계의 트렌드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이에 BBQ도 최근 닭다리, 순살로 구성한 ‘핫황금올리브 부분육 6종’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4월 출시한 ‘핫황금올리브’ 시리즈가 인기를 얻자 ‘핫황금올리브’ 시리즈를 닭다리나 순살 등의 부분육으로 즐길 수 없는지에 대한 고객들의 지속적인 문의가 있어 BBQ는 고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응답하고자 닭다리와 순살로 구성한 ‘핫황금올리브 부분육 6종’을 새롭게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광고모델에서도 BBQ는 지난 4월 한류스타 ‘이민호’를 발탁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 덕에 BBQ는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매출이 전년대비 40% 상승했는데 이는 이민호 효과가 작용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BBQ의 이민호 발탁이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 바 있다. 이민호는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교촌치킨의 광고모델로 활동한 바 있어 아직도 소비자에게 이민호의 교촌치킨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민호가 출연한 드라마 ‘더킹:영원의 군주’에 후원을 통한 효과를 보기는 했으나 과도한 PPL이 논란이 돼 향후 이민호 효과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BBQ는 가맹점의 매출 및 수익 증진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에게 치킨과 고급 수제 맥주를 공급하기 위해 수제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직영점과 비대면 포장 배달 전문 매장인 BSK(BBQ Smart Kitchen)를 시작으로 점차 적용 매장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BBQ의 수제 맥주가 가맹점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기존 가맹점에서 취급했던 맥주 대비 소비자 판매가와 납품가 측면에서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으로 보고 있다. 가맹점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면 가맹점에게 부담을 주는 구매 품목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BBQ는 다양한 매장 시스템을 선보이는 등 2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당분간 1,2위의 2강 체제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bhc치킨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매월 가맹점 월평균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두 자릿수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올해도 예년만큼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교촌치킨 또한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돼 3000억 원대의 매출을 보이고 있는 1,2위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올 한 해에도 치킨업계의 핫이슈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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