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수령이 당보다 우위에 있는 유일한 체제로 굳어진 곳이다. 이런 상황에 ‘위임통치’에 나섰다는 것은 북한 체제에 무언가 커다란 변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지금 북한은_뉴스워커 보도] 국가정보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내놓으면서 용어 선택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령이 당보다 우위에 있는 유일체제로 굳어진 북한이 ‘위임통치’에 나섰다는 것은 북한 체제에 큰 변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국정 전반에 있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9년간 통치하면서 김정은 스트레스 높아져…줄이는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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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위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간사들의 브리핑에 따르면 국정원은 “위임통치 내용은 김정은 여전히 절대 권력이지만 과거에 비해서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대미 전략 보고를 받고 다시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임통치는 김여정 1인에 다 된 게 아니고 김여정이 전반적으로 가장 이양 받은 게 많지만 경제는 박봉주, 김덕훈이 경제분야 권한을 이임받았고 군사분야에서는 신설된 당 군정지도부 최부일 부장. 그리고 전략무기 개발전담하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이병철 이런 식으로 경제 군사분야에서 부분적으로 권한이 이양했다”고 덧붙였다.

위임통치를 진행되게 된 이유로는 “김정은이 9년을 통치하면서 통치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줄이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정책 실패 시 김정은에 실패책임이 날아오면 리스크가 크다는 차원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며 후계자 통치는 아니다. 후계자는 결정 안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전인 지난 6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폭파를 암시하면서 김 위원장과 당, 국가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밝힌 점 등을 볼 때 이같은 상황들에 대해 ‘위임 통치’라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野 “국면전환용” 비판…전문가들도 부정확한 표현이라는 지적


하지만 야권은 국정원의 보고에 대해 ‘국면전환용’이라며 날 세운 비판에 나섰다.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 체제에서 위임통치는 있을 수도 없고 이뤄진 적도 없다”며 “현 정부가 지지율 하락을 대북 이슈로 국면전환하려는 것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김정은이 권한을 일부 분산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며 “부동산과 코로나로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북한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 박 원장 특유의 정치적인 언론 플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위임통치’에 대해서는 부정확한 표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형익 한신대학교 통일평화정책연구원장은 <SBS>에 “대단히 잘못된 용어”라며 “중대한 권한의 이양이 있어야 하고, 그 이양권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위임 통치'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명히 변화된 김여정 역할 확대…제8차 당대회에서 윤곽 드러내나


다만 올해 북한 체제의 특성 중 눈에 띄는 것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역할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자신의 명의로 된 담화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김 제1부부장은 미국과 남측을 직접 상대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김 제1부부장의 공식 직함은 아직 제1부부장이지만 정확히 그가 어디 소속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내년 1월 개최하기로 한 제8차 당대회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에 대한 직함 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선 그가 당 고위직을 맡거나 국무위원회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내년 1월 노동당 대회를 소집한 북한은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내부 결속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신문은 이날 ‘당 제8차 대회를 향하여 노동당원들 앞으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모든 당원이 당의 방침과 의도대로만 사고하고 일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할 무거운 책임이 바로 당 세포에 맡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초로 예정된 당대회까지 내부 결속을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올해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수해 복구로 불어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결속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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