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가 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중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AP통신)

 

필리핀 외무장관 주장…백악관은 회동 사실 확인 안해
"화기애애한 대화" vs "사교적 인사"

[뉴스워커] 미국과 필리핀 동맹에 균열이 가고 있다. 균열에 신난 중국은 필리핀과 협력을 다지고 있어 그 여파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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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필리핀 관계는 필리핀이 2013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헤이그 상설재판소에 제소했을 때부터 악화의 길을 걸어왔는데 두테르테는 이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일 순방길에 오르며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오바마가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사살 정책에 대해 묻는다면) 개XX라고 욕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개XX(putang ina, 영어로 ‘son of a bitch’라는 뜻의 타갈로그어)라고 욕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필리핀은 속국이 아니며 미국 식민지에서 벗어났다”며 “누구도 (내정에) 간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같은 두테르테의 욕설을 문제삼아 당초 6일로 예정됐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두 대통령이 이날 만찬에 앞서 대기실에서 만났다고 말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였던 알란 피터 카예타노는 두 정상이 "따뜻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 남중국해 중국 영역주장지역(9단선)과 각국 배타적경제수역. <사진=위키피디아>

 

미국의 맹방인 필리핀이 정권 교체와 함께 이처럼 급선회하자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입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필리핀을 놓고 이탈을 막으려는 미국, 끌어안으려는 중국의 외교전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 백악관 관리는 "짧은 대화"였으며 "사교적 인사가 오갔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과 필리핀은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으나 필리핀이 정권 교체 이후 '친중국' 노선으로 급선회하고,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을 둘러싼 인권 갈등까지 불거져 사이가 예전 같지는 않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60만 명의 마약 중독자가 있는 필리핀에서 마약이 국가와 가정을 파괴하고 있다며 인권보다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달간 마약 용의자 2천 명가량이 경찰이나 자경단 등의 총에 맞아 죽었다.

▲ 사진:YTN

 

[참고] 남중국해 분쟁  (KIDA 세계분쟁 데이터 베이스, 한국국방연구원)

남중국해(South China Sea)는 말 그대로 중국의 남쪽에 위치한 바다로,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및 브루나이 등 6개 국가에 둘러싸인 해역을 말한다. 이 해역에는 크게 난사(南沙, Spratlys,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시사(西沙, Paracels, 베트남명 호앙사), 중사(中沙, Macclesfield Bank), 둥사(東沙, Pratas) 등 4개 군도가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350만 km2에 달하며, 약 280~300억 톤의 원유와 7,500km2 가량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믈라카․싱가포르 해협에서 대만해협까지가 포함되기 때문에 전 세계 해양 물류의 절반 가까이와 원유수송량의 60% 이상이 남중국해를 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원유수송의 대부분이 이 지역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 사진:YTN

동 해역에 대한 각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근거를 살펴보자면, 중국은 역사적 권원에 입각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베트남은 지리적 근접성 및 역사적 권원을, 필리핀은 지리적 인접성과 무주지 선점을,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는 지리적 근접성과 대륙붕 관련 해양법협약에 따라서 각각 영유권과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난사군도는 이들 6개국이 당사국이며, 시사군도는 주로 중국과 베트남이 대립하고 있다. 

중사군도는 중국, 대만,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둥사군도는 대만이 현재 점유하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1)은 이 중 주로 난사군도와 시사군도에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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