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휴가차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현대건설을 떠올린 국민은 몇 명이나 될까?
현대건설은 1970년 경부고속도로를 개통하면서 ‘1일 생활권’ 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현대건설은 항상 70년대 경제발전의 앞에 있었고, 우리나라 근현대사 곳곳에 큰 족적을 남겼다.

반면 기업으로서 현대건설은 파란만장한 굴곡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2001년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돼 채권단의 공동 관리를 받게 된다. 동년 5월에는 감자에 이은 출자전환으로 54년의 역사를 끝으로 2조 9,000억 원의 적자와 4조 4,0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현대를 벗어나 채권단 공동관리로 들어가게 된다.

다행히 2006년 매출액 4조 2,800억 원, 순이익 3,265억 원을 기록해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되었고, 2010년 6월 채권단에 의해 현대건설의 매각 작업이 재개된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 1월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자동차그룹을 최종 선정했고, 같은 해 4월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되면서 다시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의 현대로 돌아가게 된다.

▲ 현대건설과 고 정주영 회장

◆ 내실성장을 통한 의미 있는 성과달성 중

동사의 상반기 실적을 살피면 현대자동차그룹 편입 이후 진행했던 체질개선 노력이 올해 들어 결실을 맺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출 8조9745억원, 영업이익 4,756억원, 당기순이익 2,54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4.5%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0.4% 감소했다. 특히 해외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상반기 해외 부문 원가율을 전년동기 대비 2.5% 개선되면서 영업이익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이런 가운데 미청구공사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말 대비 미청구공사는 2,251억원 줄어든 4조 40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영업현금흐름이 전년동기 대비 2,795억원 개선된 2,230억원을 나타났다.

수주규모는 해외 대형공사의 발주 지연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동사는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향후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그룹 편입 이후 달라진 회사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2011년 그룹 편입 이후 4년 6개월 여만인 지난해 연결결산 기준 누적 수주액 106조 1,281억원을 기록해 100조원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해외매출비중이 건설사 중 가장 큰 현대건설은 현재 전 세계 59개 국가에서 813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그룹 편입 이후 경쟁이 심화 되고 있는 중동 지역 중심 수주 전략에서 과감히 탈피해 중남미지역 등 신흥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그룹 편입 전 11%에 불과했던 신시장 비중을 60%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리는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공종 다각화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4~5년간 경쟁적으로 중동 플랜트 시장 수주 전선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면, 현대건설은 토목, 건축, 플랜트, 전력 등 전 사업 분야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부가가치 공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대건설의 매출 구조는 플랜트가 34.3%, 토목이 20%, 건축‧주택이 32.6%, 전력분야가 10.9%로 매우 균형 잡혀 있다. 아울러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수주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회사의 체질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그룹 편입 이후 경영실적이 급격히 개선된 것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수주는 연평균 13.6%까지 성장했고, 매출 역시 8.7% 정도에서 편입 이후 지난해 말까지 연평균 12.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 현대건설 본사 전경

실제로 지난해 저유가 여파로 수주는 전년보다 감소한 19조 8,145억원을 기록한 반면, 매출은 전년대비 10% 성장한 19조 1,221억원, 영업이익은 2.9% 증가한 9,866억원을 달성해 업계 최초 ‘영업이익 1조 클럽’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의미있는 성과달성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첫째는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버리고 매출 규모 등 외형에 집착하지 않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을 채택한 결과다. 외형적 성장에 치중하지 않고, 내실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고 공종을 다각화 하는 전략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가고 있다.

둘째는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와의 끊임없는 협업을 위한 노력은 현대건설의 도약에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그룹 내 재 편입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문제는 주가, 투자의 바로미터인 주가…역대 최저수준 못 벗어나

앞서 보았듯 현대건설의 경영실적은 건설대표주로서의 위상을 찾아가고 있는 중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투자의 바로미터인 주가는 아직은 역대 최저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적과 주가수준에 비하면 시가총액이 3~4조 수준으로 적극적 투자대상이라 하기에는 아직은 상당히 부족한 상태로 보인다.

이러한 주가수준은 첫째, 그룹내 현대엔지니어링에 비해 상대적 위상 약화에 기인하고 있다. 동사의 현대차 그룹 편입은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지만, 2014년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사업영역에 있어 상당히 유사한 환경을 가져왔고,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 상당히 불리한 환경에 처하게 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추진이 현대건설에게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둘째는 해외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유가 등 글로벌 환경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구조에 기인하고 있다. 타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해외 플랜트 사업 및 미청구공사금액 그리고 유가의 등락에 주가가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타 건설사에 비해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 약점으로 보인다.

◆ 대표적 글로벌 건설사로의 도약을 기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에 대한 대표 건설주로서의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 시점에서 향후 현대건설의 성장에 기대되는 변수는 1) 주택 부문의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 2)해외 부문의 안정화, 3) 낮은 판관비율의 유지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고 하겠다.

첫째는 국내주택 매출이다. 1분기 주택 부문은 매출 4,74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2.4% 증가했으며, 원가율은 83.5%로 크게 개선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2017년까지 주택 매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인정한다면 현대건설의 주택부문 수익성 개선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동사의 아파트 브랜드가치가 국내 건설사 중 상위에 속하고 있고, 이는 분양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국내주택 부문 성장에 대한 기대가 긍정적이다.

둘째, 해외 부문에 있어 원가율이 91~92% 수준에서 안정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 요인으로 보인다. 2015년 연간 해외 원가율이 94.6%였다는 점과 신규 프로젝트 관련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부문의 이익 개선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현대건설은 해외매출 비중이 큰 탓에 해외변수에 민감하다는 점 그리고 상반기 수주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은 다소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결국 해외부문은 양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 투자에 가장 유의해야 할 요인으로 보인다.

셋째, 비용 감소요인이다. 현대건설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판매관리비 비율(판관비율)은 2012년 4%에서 2015년 3.6%로 하락했으며, 향후에도 3.5% 수준의 낮은 판관비율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국내건설사 분석에서 보았듯 국내건설사들의 턴어라운드 계기는 강력한 구조조정 그리고 판관비율의 조정에 달려 있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현대건설 또한 마찬가지다.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관리능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많은 변수를 이겨내고 성장세를 보여줄 모멘텀을 만들어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누가 뭐래도 국내 건설사 중 대표 자리를 차지하는 건설회사다.

※ 뉴스워커는 글로벌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한국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가장 전진배치되고 있는 건설산업분야의 주요 기업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분석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및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총 10회에 걸쳐 홍은기 본지 편집위원의 산업분석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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