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성과급제 도입이 뜨거운 논쟁거리다. 그런데 새삼 이런 생각이 든다. 은행은 그동안 성과급제도가 아니었던가?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들 뿐이다.

더구나 이 이슈가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것도 그렇다. 작년부터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할 때만 해도 지지부진하던 사안이 최근 대우조선해양(주) 부실회계 책임을 찾다가 국책은행의 성과급 논란으로 번지면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은행이나 노조나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 진행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사실 국민들은 관심도 없다. 고액연봉을 받는 그들끼리의 싸움에 휘말려 들고 싶지 않다. 청년백수를 껴안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을'만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또다시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은행권 성과급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고액연봉 선봉에 앞장섰고, 일부 은행임원의 과도한 성과급과 퇴직금 지급은 항상 논란이 되어 왔다. 이제는 자회사 분식회계로 이익을 부풀려 성과급을 가져가는 상황에 까지 이를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것이다.

이렇듯 해마다 논란이 되어 왔으면서도 오늘도 똑같은 모습을 되풀이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오히려 ‘신의직장’ 이라고 불리고 있으니 임금도 그에 걸맞는 게 맞다(?)고 포기해야 하는 걸까?

 

◆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 – 본격적인 성과급 도입 논쟁의 서막

그래도 이성을 차려서 냉정하게 은행 성과급 도입을 위한 노력을 살펴보자.
21일 은행연합회가 밝힌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개인별 성과평가 도입
 ㅇ 현재 조직성과평가 적용, 관리자 일부 개인성과 평가
<2> 총연봉 차등폭 확대
 ㅇ 현재 일반직원(20%) ~ 관리자(30%) → 40%까지 확대
<3> 성과급 비중
 ㅇ 현재 15% 수준 → 관리자(30% 이상), 일반직원(20%) 수준으로 확대
<4> 기본급 인상률 차등 적용
 ㅇ 관리자(평균 3%p 이상), 일반직원(최소 1%p 이상)
 <5> 하위직급(신입 포함)도 연봉제 도입 추진

언뜻 보면 성과연봉제 도입 확대를 위한 은행연합회의 노력이 가상해 보이기도 한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은행이 경쟁을 선결과제로 하는 개인성과급제를 도입하고, 반영비율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방안은 반가운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은행연합회 발표를 보면서 이번 은행의 성과급 도입 논란이 단지 성과급 지급률 숫자놀음으로 끝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앞선다. 왜냐하면 은행연합회 발표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성과급이 재 논의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전혀 안 보인다. 그리고 성과급을 도입해서 생산성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지에 대한 진지함도 없다. 또한 이런 가이드라인은 자칫 성과급 도입 논의의 방향을 비율조정으로 고정시켜 버릴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논쟁의 초점은 ‘why’ 가 아니라 ‘How rate?’ ‘When’ 으로 바뀌고 있다.

◆ 은행 성과급 도입 논쟁의 아쉬움

비록 제2금융권 이지만 필자 또한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따라서 이번 은행의 성과급 도입 논란을 보면서 기특하기도 하고 또한 아쉬운 점도 많다.

첫째, 솔직히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 자료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호봉제’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보았기 때문이다. 기억으로는 IMF 금융위기 이후 사라진 단어로 생각했었는데 공식적으로 자료화되는 것을 보고 역시 은행의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은행산업의 어려움 중의 하나가 바로 인력구성의 항아리형 아니 역 삼각형화와 이에 따른 저생산성 구조 고착화와 과중한 인건비 부담이다. 이제와 보니 그 기저에 이러한 부적절한 인사제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몇 차례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인수합병의 아픔을 직접 경험한 은행산업이 늦어도 한참 늦은 감이 있다.

둘째, 노조 또한 과거를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반대 이유 중 하나가 '저성과자 해고를 합법화시키기 위한 방편의 하나' 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결국 노조도 저성과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어느 조직이나 하위10%는 존재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심지어 상위 엘리트만 모아 놓은 조직에서도 하위 10%가 생긴다고 하지 않은가? 하물며 보통 10,000여명이 넘는 은행 조직은 말할 필요도 없다.
건전한 노조라면 성과에 따른 배분 차등화는 인정하고, 저성과자의 성과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는 것이 옳은 자세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는 더 늦기 전에 물고기 잡는 법을 마련하는 게 맞다. 어떤 조직이든 간에 free-rider를 용인하지는 않는다.

◆ 진정한 ‘신의직장’이 되기를 바라며….

성과급이란 조직구성원이 달성한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적으로 제공하는 보수 제도를 말한다. 성과급은 개인성과급과 집단성과급으로 나눌 수 있고, 고정급과는 대비된다. 이러한 성과급은 생산성을 높이려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따라서 성과급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성과의 객관적 측정이 필요해 진다.

보자. 지금의 논쟁이 여기에 부합되는 점이 있는가?

은행산업은 국가경제의 핏줄과 같은 막중한 기능을 수행한다. 기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또한 가정의 모든 자금이동은 은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은행이 없다면 아니 은행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가정경제도 마비된다.

그래서 은행 성과급제도 도입 논란을 보는 우리로서는 쉽게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은행산업의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내 가족 일지도 모를 은행직원들을 위해서라도 필자는 어렵게나마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기회에 은행산업에 대한 냉정한 리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지금 은행산업은 진퇴양난이다. IT 발달은 은행의 패러다임을 한없이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 축에도 들지 못하고, 단지 거래(transaction)만을 대행하는 기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벌써 은행창구는 한산해 지기 시작했고, 은행 고유 업무 중 하나인 여신업무 조차 이미 온라인(on-line)과 모바일을 통해 상당부분 해결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인터넷은행이 본격 영업을 시작하게 되어 있다. 언뜻 10여년 전에 모은행 노조위원장의 말이 생각난다. “IT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분은 선견지명이 있었던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둘째, 노조를 포함한 은행직원 스스로 직면하고 있는 금융환경 변화를 직시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엘리트그룹인 은행원들을 믿는다. 머리속으로는 이미 누구보다도 금융환경 변화를 잘 알고 있고,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힘든 세상살이 때문에 몸은 여전히 노조의 울타리를 벗 삼고 싶어 하는 현실도 인정한다.

진정한 ‘신의직장’이 될 수 있는 기회다. 취업전선에 나선 청년들을 맥 빠지게 하는 신의직장이 아니라 국민들이 존중하는 신의직장으로 재탄생하는 용기를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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