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의 미래를 밝게 할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때

▲ 의류수출전문기업 한세실업 홈페이지 캡쳐

[뉴스워커] 기업이라면 당연히 ‘올려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실적’이다. 기업의 생존에는 실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희비가 달라진다. 기업에 속한 개인 또한 ‘개인의 실적’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기업의 실적이 ‘쑥’ 올라갈 수 있다.

기업이 실적을 내지 못하면 주주들이 아우성을 치지만 기업 내 소속인인 직원이 실적을 내지 못하면 기업의 주체자들이 아우성을 친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둔 의류수출기업인 한세실업(대표이사, 부회장 이용백)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세계 유명 브랜드사의 주문생산방식으로 회사의 사세를 확장해 온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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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갭(GAP)·나이키·DKNY·아베크롬비앤피츠·H&M·랄프로렌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는 한세실업에서 다 만든다고 할 정도로 한세실업 기술력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으로 알려졌다. 더욱 중요한 건 단순 주문생산 방식이 아닌 한세실업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의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은 한세실업의 내일을 밝게 하고 있다.

이곳은 중견기업에 속하지만 자산이 5700억 원에 이르고 지난해인 2015년도 매출액은 1조6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는 대기업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직원의 급여 수준은 대졸 초임이 4000만원을 훨씬 넘길 정도로 여느 대기업 못지않은 상태다. 하지만 그 만큼 업무량은 많은, 그래서 힘든 곳이라는 얘기가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취업관련 한 인터넷사이트에는 “신입연봉이 (여태 본 곳 중) 최고수준이다”는 댓글이 있는가 하면, “연봉이 대기업 수준이다”라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곳 게시판의 글에는 “너무 군대식으로 조깅이나 등산은 안시켰으면…”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굳이 해석하자면 한세실업의 군대식문화가 직원들을 다소 힘들게 한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한세실업에서 최근 이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 사내 인트라넷에는 금요일인 지난 2일 저녁과 토요일인 3일 오전에 ‘실적이 부진한 직원’에 대해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런닝(뛰기)을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임·직원들은 약 2시간가량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뛰기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세실업 관계자는 “실적이 조금 낮은 부서를 대상으로 (달리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매월 이런 행사(?)를 진행하느냐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실적을 매월 내는 것이 아니라서 월단위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소통과 사기진작 차원에서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뛰기를 몇 명이나 했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을 해보지 않아 알 수 없고,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관계자의 말을 풀어보면 부서마다 실적을 내고 부진한 곳에 대해서는 소통과 사기진작 차원에서 하는 것인데, 매월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로 보인다.

한데, 이런 기업의 직원 처우가 ‘군대식의 몰아세우기’가 아니냐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닌 일정한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즉 미달된 직원에 대해 2시간가량의 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설령 강제가 아닐지라도 실적이 부진한 직원입장에서 보면 하지 않을 수 없는 강제성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뛰기의 군대식 표현은 ‘구보’다. 구보는 ‘뛰면서 달려간다’는 말로 위의 사례에서는 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

기업의 의무는 ‘생존’에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실적을 내야하고 실적의 개체는 소속원인 ‘직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기업이 실적을 내기 위해 직원을 ‘북돋우다’는 미명아래 강제하는 것은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로도 들릴 수 있다.

한세실업은 국내 대표의 의류수출전문기업이자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런 한세실업이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직원에게의 강한 독려가 있었음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한세실업 측은 이것을 문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는 문화가 아니라면 행위가 기업 내 자리 잡는다는 것은 ‘한세실업’과 지주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회장 김동녕)’의 미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쉬이 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중견 기업 한세실업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소속원인 직원에게의 처우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국민으로써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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